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자율관리어업연합회 회장 김종주

  필자는 한국자율관리어업연합회의 대표자로서 자연스레 우리나라 수산업 발전과 어업인 소득증대 방안 등에 대하여 고민하는 일이 잦다.

  자율관리어업연합회는 어업인 스스로가 서로 합심하여 어장 및 자원을 자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어업인 소득을 증진하는 등 어촌지역의 공동발전을 추구하는 단체이다.
 
  매년 자율관리어업 전국대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지난 11월 7일에는 벌써 10회째 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수산업은 농업과 달리 주로 공유물을 채취하거나 공동어장에서 행해지는 사업으로써, 개인이 어장 및 자원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또한 관리를 법으로써 통제하는 것도 많은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자율관리어업 공동체를 통하여 어업인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어장과 자원을 관리하는 것은 어업인 자긍심 고취, 지속적인 어업소득, 자원관리 효과 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과거와 달리 어업인의 교육과 의식 수준도 매우 높아져, 자율관리어업의 효과는 앞으로 더 향상되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 수산업과 어촌사회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업인의 자율적인 활동으로는 한계가 있다.

  아직도 우리 공동체는 마을어장을 중심으로 한 양식어업의 비중이 높으며, 어선어업의 비중은 낮은 편이다. 어선어업의 경우 잡는 만큼 소득이 증가해 어업인 개인이 스스로 의식을 가지고 어획제한을 실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연근해의 수산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선어업인의 참여가 더욱 확대되어야 하며, 해당 어업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수산당국은 어업인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정확한 과학적 조사에 근거한 수산자원관리 방안 이다.

  필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견해이긴 하지만, 수산업에 오랜 세월 몸담아 왔던 경험과 수산인으로서 수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우리나라 수산업의 문제점과 수산업 재도약을 위해 필요한 것을 격식 없이 말하고자 한다.

  60~70년대 우리나라 수산업은 국가산업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고 원양어업의 번창으로 수산업이 외화벌이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원양어업에서 번 돈으로 국가기간산업을 일으킬 정도로 수산업이 중요한 산업이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관심과 지원도 컸었다. 다른 산업이 발전하기 전이고 못살고 어려운 시절, 먹거리를 먼저 해결해야 했으므로 바다에 있는 자원을 무한정 잡아내던 시절이었으며, 그리고 그 때에는 물 반 고기 반일 정도로 수산자원이 풍부했었다.

  그러나 오늘날 쥐치·꼼치·까나리·도루묵 등과 같이 과거에는 먹거리로 관심도 없었던 물고기가 특별한 기호식품으로 대접을 받을 정도로 귀해졌다. 실제로 과거에 비하면 우리나라 바다의 수산자원은 고갈직면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과학자는 아니지만 이렇게 수산자원이 적어진 이유를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다. 첫째는 어업기술의 발달로 적정한 어획을 하지 않고 자원을 남획한 것, 둘째는 수산자원의 산란장, 서식장이 오염된 것, 셋째는 급격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생태계 균형이 깨어진 것을 들 수 있겠다.

  생태계가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게 어획하는 것을 남획의 개념으로 본다면, 그동안 정책적으로 어획노력량 관리를 잘 못한 것이 되겠지만, 여기에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제도가 잘 되어 있어도 어업인이 불법어업을 한다면 잘 만들어진 제도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어업정책의 밑거름이 되는 과학적 자료가 잘 못된 것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수산자원조사는 주로 수산과학원이 수행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동서남해를 연 4회 계절별로 조사하는데, 그 넓은 바다에서 몇몇 장소를 트롤로 끌어서 어획되는 어종 및 양으로 우리나라 수산자원량을 가름하고 있다.

  실제로 상업선에서 조업하는 것을 보면 어획량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조금만 옆에서 어구를 끌어도 어획은 천양지차일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지금의 수산자원조사는 수박 겉핥기식 조사라 할 수 있겠다. 이제 어획조사 이외에 다양한 조사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또 수산물 강제상장제도가 없어진 뒤부터는 어획통계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수 많은 소형어선에서 어획되는 어획량은 어디에도 보고되지 않으니, 얼마나 잡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확한 수산자원평가나 예측은 매우 어려우며 수산자원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올바른 수산정책을 수립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앞으로는 과거처럼 그냥 덜 잡으면 자원이 회복된다는 막연한 논리로는 어업인들을 설득할 수 없다. 수산선진국처럼 정확한 수산자원 조사 및 어업통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래 수산자원을 정확히 예측하여 어떤 어종을 얼마만큼 잡을 것인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급격한 기후 변화는 과거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유지해온 어군의 이동, 산란, 회유의 패턴을 변화시켰다. 이에 따라 출현종이 달라지고 자원량도 많이 변화하게 된다. 필자가 보기에는 자원량이 줄어든 것은 확실하지만 그래도 과거에 많이 없었던 어종이 시기에 따라, 지역에 따라 대량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관찰된다. 그러나 예측이 어렵고 해당 어종을 어획하는 어구가 미처 준비되지 않아 어업인의 소득원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 아쉽다. 이러한 것을 미리 예측하고 사전에 조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수산당국의 행정서비스가 절실하다.

  최근 20년 사이, 어업종사자는 40%나 줄었고 인력의 노령화도 심각해졌다. 또한 여성인력 비율도 50% 수준에 이르고 있다. 농촌과 마찬가지로 어촌에서도 젊은 사람을 찾기 어렵다. 특히 어선어업은 높은 강도의 노동력이 필요하므로 고령화에 따른 산업기반 붕괴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향후, 10년 후면 누가 어선을 타고 물고기를 잡아올지 심히 걱정이 된다. 현장에서의 수산기술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해진다.

  자칫 수산업의 근간이 뿌리 채 뽑혀나가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수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고, 종사인구가 적다고 하여 식량산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수산업은 바다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이다. 노르웨이 수산업을 보라! 우리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바다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이제 수산업도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1차 산업 때의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첨단 기술이 접목되지 않는 한, 경쟁력을 갖출 수 없고 살아남기 어렵다. 수산물 자급률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고 수입수산물의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이대로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도약을 할 것 인가? 이제 수산업의 체질을 개편해야 한다.

  적은 비용으로 고품질의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재래식 수산업에서 벗어나 세계와 경쟁하는 수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산분야 첨단기술의 개발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은 위에서 말했듯이 수산자원량의 감소도 한 몫을 하였겠지만, 수산업을 배우지 못하고 천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바라보는 전근대적인 시각 때문에 젊은 인력이 거의 유입되지 않는다는 점과, 그렇기 때문에 창의적인 새로운 기술과 발전 없이 과거의 방식 그대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같은 얘기겠지만, 우리나라 수산분야 R&D의 예산과 인력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점과, 그렇기 때문에 수산자원의 정확한 조사 및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효과적인 수산자원관리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는 점도 들 수 있겠다.

  바야흐로, 세계 선진국은 수산업을 식량안보산업으로서, 미래 고부가가치산업으로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자국의 바다와 해양영토 주권을 차지하기 위하여 경쟁하고 있다. 수산과학연구는 실용연구이기도 하지만 해양영토 주권 확보의 밑그름이 되는 연구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제 정부당국은 수산업을 바라보는 생각부터 바꾸고 수산업의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국가적 지원과 현명한 판단을 보여줄 때이다.

  수산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바다를 아끼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가 노르웨이와 같은 수산선진국이 되기를 바라마지않는다. <김종주 한국자율관리어업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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