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최초로 울릉도의 존재를 기록한 『라페루즈의 세계일주 항해기(Voyage de La Perouse Autour du Monde)』가 출간된 지 약 230년만에 국립해양박물관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로 전문(全文) 번역됐다.
라페루즈는 프랑스 해군장교이자 탐험가로 아메리카 대륙 북부, 아시아 대륙 등을 탐험한 인물이다.
18C 영국과 프랑스는 세계 탐험을 적극 추진하던 국가로서, 루이 16세는 “영국 탐험가 쿡(James Cook)이 가보지 못한 곳을 탐험·관측하라”는 임무를 라페루즈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페루즈는 약 3년간의 항해를 통해 이 임무를 수행했으며, 그가 보낸 항해 자료는 밀레-뮈로(Milet-Mureau)의 편집을 통해 『라페루즈의 세계일주 항해기』로 출판된 것이다.
『라페루즈의 세계일주 항해기』는 탐험대의 항로를 표시한 세계지도를 포함해 총 11점의 해도가 실려 있고, 이 중에는 우리나라 동해의 해안선과 제주도·울릉도를 실측한 해도와 지도가 포함됐다. 또한 항해에 동행해 울릉도를 처음 발견한 학자의 이름을 딴 ‘다즐레(Dagelet)’라는 명칭으로 서양에 울릉도를 알린 책이기도 하다. 항해기 내용 중에는 ‘다즐레 섬에서 겨우 20리외 떨어진 육지에 사는 조선 목수들’과 같이, 울릉도에 조선인들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표현이 있기도 하다. 이렇듯, 이 책은 서양인이 우리나라 해안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울릉도를 기록한 최초의 자료로서 의미가 있다.
국립해양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라페루즈의 세계일주 항해기』는 1791년 4월 22일 프랑스 국왕의 명으로 출판 작업에 착수해 1797년에 완성된 초판본으로, 총 5권으로 구성돼 있다. 1권은 탐험 전 준비사항과 사전 자료들, 2권과 3권은 항해 당시 보내온 일지와 관측 자료들이 수록돼 있다. 4권은 탐험에 참여한 원정 대원들이 보내온 각종 보고서와 편지 등으로 구성됐고, 마지막 항해도첩은 원정 대원들이 직접 관찰하고 조사해 그린 그림과 해도가 수록돼 있다.
국립해양박물관은 2010년도에 이 책을 수집해, 완역을 위해 2년여 간 기획과 번역과정을 거쳤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이 책의 내용 중 우리나라와 관련된 일부분만 번역 인용해 왔다. 박물관은 항해기의 전체 내용을 파악해 우리나라와 관련된 자료의 의미와 성격을 구체적으로 연구하고자 전문 번역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역본은 현재 출판 준비 중이며, 다음 달 출판 완료될 예정이다. 또한, 항해기 발간을 기념해 프랑스 라페루즈 협회 명예회장(Pierre Berard)을 비롯한 라페루즈 전문가들을 초청한 특별 강연회와 함께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립해양박물관 손재학 관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국민들에게 우리박물관의 소장자료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한편, 향후 박물관의 전시 및 연구자료로 활용해 자료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하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면서 “프랑스 라페루즈 박물관/협회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향후 두 나라의 공동 학술 연구 및 전시 개최 가능성을 높이는 초석을 마련할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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