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자율관리어업 정책방향 <이영직 농림수산식품부 자원환경과장>

 "어업경제 공동체 넘어 문화경제 공동체로 발전해야"

우리나라에서 자율관리어업이 시행된 지 어언 10년하고도 2년이 지나가고 있다. 2001년 전국에서 63개 공동체가 사랑방 좌담회식으로 출발했던 자율관리어업은 2012년 말 현재 980개로 약 16배가 늘었고, 참여어업인수도 5천여 명에서 6만 6천여 명으로 약 13배가 늘었으니 그야말로 양적으로는 장족의 발전을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더욱이 참여어업인수는 2011년말 어가인구는 15만 9천명의 약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그 동안 정부에서는 자율관리어업의 발전을 위하여 공동체를 평가하여 우수공동체에 인센티브성 육성사업비를 지원함과 아울러 자율관리어업 전국대회와 광역워크숍 개최와 컨설팅 제도를 도입하는 등 교육 및 홍보에 집중 투자하였다. 그 결과 자율관리어업을 실시하는 공동체가 그렇지 않은 공동체보다 어가소득이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어업인들의 의식개혁이 이뤄졌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초기의 열정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고, 양적으로 공동체수를 늘리기 위하여 지역적으로 비슷한 자율관리어업을 시행하는가 하면 육성사업비를 지원받기 위하여 자율관리어업을 실시한다는 혹독한 비판도 없지 않다.

그리고 자율관리어업의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낼 어선복합어업 참여비중이 전체 35%로 마을어업 등에 비하여 저조한 것른 문제점으로 볼 수 있다. 또한 1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율관리어업을 실시하는 어업인만을 위한 교육과 홍보에 머물러 우리 국민들에게는 아직도 생소하고 국제적으로는 더욱더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 하였다. 앞으로 10년을 대비하기 위하여 우리는 과거의 10년을 돌아보고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할지를 찾아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는 않으나 정부에서는 지난 10년의 자율관리어업을 다각도로 진단하고 평가함과 아울러 2020년까지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우선 2020년의 우리나라 자율관리어업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였다. 자율관리어업의 비전은 “변화와 조화의 미래 어촌, 자율관리어업”으로 설정하고 “다른 모습 같은 미래 2020”이란 슬로건 하에 지난 10월 고창에서 열린 제9회 자율관리어업전국대회에서 이를 선포하였다.

이 비전의 의의는 첫째 자율관리어업의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면서 재도약을 위한 변화를 꾀하자는 것과, 둘째는 배려와 협력을 통한 질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며, 셋째는 차별화를 통한 다양한 자율관리어업의 실현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우리나라 전 수산분야에 자율관리 정신을 확산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미션은 첫째, 선택과 집중을 통해 어촌에 맞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자율관리어업을 공동체에 맞는 사업으로 선택하여 집중함과 아울러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이끄는 것이다. 둘째는 변화를 통해 공동체간의 차별화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즉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모습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변화와 조화를 위한 배려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다. 소모적이거나 불필요한 경쟁을 없애고 서로가 다른 모습으로 상생하는 것이다. 넷째는 자율관리어업을 통해 미래 지향적인 새로운 어촌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의 어업자원에 한정한 공동체 활동이 아니라 어업자원관리를 바탕으로 지역중심 사회문화 공동체로 발전하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자율관리어업의 정신을 지역사회 공동체 운동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수산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자율관리어업을 확산시켜 브랜드화하는 것이다.

2020년 자율관리어업의 정책의 키워드는 변화, 조화, 차별화, 협력, 새로운 공동체 그리고 확산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상당히 많은 자율관리어업 공동체가 구성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양적인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자율관리어업의 정책목표는 질적으로 자율관리어업 공동체를 성장시키는 것과 자율관리어업을 선진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율관리어업의 질적인 성장 목표는 우수공동체수를 늘리는 것과 공동체 구성원들의 소득을 늘리는 것으로 정할 수 있다. 물론 질적 성장 목표는 차별화된 공동체 구성 및 운영, 공동체 참여인원의 확대, 공동체의 자율적인 활동 확대, 공동체 구성원들의 의식개선, 불법어업근절 등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자율관리어업의 성공은 결국 제대로 된 공동체수가 몇 개이고 자율관리어업으로 인해 얼마나 소득이 증대되었는가로 평가받기 때문에 두 가지 요소를 자율관리어업 질적 성장 목표로 정하고자 한다. 구체적인 목표치 설정은 현재의 자율관리어업의 발전정도, 자율관리어업의 환경 및 여건, 정책적 지원 가능성 등을 검토하여 구체화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현재 10% 미만인 선진 자율관리어업공동체수를 훨씬 많은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것과 자율관리어업 실시 전에 비하여 소득이 상향하도록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2020 자율관리어업 정책목표인 선진화는 국내외적으로 나누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국내적으로는 어업뿐만 아니라 수산물 가공, 유통, 관광 등 전 수산분야에 자율관리어업 정신을 확산하는 것이고, 국외적으로는 우리나라 자율관리어업을 국제기구나 해외에 널리 알리고 국제수준으로 우리나라 자율관리어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일본이 2008년말 기준 약 1천 700여 개의 자원관리형어업 조직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양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이어 두 번째이다. 그러나 일본이 1983년에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자율관리어업의 발전속도가 훨씬 빠를 뿐만 아니라 우수공동체 사례도 다양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우리나라 자율관리어업은 세계적으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하겠다.

