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 칼럼/ 문영주 편집국장


곳곳에 신음 소리…나침판 잃고 바다에 표류
내년도 살림 결정한 총회 후에도
보도자료 한 장 안내는 ‘간 큰 수협’
회장 1인에게는 충성을, ‘만인’의 일&

 
수협중앙회 시계가 멈춰있다. 
 
수협중앙회는 지난 2월 서정욱 감사 사태 후 활발하게 움직이던 초침, 분침이 동력을 잃고 있다. 뭐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은행을 제외한 지도경제는 사면초가다. 지도는 수협이 왜 존재하는 지 나침반을 잃고 바다에 떠 있다. 경제는 더더욱 가관이다. 군납은 부정당 업자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벌금 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바다 마트는 사경을 헤매고 있다. 모든 바다마트는 지금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머지않아 부고장이 날아와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일산 덕이점 바다마트는 손님이 하나도 없는 곳에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임대료나 시설비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쌓인 물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겠다는 걱정이 그 가게를 다녀 온 사람들 입에서 거침없이 나온다. 수협 경제사업이 어떤 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왜 마트를 여는 지, 그렇게 손해가 나도 왜 누구하나 얘기하는 사람이 없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백주 대낮에 벌어지고 있다. 일반 회사 같으면 목이 몇 개라도 버티기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주인 없는 회사라 해도 도가 지나치지 않는가. 그야 말로 ‘신이 부러워하는 직장’이다. 
노량진수산시장 문제도 그렇다. 어차피 한번은 부딪쳐야 할 싸움이다. 법원 집행관이 명도를 집행하려 해도 4차례나 집행을 못했다. 그리고 택한 게 단전단수다. 그러나 이 싸움도 간단히 끝날 상황이 아니다. 잔존 상인들과 전국노점상연합회 사람들이 그렇게 호락호락 그 자리를 넘겨주지 않을 거라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그러면 필요한 전략을 짜고 이를 실행했어야 했다. 시장 법인 직원들은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지만 중앙회 직원들은 인사사고가 날까 봐 몸을 움츠리고 있다. 결과는 어떤가. 지금 상황으로 보면 노량진시장 사태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많다. 비록 장사가 안 되더라도 그 사람들이 순순히 그 자리를 내줄리 없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수협중앙회는 임시총회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 총회는 내년도 살림을 결정하는 중요한 행사다. 그렇다면 이 행사가 끝난 후 중앙회는 내년도 우리는 조합원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거라는 걸 알려야 한다. 이것이 중앙회 의무다. 주인인 어민들에게 우리는 내년에 이 예산으로 살림을 이렇게 살 거라고 알리는 건 기본이다. 정부도 국가재정법에 따라 12월 2일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민들에게 이런저런 사업을 할 거라고 대대적인 홍보자료를 만들고 언론에 홍보를 요청한다. 내년 국민의 복지가 이렇게 좋아 질 거며 정부는 이를 위해 이런 일을 할 거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한다. 그리고 그 자료를 아주 설명하기 좋게 만든다. 어떤 것은 문답식으로 만들고 어떤 것은 그래픽을 이용해 이해를 돕는다. 그런데 수협중앙회는 내년도 살림이 결정된 후에도 여기에 관한 단 한줄의 보도 자료도 내놓지 않고 있다. 
홍보실이라는 게 뭔가. 조직의 이미지를 만들고, 조직원은 물론 국민들과 소통하는 최일선에 선 자리 아닌가. 중앙회장 일이라면 득달같이 달려들고 ‘만인을 위한’ 일에는 눈도 껌뻑이지 않는 그 무신경이 놀라울 뿐이다. 이런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홍보실에서 일을 하는 지, 왜 이런 굳은 살이 배겼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노량진수산시장 단전단수 때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은 여론이 어느 쪽으로 가느냐가 중요하다. 아무리 수협이 옳다고 해도 여론이 수협에 등을 돌리면 이 싸움은 백전백패다. 그러면 여기에 대한 대응이 사전에 충분히 준비됐어야 했다. 그러나 수협은 사태가 시작된 후 며칠 후 시장에 브리핑룸을 만들어 운영했다. 
 
한 시장 법인 관계자는 “기자들이 기사를 송고할 곳이 없느냐고 물어와  커피숍을 알려줬을 뿐 미처 생각을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이것은 홍보실 뿐이 아니다. 한 직원은 “지금 수협 임원들은 제대로 움직이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수협회장 선거가 채 4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협중앙회는 지금 시계가 멈춰 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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