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도 못주는 “가을 고등어”
오메가3 풍부 혈액순환에 도움

고등어는 옛날부터 우리 민족이 즐겨 먹던 생선이었다. <동국여지승람>에도 우리나라 연안에서 고등어잡이가 활발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등어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뛰어난 맛과 영양 덕분이다. 
특히 가을 고등어는 맛이 더 좋아서 사람들이 유난히 즐겨 먹는다. 
 
겨울을 나기 위해 고등어가 왕성하게 먹이를 먹고 살에 기름기가 오르기 시작하면 그 육질이 더욱 부드럽고 고소해지기 때문이다. “가을 고등어와 가을 배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고등어는 뇌세포 활성물질인 DHA가 풍부해 한창 자라는 어린이나 수험생을 위한 밥반찬으로 제격이다. 또 오메가3 지방산이 많아 혈액 순환도 좋게 해주며 어르신들의 심장병 예방에도 큰 몫을 한다. 최근에는 고등어 잡는 기술이 발달해 어획량이 늘어나면서 고등어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 그래서 저렴하면서 영양가가 높은 고등어를 사람들은 ‘바다의 보리’라고 부른다. 
 
고등어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전 해역뿐만 아니라 동중국해에 분포하고 있다. 따뜻한 바다를 좋아하기 때문에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 우리나라 서해와 동해의 북쪽까지 올라오고, 수온이 내려가면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하여 겨울을 난다. 흑산 바다에서 고등어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 것은 아마 그 무렵 해수온의 변화와 관계가 있었을 것이다. 최근에도 우리나라 주변 바다에서 고등어가 점차 줄고 있다. 
 
조선시대 문헌을 보면 고등어는 한자 이름이 여러 가지로 표기되어 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고도어(古刀魚)’라고 돼 있는데, 한자 뜻 그대로 고등어 모양이 마치 옛날 부엌에서 쓰던 칼과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다. 옛 칼을 보면 칼날 부분이 고등어의 배처럼 반짝이는 은빛이고, 칼등은 무쇠라서 검푸른 색을 띠니 제법 그럴듯한 이름이다. 한편 같은 고도어라도 <경상도속찬지리지>에서는 ‘古都魚’, <재물보>에는 ‘古道魚’라는 한자를 사용하기도 했다. 
<자산어보>를 저술한 정약전 선생님은 등이 푸르고 무늬가 있는 물고기라 해서 ‘벽문어(碧紋魚)’라는 이름을 지어 주기도 했다. 그 밖에 등이 언덕처럼 둥근 모양이어서 ‘고등어(皐登魚)’로 불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조선시대에 <역어유해>라는 일종의 어휘 사전이 있었는데, 이 책에는 ‘고도어(古道魚)’에 대한 우리말을 ‘고도리’로 표기하고 있다. 요즘도 크기가 작은 고등어를 고도리로 부르기도 한다. 
 
 
<고등어 젓갈>
“고등어는 동해에 있는데 그 창자 젓이 가장 좋다.”
팔도의 토산품과 별미 음식을 소개한 조선시대 문헌 <도문대작>에 있는 기록이다. 고등어 창자 젓·젓갈을 즐겨 먹는 사람에게도 아마 생소한 음식일거다. 당시에는 무척 귀했다고 한다. 왕에게 올릴 진상품의 목록과 수량, 방법을 적은 <공선정례>에도 ‘고도어장장해’, 바로 고등어 내장 젓갈이 등장한다. 귀할 수밖에 없는 것이, 동해에서 나는 고등어를 내륙에서 맛보려면 고등어를 봇짐에 싸서 태백산맥을 넘어야 했을 것이다. 두툼하나 상하기 쉬운 살은 포기하고, 양은 적지만 소금과 조화를 이루면 맛이 일품인 젓갈을 선택한 것이다. 김병직이 쓴 옛이야기 속 고마운 생물들(2017. 10)에 나오는 얘기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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