이상의 비전을 실현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육 및 홍보, 자율관리어업 성공률 제고 및 선진화, 자율관리어업 거버넌스, 자율관리어업 관리체제 그리고 제도 및 행정적 지원체제 등에 관하여 전략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자율관리어업은 정부보다는 자율관리어업에 참여하는 어업인들의 의식과 실질적인 활동이 가장 중요하지만 자율관리어업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모습 같은 미래 2020 자율관리어업의 실현을 위하여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정책은 교육과 홍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많은 자율관리어업에 관한 교육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교재와 프로그램 부족으로 다수 기관에서 산발적으로 추진하여 교육의 효과가 떨어졌고, 공동체 구성원이라든가 자율관리어업에 참여치 않은 어업인들에 대한 교육기회가 적어 참여도 제고 및 확산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자율관리어업의 교육은 교육대상을 리더, 공동체 구성원, 일반인으로 구분하고, 각 대상에 맞는 교재를 만들고 연간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함과 아울러 교육방식도 집체교육, 현장교육 및 온라인 교육 등 다양하게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가칭)자율관리어업학교를 개설하여 운영하는 방안과 이를 주관할 기관을 지정하여 책임 있는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새삼스레 현 시점에서 교육을 강조하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자율관리어업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자율관리어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그 동안 추진해오면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내용은 자율관리어업에 대한 실무적인 내용 및 사례는 말할 것도 없고, 금년도에 마련한 자율관리어업 비전을 공유하기 위한 것도 매우 중요한 내용이 될 것이다. 또 다른 교육방법인 국내외 연수가 있는데, 종전에는 대부분 리더 중심의 연수가 이뤄졌다. 그 결과 리더육성에는 도움이 되었으나 구성원들의 의식변화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였고 일부 지역에서는 리더만을 위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따라서 연수교육도 확대함과 아울러 리더뿐만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 동안의 자율관리어업 홍보는 단신기사, 전국대회, 우수공동체 사례발표 및 홍보물 제작, 자율관리어업 홍보 리후렛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홍보대상도 자율관리어업 관계자에 대부분 한정되어 있어서 일반국민이라든가 국제사회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우리나라 자율관리어업을 널리 알림과 동시에 자율관리어업 정신을 확산시키기 위한 다양한 홍보전략을 수립하고자 한다. 그 방안으로는 자율관리어업 홈페이지, 비전 엠블럼 및 로고송, 홍보동영상 제작, SNS 홍보, 미디어 홍보, 국내외 자율관리어업 세미나 및 컨퍼런스 개최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율관리어업 성공률 제고 및 선진화 추진전략이다. 자율관리어업 성공률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구성원들간의 동질성을 높이기 위한 구성원의 정비 및 교육, 수익증대 및 비용감소 사업 확대 추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역마케팅 사업추진을 들 수 있다. 특히 지역마케팅 사업은 어업자원과 어업을 기본으로 하면서 어업경제공동체를 넘어서 지역의 문화경제공동체로 자율관리어업공동체를 확대발전시켜 소득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선진자율관리공동체의 경우는 이 단계까지 발전한 사례도 있기 때문에 자율관리어업 성공률 제고방안으로서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자율관리어업 선진화 방안으로는 (가칭)자율관리어업 국제콘퍼런스 개최, 한․중․일 자율관리어업 추진, 국내외 자율관리어업 네트워크 구축, 우리나라 자율관리어업 국제적인 소개 등이 있다. 세계적으로 아직 자율관리어업에 관한 국제적인 포럼이라든가 컨퍼런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이를 조직하고 운영한다면 우리나라 자율관리어업에 관한 국제적인 소개는 말할 것도 없고 자율관리어업의 글로벌화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자율관리어업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국제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한편 OECD 및 FAO와 같은 국제수산기구에 우리나라 자율관리어업에 관한 실태를 보고하여 세계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자율관리어업 거버넌스 구축전략이다. 