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차 베테랑 검역관 백인영씨 “검역은 제2의 국방” 항상 머리에 새겨

글 싣는 순서
상. 국경 검역관, 그들은 누구인가?
중. ‘잠들지 못하는’ 국경검역관
하. 어느 인천 공항 검역관의 하루

하루 10만명이 오가는 인천국제공항, 1km가 넘는 보세구역 안에  조그만 사무실이 2개 있다. 바로 ‘수산생물 검역관’이 머무는 곳이다. 우리나라 수산생물 보호를 위해 인천공항에서 하루 25시를 사는 사람들, ‘수산생물 검역관’의 역할과 기능 등을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검역물 발견됐다 연락 오면 민원인 기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총알’ 질주

 
“검역은 제2의 국방이다”
여성 수산물 검역관 白仁英( 43세)씨. 그는 19년차 베테랑 검사 · 검역관이다. 지난 94년 여수수고(증식과)를 졸업한 뒤 국립수산물검사소에 입소한 이후 통영 부산 주문진 공항 등에서 검역관으로 잔뼈가 굵은 그는 매일 아침 신주단지 모시듯 이 말을 되새긴다. 외래 전염병 유입을 막지 못하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우리 수산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인천 공항에 근무한지도 어느 새 3년째. 그는 6시면 어김없이 눈을 뜬다. 그는 최근 관

 
사에 있다가 신도시(인천시 중구 운서동)에 21평짜리 아파트를 마련, 이사를 했다. 일에 쫒기다 보니 아직 시집을 가지 못해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해서다. 집에서 인천공항 사무실까지 가려면 버스로 20분정도. 6시에 일어나도 사무실로 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소지품을 챙기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지난 16일 오전 8시, 그는 이런 날이면 더욱 울적하다. 주말이라서 버스엔 사람도 없다. 이런 날 어디에라도 갔으면 하는 마음을 뒤로 하고 공항으로 가는 그의 걸음이 여느 때보다 무거워 보인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잠시 뿐.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검역관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의 근무처는 공항 내 CIQ <세관(Customs). 출입국 관리(Immigration), 검역(Quarantine)의 약칭으로 출입국 때 거쳐야 하는 3대 수속을 말함> 사무실.  그는 보안검색대를 지나 사무실까지 가는 도중에도 수하물 수취대와 여행객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본다. 직업은 속이지 못하는 모양이다. 자기도 모르게 눈길이 자꾸 그 쪽으로 쏠린다.
 

 
9시가 조금 지나면서 하루 10만여명이 들고 나는 인천공항 입국장에는 벌써부터 입국자들로 북적인다. 수하물 수취대 23개와 검색대 69여개 앞에선 여행객들의 휴대품을 검색하는 검색견 의 움직임이 한층 빨라진다. 오전 11시경 긴장감이 감도는 CIQ 사무실에 다급한 전화벨이 울린다. 세관에서 검역물이 있다는 호출 전화가 온 것이다. 검역관 2명이 전속력으로 검색대로 향한다. 신속하게 하지 않으면 민원인이 오래 기다리므로 최선을 다해 뛰어 가야 한다. 현재 수산물 검역은 2명의 검역관이 전담을 한다. 최선을 다해 뛰다 보면 숨이 가빠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어 한참 숨고르기를 한 후에야 검역을 시작한다.
 

검역을 하다  보니 어느 새 점심때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식사 중에도 검역물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먹는 둥 마는 둥 점심을 마치고 CIQ 사무실로 돌아온다. 그래도 그는 “잠시나마 공기가 탁한 보세구역에서 벗어나 맑은 바람을 쐬고 나면 그래도 다소 상쾌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다시 전화벨이 CIQ 사무실을 흔든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온 전화다. “수산 검역물을 가지고 가야 하는 데 어떻게 해야 하는냐”는 문의다. 2008년 수산생물질병관리법이 시행되면서 초기에는 혼란이 있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안정화 돼 검역을 문의하는 전화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가 걸려온다.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수산물은 90% 이상이 관상어로 관상어 반입에 대한 문의가 대부분이다. 
 

“왜 못 가져가게 하느냐”“한번만 봐 주라”는 얘기까지 다양한 건의에 곤혹
“다른 기관처럼 3교대 하는 날 빨리 와야 눈 밑의 다크서클 안 퍼질 텐데…”

저녁 7시, 백인영씨는 주간 근무자가 퇴근 한 CIQ 사무실을 혼자 지키고 있었다. 그래도 동료가 있으면 다소 의지가 됐는데 혼자라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외로움이 밀려오는 것 같다.  그러나 검역관에게 이런 것은 사치에 불과하다. 여행객들은 검역관을 한시도 놓아 주지 않는다.

검역증명서도 없이 “단지 관상어가 예뻐서 집에서 키우려고 가지고 왔다”, “왜 못 가져가느냐. 한번만 봐 주라” 심지어 어떤 여행객은 해상종묘나 관상어를 밀반입하려다 걸릴 것을 염려해 여행자 정보가 들어있는 태그(tag) 등을 뗀 채로 수하물 수취대 근처에 버리고 가기도 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검역관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는 “이럴 때 도와주는 동료라도 있으면 다소 마음이 놓일 텐데 혼자서 하다보니까 곤혹스럽고 너무 힘이 든다”고 털어놨다.

11시경, 세관에서 밀반입 건이 있다며 연락이 왔다. 중국인 2명이 해삼종묘를 몰래 가져오다가 세관에 발각된 것이다. 이들은 한국인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반입을 했는데 사람은 모르고 공항에서 기다린다는 얘기만 되풀이한다. 밀반입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는 사례다. 해삼종묘, 실뱀장어, 가리비 종패를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밀반입해 들어올 경우 엄청난 질병을 유발시킬 수 있는데 순간의 이익에 집착해 불법 반입하는 경우를 보면 너무 안타깝다는 게 그의 얘기다.
 

저녁 9시부터 자정까지는 검역관에게 가장 긴장되는 시간이다. 9시부터 11시 사이 가장 위험노선인 필리핀과 베트남에서 여객기가 들어온다. 또 한밤중 중국에서 여행객이 들어온다. 백인영씨는 “하루 중 이때가 가장 긴장을 해야 될 시간”이라고 말한다. 무단반입관련 보고서도 이 때 기록한다.
 

그리고 비행기 도착이 잦아드는 자정과 새벽 4시 사이. 이 시간은 검역관에게 가장 달콤한 시간이다. 잠시라도 긴장을 풀고 쉴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면 어서 씻고 싶다는 생각에 세면도구를 챙깁니다”

새벽 6시, 새벽을 깨우는 건 여전히 전화벨 소리다. 냉동뱀장어 3kg을 신고 없이 샘플로 가져 오다 적발된 것이다. 신고 안내를 해 주고 검색대를 떠나는 사이 공항은 또 다른 손님을 맞기 위해 분주하다.
 

그는 거꾸로 남이 출근하는 시간 퇴근을 준비한다. 퇴근을 위해 CIQ 근무보고를 하러 합동청사 사무실에 들어간다. 피로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그러면서 그는 꿈을 꾼다.
“다른 기관처럼 3교대를 하는 날이 빨리 와야 눈 밑의 다크서클이 너구리 눈처럼 퍼지지 않을 텐데…”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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