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주문진읍 강원건어상사 박충열 대표

 
체감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대관령 혹한 속에서 35년 간 한결같이 겨울철이면 7,000여 평의 대관령 황태덕장에서 연간 157만 5,000여마리(4만 5,000여 팬. 팬당 35여 마리) 원양명태를 활복하고 말리는 사람이 있다.

강릉시 주문진읍 소재 강원건어상사 박충열(69세)대표가 바로 이 사람이다. 그는 겨울철 4개월 동안 매일 자신의 대관령 황태덕장을 찾는다. 덕장에 걸어 논 황태가 제대로 마르고 있는지 보기 위해서다. 12월 혹한이 찾아오면 활복한 명태는 대관령 덕장에서 3월까지 얼고 녹기를 반복한다. 그는 명품으로 변신한 황태를 다시 주문진 가공 공장으로 운반해 황태포, 황태채, 통황태로 가공해 전국 각지로 보낸다. 그런 다음 또 다음해 건조할 원양명태를 선별하기 위해 부산에서 구매를 시작한다.

원양명태 구매와 겨울철 대관령 건조, 그리고 황태가공 판매 등 35여 년간 다람쥐 채바퀴 돌 듯 매년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8일 만난 그의 얼굴은 대관령 찬바람 때문인지 빨갛게 얼어 있었지만 얼굴은 평온했다. 그는 그런 일상에서 희열을 만끽한다고 했다. “혹한과 벗 한지 35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대관령 황태덕장은 내 삶의 일부입니다. 산전수전 겪은 사람에게서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듯이 눈 비바람 맞고 4개월을 견딘 황태에게서도 그런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편 주변에서는 박 대표를 명품황태 건조의 달인으로 부른다. 그의 손을 거친 황태는 다른 황태보다 맛과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결은 다른 데 있지 않다. 그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와 보는 관심이 바로 비결이다.

건장한 청년들도 쉽지 않은 겨울철 고된 덕장 작업을 포기하지 않는 박 대표는 이제 무엇이 인생을 아름답게 하는지를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삶이 녹아 있는 명태 덕장에서 오늘도 누렇게 색을 칠하고 있는 황태를 바라본다. 관심이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된 황태덕장 작업 속에서도 박 대표는 훈훈하고 넉넉한 인정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단체에 매월 1백만원을 기탁하고 있다. 왜 그가 만드는 황태가 맛있는지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황태가 익어가는 대관령 황태덕장에서 만난 ‘아름다운 수산인’이다. <박병춘 강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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