현재 자율관리어업과 관련이 있는 기관 및 단체는 정부(중앙정부, 지자체, 국립수산과학원), 자율관리어업공동체, 어촌계 및 자율관리어업연합회, 단체(수협, 한국수산회) 등 다양하다. 그 동안 각 기관별로 역할을 담당하여 왔으나, 정부의존적 거버넌스 문제, 기관간 역할중복 및 일부 조직의 역할 미비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향후 자율관리어업 거버넌스는 민간부문의 역할을 확대강화하고 자율관리어업을 위한 기능을 중심으로 전담기관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즉 자율관리어업의 발전을 위한 기능으로는 정책수립 및 예산, 교육, 홍보, 육성사업, 평가, 조사연구, 컨설팅, 분쟁조정 등이 있는데, 정책수립 및 예산은 정부가 담당하고 그 외의 기능은 자율관리어업연합회, 수협, 수산회 및 국립수산과학원이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네 번째 자율관리어업 관리체제 구축방안은 자율관리어업 평가제도 개선, 자율관리어업 총조사제도 도입 및 컨설팅제도 확대 실시 등이다. 현행 평가제도는 자율관리어업 유형별(마을, 양식, 복합, 어선, 내수면 등) 평가항목에 따라 지자체 수산사무소와 자율관리어업연합회가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 평가결과는 육성사업 지원대상 선정시 아주 중요한 근거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지자체 및 자율관리어업공동체에서 이 평가제도에 관심도 많고 불만도 많다. 자율관리어업 평가는 육성사업비 지원을 위한 평가가 아니라 자율관리어업을 잘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앞으로 평가제도는 자율관리어업 유형뿐만 아니라 참여등급 등을 고려하여 평가항목 및 가중치를 조정하도록 개선하고, 평가기관도 관련기관이 가능한 한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하여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특히, 어선어업에는 가점부여 등을 통한 인센티브 부여로 육성사업비지원을 늘려나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관리어업 총조사제도는 자율관리어업 관리를 위하여 가장 필요한 기초통계를 작성하기 위한 것이다 자율관리어업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조사하여 통계화함으로써 정책수립은 물론 자율관리어업 발전 및 연구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자 한다. 자율관리어업의 성공에 있어서 컨설팅은 매우 중요한 기능중의 하나이다. 어업에만 종사하는 어업인들이 어업 이외의 정보를 스스로 찾고 계획을 수립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전문컨설턴트의 컨설팅이 필요한 것이다. 2000년대 초에는 수산사무소가 지도기관으로서 지금의 지역컨설팅 컨설팅 기능을 담당하였으나, 시도로 편입되면서 기능이 대폭 축소되었다. 따라서 지역컨설팅 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고, 나아가서 전문분야의 컨설팅의 수요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지역컨설팅 확대는 물론 전문컨설팅 본격 도입 등 컨설팅 제도를 확대 지원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제도 및 행정적 지원체제 개편방안으로는 자율관리어업 육성 및 지원을 강화할 수 있도록 「수산자원관리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수산자원관리법」 제34조는 자율관리어업을 발전시키고 자율관리어업공동체를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로는 너무 미약하다. 육성사업비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수산사업이 아닌 인센티브라는 점이 부각되도록 지원체제를 개편하여야 할 것이다. 즉 육성사업비가 없으면 자율관리어업이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육성사업비 없이도 잘 했기 때문에 상금을 주고, 다른 공동체들이 본받도록 한다는 기본취지를 살리자는 것이다.

다만 특정 공동체에 중복지원하는 것은 배제하고, 평가체제를 개선하여 유형별 참여수준별로 다양한 공동체에 지원하도록 하고, 육성사업비 내역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확대하여 공동체에 맞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자율관리어업 10년을 돌아보고 2020 자율관리어업 중장기 발전 정책방향을 개략적으로 제시하였다. 대부분 정책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과제들이고, 우리나라 자율관리어업이 성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업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잘 추진된다고 자율관리어업이 성공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러한 정책적 사업은 자율관리어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에 불과하다. 자율관리어업 주체인 어업인들의 관심과 노력이 없이 저율관리어업의 성공은 불가능하다. 2020년 우리나라 자율관리어업이 다른 모습 같은 미래를 꿈꾸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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