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잔등에 뱀장어 넘어가듯
슬그머니 얼버무려 넘어가는 것을 빗댄 표현

 
뱀장어는 이름 그대로 ‘뱀처럼 생긴 긴 물고기’란 뜻이다.
뱀장어는 예로부터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양뿐만 아니라 미국을 제외한 영국, 독일, 프랑스 덴마크 등 서구에서도 즐겨 찾는 스테미너 식품이다. 이는 ‘생김새가 비슷한 것끼리는 같은 효과를 낸다’는 유감주술(類感呪術)의 서고에서 기인한다.
1,200여년전의 일본 고전인 ‘만요슈’에는 “여름철 더위로 몸이 마르는데는 장어가 좋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일본에서도 장어 먹는 역사가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뱀장어는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 긴 뱀과 생김새가 흡사한데다, 어디든 쑤시고 들어가는 성질을 강한 남성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또 뱀장어를 뜻하는 만(鰻)자는 고기어(魚)에 날일(日), 넉사(四), 또우(又)로 되어 있는데, 뱀장어를 먹으면 하루(日)에 네(四)번을 해도 또(又)하고 싶어지는 물고기라 해석하는 해학적인 사람이 많다.
뱀장어는 몸에 점액이 많아 아주 미끌미끌한 물고기이다. 미끌미끌하여 비늘이 없는 것처럼 보이나 아주 작은 비늘이 피부 속에 묻혀있다.
우리말에 ‘메기 잔등에 뱀장어 넘어가듯’이라는 속담이 있다. 뱀장어가 미끄럽지만 메기도 미끄럽기는 매한가지다. 미끄러운 메기 잔등을 미끄러운 뱀장어가 넘어가니 오죽 잘 넘어가겠는가. 이는 슬그머니 얼버무려 넘어가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서양에도 ‘뱀장어 꼬리를 붙잡다’는 말이 있다. 미끄러운 뱀장어 꼬리가 잡힐 리 없다. 이 말은 ‘무슨 일을 잘못된 방법으로 시작하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뱀장어 눈은 작아도 저 먹을 것은 다 본다’는 속담도 있다. 이는 아무리 식견이 좁은 자라도 저 살 길은 다 마련하고 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뱀장어를 얘기하다보면 ‘풍천장어’란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민물과 바닷물이 어우러지는 강 하루에서 긴 바다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뱀장어를 말한다. 맛과 영양에서 최고의 뱀장어를 이르는 말이다.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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