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고 달리고 또 뛰고…수산질병 유입 막기 위해 24시간 인천공항을 달린다

<글 싣는 순서>
상.국경 검역관, 그들은 누구인가?
중. ‘잠들지 못하는’ 국경검역관
하. 어느 인천 공항 검역관의 하루

하루 10만명이 오가는 인천국제공항, 1km가 넘는 보세구역 안에  조그만 사무실이 2개 있다. 바로 ‘수산생물 검역관’이 머무는 곳이다. 우리나라 수산생물 보호를 위해 인천공항에서 하루 25시를 사는 사람들, ‘수산생물 검역관’의 역할과 기능 등을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국경을 지키는 사람들은 군인과 경찰만이 아니다. 국가정보원, 법무부 출입국 관리 직원에서부터 농림축산식품 검사검역관, 수산생물 검역관 등 직종만 해도 셀 수 없이 많다.

인천 공항 집계에 따르면 상주기관만 920개, 3만5,000명이 인천 공항에서 어울려 살아간다.
인천공항의 총 부지는 5616만8,000평방 미터. 여의도 면적의 7배 크기다. 54개국 국적기가 하루 평균 720대가 뜨고 내리며 하루 이용객만 10만여명. 이곳에서 수산생물을 검역 검사하는 사람이 바로 ‘수산생물 검역관’이다.


 
그들은 하루 10만여명이 들고 들어오는 가방과 화물 속에 있는 수산생물을 찾아내고 검역 상황을 파악 한다. 수산생물에 피해를 주는 수산생물 질병이 새로운 지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 들은 대한민국 대표 관문인 인천공항에서 매일 ‘수산 질병과의 전쟁'을 한다.

외래 수산생물 질병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 양식 산업을 보호하고 수산생물 질병이 우리의 물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을 예방해  환경을 보호하는 첨병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역은 본래 40을 뜻하는 라틴어(QUARANTUM)에서 유래된 것으로 격리 · 차단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중세 유럽에서 페스트가 유행하던 1374년 이탈리아 베니스항 등에서 해외에서 입항하는 선박을 40일간 외항에 억류시켜 놓고 페스트 발생여부를 조사, 확인한 후 페스트에 걸리지 않은 선원들만 상륙을 허가한 것이 그 시초로 알려져 있다.

검역은 글자 그대로 외국으로부터 전염병의 국내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병원체 및 그 오염원의 유입을 차단하는 조치로 사람, 동물, 식물, 수산물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2010년 11월 발생해 직접 피해만 1,499억원을 낸 구제역 사건은 검역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일깨워 준 사건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양식수산물의 질병에 의한 연간 피해액이 약 3,000억원. 그러니까 외국에서 들어오는 수산물의 검역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수산업계는 상상을 초월할 수 없는 피해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1993년 전북 고창 및 충남 태안의 새우양식장에서 발생한 대하의 ‘흰반점병’, 92년 대만과 중국에서 최초로 발견된 질병으로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모하가 수입되면서 발생한 새우 질병이다.

이 때문에 새우양식장은 몇 년간 새우 양식을 하지 못해 막대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또 1998년 8월~10월 사이 남해안 통영, 거제, 남해 삼천포 해상가두리양식장에서 발생해 118억원의 피해를 낸 ‘참돔 이리도바이러스’도 우리 양식업계를 혼란에 빠트린 사건이다.

하루 10만명 들어오는 인천공항에 수산생물 검역관은  고작 2명 불과

매일 ‘수산생물과 전쟁’…그들이 ‘불법 반입 생물’ 놓치면 양식업계 초토화
 
검역 안 돼 새우 ‘흰반점병’ 참돔 ‘이리도바이러스’ 등 양식업계 큰 피해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수산생물 검역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2008년 12월 ‘수산동물질병 관리법’ 이 제정됐으며 수산식물 및 수산생물 제품이 검역대상에 포함된 것이 지난해 7월에 불과하다.

현재 검역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 소속돼 있는 검역관 수는 119명. 이들이 인천공항에 총 투입된다고 해도 한사람이 하루 1,000명 정도 입국자를 관찰해야 한다. 물론 다른 기관의 협조를 얻어 일을 하기 때문에 직접 이들이 모든 휴대품을 검색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김포공항의 검역관은 10명 내외. 이들은 지난해 3만9,462건, 1,863톤을 검역했다. 1인당 약4,000건, 180여톤을 검사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지금 인천공항에선 검역관 두사람이 하루 24시간 입국자 휴대품을 검사한다. 전혀 업무 개선이 안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휴대반입 금지 수산생물이 유입되고 있는지 해외 전염병 발생 및 불합격 이력 품종이 있는 어종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365일 검사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시장 동향 등을 파악하는 것도 그들의 업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신종 양식 생물의 질병 유입에 대비해야 하고 검역대상 품목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관심있게 봐야 한다. 또 불법 반입 주요 위험노선 수하물 수취대 감시도 강화해야 한다. 사람은 없는 데 갈수록 업무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들 검역관들은 공항이나 항구에서 검역만 하는 게 아니다. 사람이 없으니까 수산물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돼 있는지 여기에 대한 관리도 해야 하고 심지어 품질 인증 및 소금 안전 관리까지 해야 한다. 그들 말대로 “하루하루 인간의 능력을 시험받으면서” 살고 있다.
 

한 인천공항 검역관은 “업무가 너무 많아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며 “어떤 땐 밥은 고사하고 화장실에 가기도 어렵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 들은 뛰고 달리고 또 뛰고 달린다.

수산질병 유입을 막기 위해 24시간 인천공항을 달리는 사람들. 바로 ‘수산생물 검역관’이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나라 수산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양식 기술을 개발하면 뭐 하는냐. 외부에서 들어오는 질병 하나면 모든 것이 끝나는 세상 아니냐”는 한 양식업자 얘기가 ‘수산생물 검역관’이 왜 밤을 잊고 인천공항을 뛰어 다녀야 하는 지를 대변해 주고 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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