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기자의 현장취재기/물동량 감소 등 위기…새로운 변화를 꿈꾼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1927년 서울역 부근 의주로에서 경성수산으로 문을 연 이래 80여년간의 수산물 유통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소비지 수산물 시장이다. 노량진수산시장에는 활어, 선어, 냉동 해산물, 조개류, 갑각류, 건어물 등 370여 종의 수산물이 거래된다. 경매인, 중도매인, 판매상인 등 시장 종사자만도 2천여명에 달한다. 한반도의 바다를 연중무휴 24시간 노량진에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노량진 수산시장도 환경의 변화를 피해갈 수는 없다. 수산자원의 고갈 문제가 세계적인 이슈가 되어 있는 가운데 시장으로 들어오는 수산물의 양이 예전 같지 않다. 또 산지 직거래나 온라인 매체를 통한 구매 등 시장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구매할 수 있게 되는 등 노량진 수산시장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서울 시민들에게 싸고 신선한 수산물을 공급하는 곳으로 이름 높던 노량진 수산시장은 환경의 변화에 밀려 점점 쇠퇴해 가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보고 듣고 느껴 보기로 한다.

두릅이며 죽순 등을 파는 좌판이 늘어서 있는 굴다리를 지나면 바로 시장이 보인다. 시간이 일러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기우로 드러난다. 상인들은 밝은 표정과 힘이 넘치는 목소리로 손님을 맞이한다. 펄떡펄떡 살아 움직이는 다양한 생선들이며 한창 제철을 맞아 주홍빛으로 곱게 영글어 넘치는 알을 가득 품은 꽃게들이 사람들의 눈을 자극하고 입을 유혹한다. 평소에 쉽게 만날 수 없는 수많은 해산물들을 구경하느라 고개가 정신없이 이쪽저쪽으로 돌아간다.

 

 

상인들의 활기와 해산물들의 싱싱함에도 불구하고 낮 시간의 시장은 한산하다.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과 편안한 복장의 어르신들이 느긋하게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가끔 노량진 시장을 찾곤 한다는 김모(68,여)씨는 “시장에 오면 물건도 싸고 활기 있어 좋다. 특히 정감 있는 모습이 친근하고 좋다”고 말한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시장의 모습은 사뭇 달라진다. 양복 차림에 넥타이를 맨 회사원들이 많아지고 여럿이 모여 왁자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해산물을 고르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상인들의 목소리도 조금 더 커진다. 잠시 구경할까 하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길 대단한 말솜씨다.

생선을 골랐다면 이제 맛을 볼 차례다. 시장에는 양념집이라고 불리는 식당들이 있어 일정 금액의 양념값이나 조리비용을 내면 바로 회나 매운탕 등을 먹을 수 있다. 휴일 전날의 저녁인 탓에 식당은 빈 테이블을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하다. 노량진 시장에 처음 와 봤다는 홍모(31,여)씨는 “너무 재밌다. 사람들이 많아서 좀 복잡하긴 하지만 평소에 못 보던 생선들을 보는 것도 즐겁고 생선도 신선해서 그런지 정말 맛있다”며 “앞으로 종종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밤이 깊어지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 시장을 떠난다. 하지만,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는 지금부터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전국 산지에서 갓 잡은 해산물들이 시장으로 들어와 진열되면 새벽 1시부터 아침 6시경까지 경매가 열린다. 독특한 음정이 있는 억양과 빠른 속도로 인해 일반인들에게는 외국어나 암호처럼 들리는 경매사의 말을 상인들은 잘도 알아듣는다. 가끔은 큰 소리도 오간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는 해산물들만 펄펄 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도 펄펄 뛰며 생기를 뿜어낸다.

시장 밖에서 관찰자의 입장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시장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한다. 15년간 이곳에서 장사를 했다는 부부전복 나명한 사장은 “시장으로 들어오는 물량이 많지 않다”며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 단골손님들이 있어 그나마 벌이를 한다”고 말한다. 중도매인으로 27년을 종사해 온 김갑수 중도매인조합장은 “어획량 자체도 줄은 데다가 가락동시장 등 전문도매시장들이 늘고, 온라인 판매나 직거래 등이 많아지면서 시장으로 들어오는 물량이 많이 줄었다. 그나마 소매상인들은 정해진 자리에서 장사를 할 수 있지만, 중개인과 도매상인들은 그렇지 않아 많이 어렵다”고 말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노량진 수산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극복하려는 고심과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나명한 사장은 “아무리 어려워도 손님들이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하고 다시 찾아주실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또 김갑수 조합장은 “전국 수산물 어가의 기준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지금까지 시장을 지켜온 선배님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낼 방법을 찾고 시장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시장 구성원 개개인의 노력 외에도 노량진 수산시장을 단순히 수산물을 유통하는 곳이 아닌 관광명소로 만들려는 다양한 사업도 논의되거나 진행되고 있다. 시장의 번성은 물론 시장의 모든 구성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변화를 이뤄 오랫동안 서울 시민들의 식탁을 책임져온 노량진 수산시장이 지금까지의 명성을 넘어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안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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