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수산교류, 남한 어선의 북한 해역 입어 등 추진

수협중앙회가 지난 21일 남북수산협력단을 신설해 본격적인 대북 수산 분야 교류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수협 관계자는 “4월 판문점 선언 발표와 1·2차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조성된 화해 분위기 속에 수산계의 숙원이던 대북수산협력사업을 추진할 적기라고 판단한다”며 남북수산협력단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수협은 과거 수협중앙회가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1991년 구소련 어장 공동 진출방안 ▲1998년 북한서해에서 공동조업 방안 등을 논의한 바 있고 강원도 고성군수협에서는 2001년 북한과의 공동조업계획을 지자체에 제출 하는 등 대북 수산협력을 지속적으로 타진해왔다.

이어 2007년에는 수협중앙회장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통령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참여해 남북 수산업 교류 협력증진 방안을 논의한데 이어 2015년에는 통일준비위원회에 수산자원관리협력 필요성 등 남북수산협력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처럼 수산업계에서는 수협을 중심으로 30여년전부터 대북수산협력을 지속 추진했지만 남북 간 긴장고조 상황이 반복되면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급격한 정세 변화로 남북수산협력에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수산업계에 고조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수협중앙회는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남북 수산협력 전담조직을 구성해 본격적인 대북수산교류를 주도해나간다는 구상을 내놨다.

수협 남북수산협력단은 우선 북한수산업 실태 파악에 주력하고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교류협력 분야를 발굴할 계획이다.

또 북한 현지 수산업에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을 영입해 대북수산협력을 착실히 준비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수협은 ▲남한 어선의 북한 해역 입어 ▲수산물 양식어장 개발 ▲수산물 가공공장 및 냉동창고 설치 ▲서해5도의 공동파시(波市) 설치 등을 유력한 수산교류협력사업으로 점치고 있다.

남한어선의 북한 해역입어는 가장 빨리 시도할 수 있는 협력 분야로 꼽힌다.
 
선결 절차만 해결되면 남한 측이 보유한 어선세력이 북한 해역으로 즉시 이동해 조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분별한 중국어선들의 싹쓸이 조업으로 인한 어족자원 고갈문제 해소를 위해서도 시급히 추진해야 할 교류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북한 동해수역에서는 2000여척 가량의 중국어선이 입어해 조업 중이나 이들 중국어선은 어족자원에 대한 보호개념 없이 치어까지 싹쓸이하는 방식으로 어획해 어자원 고갈을 심화시키면서 그 여파가 우리 어업인과 소비자까지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동해 대표어종인 오징어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어민 소득이 줄고 가격이 급등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수협 관계자는 “우리 배들이 북한 수역에 입어하면 남북 공동으로 체계적인 어장 보호와 감시도 가능해져 어자원 회복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우리 어선 중 어획강도가 높지 않은 어선(채낚기 등)을 우선적으로 배치해 적정량만 우선 조업하고, 아울러 북한의 수산자원 현황을 조사하여 차츰 입어가능 업종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입어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우리 어선이 북한 수역으로 이동하면 남한 연근해에 집중된 과도한 어획강도를 완화함으로써 한반도 전체수역에서 자원회복이 크게 촉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양식장 설치와 기술 지원으로 북한 양식업 발전을 지원하는 방안도 단기간 내 가시적 성과를 낼 협력 방안으로 꼽힌다.

수협은 남북공동관리를 전제로 해조류와 패류 양식장을 우선 설치해 기술을 지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상 어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수협은 북한의 낙후된 수산물 처리저장시설에 대한 물적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북한수역 입어 어획물 등을 보관하고 가공하기 위한 북한 현지 공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북한 내 수산물처리저장시설의 개보수와 신축 등을 지원하고 이용 권리를 확보하는 방안 등으로 협력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해에 비해 군사적 긴장 강도가 상당히 높은 서해5도에서는 공동파시를 설치해 해상에서 남북 어민들이 어획물을 상호 거래하는 방식으로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파시(波市)는 고기를 잡은 배와 이를 사려는 상인들 사이에 거래가 이뤄지는 바다 위의 시장을 의미한다.

「조선왕조실록」과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파시평(波市坪) 또는 파시전(波市田)으로 기록되어 있는 전통적인 수산물 거래 방식이기도 하다.

수협은 서해5도의 인근 해상에 대형바지선을 띄워 해상 수산물 거래시장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파시를 재현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남북 수산교류는 북한의 식량난 해결과 우리나라 수산자원 및 어민생계 보호 등 남북 간 윈-윈(win-win)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무엇보다도 리스크나 비용 측면을 고려해도 여타 경제교류에 비해 부담도 적다”면서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밝혔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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