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재영(한국수산회 회장)

 
지난 10일 타결된 한ㆍ중 FTA 협상 결과를 우리 수산업계 종사자들은 입시를 치른 수험생이 성적표를 받는 심정으로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성적표는 예상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우리 수산업계가 가장 관심을 가진 초민감품목군에 오징어, 넙치, 멸치, 갈치, 김, 고등어, 꽃게, 전복, 조기 등 국내 생산액의 85.3%를 차지하는 국내 20대 주요 생산품목이 대부분 포함됐기 때문이다.
또 농어, 돔, 민어, 뱀장어 등 조정관세품목과 대게, 소라, 전갱이, 홍어 등 자원관리품목 역시 초민감품목군에 포함됐다.
이와함께 초민감품목에서 제외된 여타 품목도 10년내 단기 철폐되는 수산물은 0.2%에 불과하여 실질적인 국내 수산업계의 영향은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인 바 협상과정에서 어업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조기, 갈치, 꽃게, 멸치 등 중국 어선들이 서해상에서 주로 어획하는 어종을 초민감품목군에 포함시킴으로서 불법어업을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들 어종이 일반품으로 분류되어 10년내 관세가 철폐된다면 중국어선의 불법어업은 한층 기승을 부릴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수산물은 100% 완전 개방돼 우리 수산물의 대중국 수출확대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김, 미역, 넙치, 전복, 해삼 등 62개 주요 대중(對中) 수출품목 대부분이 관세 즉시 철폐 또는 10년 내 조기철폐로 시장 개방이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격 경쟁력만 갖춰 나간다면 13억명의 거대 중국시장에 우리 수산물 수출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수산업계 모두 이번 협상결과에 지나친 기대와 우려는 금물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한ㆍ중 FTA 타결을 계기로 우리 수산업의 체질을 개선하여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중국 거대시장 개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산물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수출 인프라 구축은 물론 어업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국내 보완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한ㆍ중 FTA로 절대우위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넙치 전복 해삼 등 수출전략 품목을 육성해야 하며 이를 위한 방안으로 유휴 간척지를 활용한 대규모 양식단지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 최근 수산양식업의 간척지 활용에 대한 법적 장치는 마련됐지만 관계기관에서는 아직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범정부적 차원의 활성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아울러 어업인들의 의식도 이번 한ㆍ중 FTA 타결을 계기로 새롭게 변모해야 한다. 정부의 자원조성 노력과 어업인의 자원관리 의지가 합쳐질 때 우리 수산업도 더 이상 사양산업이 아니라 ‘희망있는 산업, 도전해 볼 만한 산업‘으로 탈바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ㆍ중 FTA로 우리 수산업이 침체할 것인가, 아니면 한 단계 도약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지금 정부와 우리 수산업계에 던져진 화두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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