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경 자택 나서 밤 11시 관사로…차 속에서도 업무
자상한 성격이지만 한번 정하면 고집 꺾지 않는 '외유내강'

지난 23일 오전 11시.  김영석 해양수산부장관 차가 춘천시 효자동 바다마트 행사장에 들어왔다.  김 장관을 기다리던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임권 수협중앙회장, 춘천시 부시장 등이 반갑게 그를 맞았다. 그는 이들과 악수를 나눈 뒤 안내를 따라 방명록에 준공을 축하하는 글을 썼다. “춘천 수산물 종합유통센타의 준공을 축하드리며 국민의 사랑을 받는 호반의 도시가 바다의 향기와 신선한 내수면 수산물을 즐기는 힐링 공간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갑자기 방명록에 글씨를 쓰라고 하면 ‘글쟁이’ 들도 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는 행간에서 잠시 멈췄을 뿐 어렵지 않게 글을 이어갔다. 

 땡볕 속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그는 “날씨가 참 찬란합니다”며 분위기를 띠운 뒤 축사를 시작했다. 그는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바다와 내수면 수산물을 한자리에서 맛보고 행복한 한 때를 보내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지금 부터는 아마 춘천 닭갈비만큼이나 춘천 송어가 우리국민들에게 사랑받을 것”이라고 수산물 홍보성 축사를 한 뒤 내려갔다. 짧지만 그가 해수부 장관이라는 것을 보여준 시간이었다. 이어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지는 가운데 테이프 커팅, 바다마트를 둘러 본 뒤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점심을 시작했다. 최문순 지사, 이 지역 출신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강원도의회 의원, 관내 수협조합장 등 20여명과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듯 안하는 듯’ 하면서 점심을 끝낸 뒤 동해항 3단계 기공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이곳에 도착한 지 딱 1시간50분만의 일이다. 그의 예정된 시계는 어김없이 그를 태우고 동해항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아침 7시40분경  세종시 한솔동 퍼스트프라임 아파트를 나선다. 이곳이 장관 관사. 세종청사와는 불과 10분 거리에 있다. 그러니까 김 장관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세종청사에 8시면 출근을 한다는 얘기다. 국회나 여의도 서울사무소에 일이 있는 날에는 이보다 더 빨리 집을 나서는 경우가 많다. 서울사무소까지는 시간이 2시간 여 걸리는 데다 출근 시간과 얽히면 상당한 시간을 거리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서울에 일이 있을 때에는 주로 KTX를 이용한다. 그래야 국무회의나 국회, 다른 회의나 약속 시간에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승용차를 타는 날에도 그의 차는 ‘이동 장관실’이다. 주요 보고사항, 메모 보고, 주요 신문 스크랩 기사 등을 보다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업무를 지시하거나 내용을 확인한다. 그래서 김 장관은 “장관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가끔 실감한다”고 귀엣말을 했다. 장관은 ‘명과 암’이 있다. 장관 자리가 남들 보기에는 부러워도 보이고  정말 해보고 싶은 멋진 자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엄청난 업무량에다 자칫 잘못하면 국민들로 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하고 정책 결정의 최종 책임자로서 맞닥트려야 하는 부담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축적된 내공이 없으면 한 시를 버티기 어려운 자리다.
오늘도 그는 춘천에 오는 차 속에서 여러 가지 업무와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당장 27일 열리는 국회 첫 상임위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거론될 세월호 특별조사위 활동기간 연장, 해운산업 구조조정, 중국어선 불법 조업, 게다가 원양어선 선장 등 선상 살해 사건 등 해수부 소관의 크고 작은 업무가 적지 않다. 김 장관은 오늘처럼 산해진미가 있어도 사실 맛을 느끼면서 음식을 먹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해야 하고 정신을 사람들에게 맞추다 보면 음식은 입에 들어가지만 깊은 맛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식사를 하는 듯 안하는 듯’ 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오후 2시30분, 그의 차는 어느 새 양양을 지나고 있었다. 차속에서 잠시 업무를 잊어 보려 하지만 그의 성격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는 전형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이다. 꼼꼼하고 자상하다. 차속에서 뱃장 좋게 자본적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한번 마음먹은 일이나 옳다고 생각되는 일에는 쉽게 마음을 접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게 부산지방해양항만청장 때의 일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해양수산부를 없앤 것을 몹시 아쉬워했다. 그래서 틈만 나면 해양수산부는 부활돼야 한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그것이 정보보고를 통해  장관에게 올라가고 그에게 해수부 부활 얘기를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마저 들렸다. 그러나 그는 그 생각을 접지 않았다. 결국 그는 3년여 부산청장을 했다. 부산청 역사상 가장 오래 청장을 한 사람 중 한 사람이 바로 김 장관이다.

그의 차가 동해항 행사장에 도착하자 역시 춘천 바다마트 행사처럼 그는 최문순 지사와 동해시장, 지역 주민 대표 등 관계자들의 영접을 받으며 식장에 들어 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공식 행사와 간담회 등 공식행사가 끝난 건 5시경. 그러나 그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울로 오는 차 속에서 그는 직원들의 보고를 받는 등 내일 업무를 챙기기 시작했다. 20대 국회 첫 상임위인데다 현안이 만만치 않아 준비를 게을리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오후 7시30분경, 서울은 어둠이 서서히 도심을 덮으면서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 식사를 한 뒤 김 장관 차는 다시 세종시 관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밤 11시가 가까운 시간, 세종시 관사로 가는 그의 손에는  아직 업무가 끝나지 않은 듯 업무용 가방이 들려 있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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