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비수기, 힘들어도 ‘만족’만한 ‘만족’은 없어-예년에 비해 해외관광객 줄어든 점 아쉬워

 
“가이바시, 가이바시”
아주머니가 만원짜리 한 장과 천원짜리 여섯장을 꺼내 보였다. 그러더니 왼쪽가에 있는 키조개를 잡고는 손질을 했다. 가이바시는 키조개 관자를 말한다. 손질하던 키조개를 하얀 봉지에 담는데 손님들 중 한명이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거침없이 키조개의 꼭지와 날개부분을 봉지에 담았다. 손님들은 홍콩인들이었다. 가이드는 없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당황하는 기색도 없었고, 손놀림은 주저함이 없었다. 이와 같이 자신감 넘치는 손길의 주인공은 바로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패류를 파는 이정숙(53?여)씨였다. 키조개를 담은 하얀 봉지를 담은 까만 비닐봉투를 건네받은 손님들이 오만원권 네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정숙씨는 5만원권 한 장만 집고는 거스름돈 3만4,000원을 거슬러 주었다. 관광객들이 1만6,000원인데 16만 원으로 잘못들은 모양이었다. 이 씨는 가격만큼만 취했다.
이정숙씨는 “양심적으로 장사를 하면 외국인들이 상호를 보고 가거나 상호의 사진을 찍어가는 경우도 있어요”라며 “입소문으로 우리 가게를 찾는 경우는 정말 보람차요”라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 아울러 해외 관광객들이 물건에 만족하고, 친절에 감사해하며, 이 씨와 함께 사진을 찍어갔을 때 뿌듯하단다. 해외관광객들은 문화적 차이점이 있다. 홍콩, 일본인들은 많은 양은 사지 않고, 소량의 적절량만을 사간다. 푸짐하게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관광객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작년만해도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오곤 했는데 올해는 투어관광객보다는 자유관광객이 많은 추세다. 아무래도 엔화의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에 반해 중국인 관광객은 여전히 많다. 연변사람을 종업원으로 고용하시는 상인들이 있을 정도다.
이 씨는 “패류는 독성의 우려 때문에 계절의 영향을 많이 타지만, 어려워도 힘들다고 말하지 않으려 해요”라면서 “살다보니 만족만한 만족은 없는 거 같아요” 라며 나긋하지만 거침없이 말했다.
<최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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