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
못난 것일수록 함께 있는 동료나 집단을 망신시키고 불명예를 입힌다는 뜻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킨다”는 속담을 모르는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다.
“과일 망신은 모과가, 둠벙(웅덩이의 사투리) 망신은 미구라지가 시킨다”는 속담은 아마도 그 후속편이 되겠다.

이는 못난 것일수록 함께 있는 동료나 집단을 망신시키고 불명예를 입힌다는 뜻인데 하필이면 왜 죄없는 꼴뚜기나 모과, 미꾸라지가 등장하게 됐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것들의 생김새가 사람의 잣대로 볼때 영 보잘것 없기 때문일게다.

특히 꼴뚜기는 조그만 덩치에 뼈대가 부실해 몸체가 흐느적거리고 비늘이 없는데다 뱃속에 먹통까지 달려 까맣고 꾀죄죄한 모습이다. 그러다보니 어물전에서도 항시 겉도는 개밥의 도토리 신세를 면치 못했을 성 싶다.

“꼴뚜기 장수”라는 말이 있다.
원래는 꼴뚜기를 내다파는 사람이란 뜻이지만 오히려 많은 재산을 다 없애고 어물전에 꼴뚜기만 놓고 팔 정도로 어렵게 사는 사람을 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큰 사업에 실패하고 겨우 보잘것 없는 장사를 할때 “어물전 털어먹고 꼴뚜기 장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꼴뚜기와 관련된 말 가운데 ‘꼴뚜기질’이란 것도 있다.

국어사전은 꼴뚜기질을 ‘손가락을 산(山)같이 꼬부려 남을 욕하는 짓’으로 설명하고 있다.
손가락을 산(山)같이 꼬부린다는 것은 가운데 손가락만 펴고 다른 손가락은 꼬부려 상대방의 앞에 내미는 행동으로 상대를 비하하는 아주 못된 욕이다
이처럼 망신시키거나 낮춰 이를때 등장하는 꼴뚜기지만 장이 설 때마다 시장에서 살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한편 귀하게 여기기도 했다.

장마다 하찮은 꼴뚜기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사람들의 욕심에 불과해서 “장마다 꼴뚜기 날까?”라며 세상에 언제나 자기 마음에 드는 일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이 밖에 다른 사람이 한다고 그 일에 아무 관련도 없고 그럴 처지도 못되는 이들이 덩달아 날뛸때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고 조롱하고 피부가 검은 사람에게는 “꼴뚜기를 진간장 발라 구운 듯 하다”며 놀리기도 한다.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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