“살려주세요. 여기요 여기...”

17일 밤 암흑과 강풍 속 긴박했던 2시간의 사투
초속 20m 강풍 5m파고 풍랑주의보 뚫고 현장 도착
목숨 건 구조 단정 접근 못하자 잠수사 입수 구조


“어선이 침수되고 있어요. 좀 살려주세요!”
2012년 11월 17일 밤 10시 55분경. 독도 남동방 15Km 해상에서 독도경비 중이던 해양경찰 경비함정 1513함 무선통신기(SSB)에서 다급한 구조의 외침이 들렸다.

우리어선 쌍용호(통발, 40톤, 승선원 9명)가 독도 북서쪽 72미터 해상에서 간출암에 좌초돼 기관실로 해수가 유입되어 배 선체가 침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난신호를 접수한 이종만 함장은 선장에게 “승조원 전원 구명동의를 착용하고 안전하게 대기해 줄 것”을 당부하고는 즉각 24노트(44Km) 전속으로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다.

10여분이 지난 밤 11시 5분. 이 함장은 “이제 곧 도착할 것이다. 모두 안전하게 구조될 것이니 걱정말고 침착하라”는 무선통신을 보내 다시 한번 선원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쌍용호는 교신이 없었고 통신이 두절된 상황은 점점 시간과의 싸움이 되어갔다.
현지 기상은 초속 20m가 넘는 강풍과 4~5m가 넘는 파고가 넘나드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상황으로 최신예 경비함정도 한낱 종잇장처럼 속절없이 흔들렸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흙같은 어둠속에 산재한 암초로 그 어느 누구도 앞으로의 일을 장담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신고접수 후 20여분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선체는 침몰해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고 선원들의 모습도 온데간데없었다. 집채만한 파도만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여느 때처럼 철썩이고 있을 뿐이었다.

즉시 단정 2대를 하강해 수색을 지시했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높은 파도는 작은 몸짓으로 위태롭게 달려가는 단정을 집어삼킬 듯이 일었고 선원들이 부디 살아있길 바라며 본격적인 수색에 나섰다.

‘어디있을까... 제발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지금 이 순간 구조요원들의 마음은 단한가지. 제발 무사하기만을 바랄뿐이었다. 얼음장 같은 바닷물 속에서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와 두려움에 떨고 있을 선원들을 생각하니 1분 1초도 지체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은 계속되었다.

헬기에서는 조명탄을 수차례 쏘아올리고 함정의 수색등(서치라이트)을 켜 주변을 수색한지 얼마가 흘렀을까. 칠흙 같은 어둠속에서 희미한 외침이 들려왔다.
“살려주세요. 여기요 여기.”
파도에 떠밀려 흩어진 선원들은 옷도 채 입지 못해 속옷과 구명동의만 착용하고 부이를 잡은 채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이제 살았다.. 살았다!!”
선원들의 안도의 눈빛을 본 순간 구조요원들의 가슴에는 벅찬 무언가가 솟구쳤고 우리를 기다려준 이분들을 한분도 빠짐없이 구조해 사랑하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게 하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독도 주변 곳곳에 산재한 암초로 인해 단정접근이 불가해 섬 쪽으로 떠밀려간 사람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마지막 수단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잠수사가 입수해 구조하기로 했다. 평소 실전 같은 훈련으로 구조경험이 많은 배테랑이라 하더라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거세게 밀려오는 파도가 집어삼켜 시야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잠수사 입수를 결정했고 3명의 익수자를 구조했다. 목숨을 건 구조 활동을 펼친 권대준 경사는 “또다시 그 상황이 와도 지체 없이 뛰어들 것 이라며 차디찬 바다 속에서 나를 기다린 선원들을 살리는 것이 내게 부여된 임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1시 31분.
긴박했던 두 시간여의 사투를 벌인 끝에 9명 전원을 모두 구조한 해경은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 선원들을 응급조치하고 함정에 연결된 원격의료시스템을 이용해 강릉 동인병원 의사의 지시에 맞춰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즉시 울릉도 의료원으로 향해 진찰을 받았다.
오전 4시 53분경. 간절한 바램에도 불구하고 1명의 선원은 끝내 숨을 거두었다. 조금 더 일찍 구조하지 못한 미안함과 하늘이 원망스러운 순간이었다.

다행히 나머지 8명의 선원은 건강에 큰 이상이 없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

선장 이 씨는 “뼛속을 파고드는 차가운 바닷물에서 이대로 죽는구나 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해경 경비함정이 나타났다. 경비함정의 불빛을 본 순간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어떻게든 버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발 빠르게 대응해 구조해준 해경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1513함 이종만 함장은 “생활화된 훈련과 팀웍이 이번 구조에 드러났다며 평소 악조건 대비 단정 양하강 훈련과 수색구조 훈련 등 바다 DNA 함양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도 바다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1513함(제민13호)은 지난 8월 취역식을 가지고 해상경비 임무에 투입돼 독도 영해권내 일 순시선 감시경비 25회, 울릉도?독도 여객선 항로 감시 경비 374회, 조난선 구조 12회 등 독도지킴이로서 동해와 독도영해 수호에 앞장서고 있다.<박병춘 강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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