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상임 감사, 자회사까지 왜 가나
감사가 자회사가서 업무보고 받고…“전형적 갑질” 지적
경영관리협약서는 ‘노예문서’…자회사 감사 기능 무력화

수협중앙회 감사 권한이 너무 비대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수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이 자회사인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아가 업무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감사란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자리가 아니다. 감사원장이 정부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다른 부처를 돌아다니면 안되는 것과 같다. 만일 감사원장이 업무가 알고 싶다고 각 부처에 간다면 각 부처가 감사원장을 어떻게 모실지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판사는 판결로 말해야 하고 감사는 감사로 말해야 한다.
그런데도 감사가 중앙회 업무도 아닌, 자회사 업무를 파악한다는 이유로 자회사를 방문하는 것은 감사 기능과도 맞지 않고 온당한 처사도 아니다.
감사위원장이 자회사를 방문하는 법적 근거는 중앙회와 자회사가 맺은 ‘경영관리협약서’ 때문이다. 이것은 주주사와 자회사간의 경영 관리에 대한 근본 규범이다. 이 협약서에는 자회사 사업에 관해 어떤 것은 협의하고 보고하고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자회사 경영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자산 처분 취득 등에 대해 간섭하고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목적이 담겨 있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자산 매입의 경우 건당 4,000만원, 개보수는 건당 5,000만원, 자산은 건당 2,000만원 이상 처분할 때는 협의나 승인을 받도록 해 놨다. 하지만 이 협약서는 현실과 괴리가 큰 ‘노비문서’다. 몇천억원의 자산을 가진 자회사 사장이나 임원이 4,000만원이나 5,000만원짜리 자산을 매입하거나 처분하면서 중앙회 일상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임원의 수치고 치욕이다. 지금 4.000만원이나 5,000만원이 그렇게 큰돈인가. 노량진수산시장 냉동기기를 손보면 4,000만원이 금방 들어간다. 또 해수공급장치 개보수를 하는 데도 5,000만원이 필요하고 중매시설 개보수를 하는 데도 2,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그런데도 이런 사업을 하면서 일일이 일상감사를 받아야 한다면 무엇 때문에 자회사 임원을 두는가.
지난해 여름 이런 일이 있었다. 법인은 새로 지은 노량진수산시장 지하층에 있는 가공처리장과 활어보관장의 환경 개선사업을 해야 했다. 지하실 미세먼지를 빼내고 수증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사업은 경제기획부 절차와 중앙회 감사실의 일상감사 승인이 늦어지면서 여름이 지나서야 사업이 완료됐다. 한 법인 관계자는 “시간을 놓쳐 해주고도 좋은 소릴 못 듣고 욕만 먹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시급을 요하는 것을 이중 삼중 체크한다며 시간을 낭비했기 때문이다.
또 자회사에는 감사가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오래 전부터 감사가 있어 왔고 수협유통은 작년에 감사직을 신설했다. 하지만 자회사 임원들에게 감사실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조그만 업무도 중앙회 감사실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회 업무 역시 마찬가지다. 옛날에는 부장들 업무만 일상감사를 받았는데 지금은 임원들도 일상감사를 받아야 한다. 자회사 한 임원은 “중앙회 감사실이 언제부터인가 공룡처럼 변해 있다”며 “다른 기관은 임직원들 책임을 강화하고 감사 규제를 완화하는 데 수협중앙회는 오히려 금액을 낮추는 등 감사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경득 감사위원장은 지난 5일 수협유통을 찾아가 업무보고를 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3일 노량진수산시장 업무보고 후 여러 뒷말이 나오자 이를 취소했다. 감사인지 은행장인지 모르겠다는 얘기마저 나왔다. 정 위원장은 취임 후 기자들과 만나 감사 업무에 대해 “주주의 재산을 지키는 게 감사의 일”이라고 했다. 이제 어떤 게 주주의 이익을 지키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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