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장 측, 여론전 수협은 방어만... "외부서 균형감 잃지 않도록 해야"

 

 

(주)수협노량진수산시장은 수협이 1인 주주다. 수협이 전권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다. 노량진수산시장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협의 주인인 어민들, 그러니까 조합원들이 고스란히 손해를 보는 구조다. 

그렇다면 이 사태가 햇수로 2년을 넘어서 손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면 어민의 대표인 조합장들이 여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재산이 손해가 나 어민들에게 돌아 갈 혜택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조합원들을 대표하는 조합장 들 책무다.
 
어민의 권한을 위탁받은 중앙회가 힘을 못 받으면 힘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줘야 한다. 또 중앙회는 힘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는 지 고민해 조합장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 힘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을 기획해야 한다. 이것이 중앙회와 조합장과의 관계다.
 
집에 불이 났는데도
 
수협중앙회는 지난 22일 내년도 예산을 확정하기 위한 정기총회를 열었다. 조합원들의 대표인 조합장들이 모두 모인 자리다. 그러나 이날 총회는 글자 그대로 예산 총회로 끝나고 말았다. 노량진시장 문제로 지금 얼마가 손해가 나고 앞으로도 얼마나 손해가 날 건지 이런  문제에 대한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지금 집에 불이 났는데도 불을 불로 인식하지 않는 모양새다.
 
왜 시장이 정상화되지 못하느냐, 지난 2년 동안 손해 난 게 얼마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뭐냐. 장사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왜 데모를 하느냐. 물어볼 말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물론 예산총회이고 상황이 조합장들이 나선다고 당장 해결될 일은 아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일이 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물이 들어 올 때 배를 저어야 하는 것’처럼 지금 상황을 빠른 시간 내에 종결시키려면 지금 노를 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사태가 고착돼 아까운 시간을 상당 부문 낭비해야 한다. 
 
문제는 수협중앙회다. 조합장들이 총회에 오면 어떻게 노량진수산시장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조합장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했다. 조합장들의 '넘치는 힘'을 모으는 건 전적으로 수협중앙회 몫이다. 지금 상황에 맞는 행동 플랜을 만들어 동의를 구하고 국민들에게 그들의 생각을 보여주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전국에서 조합장들이 다 모였는데도 그날 총회는 그냥 그렇게 끝났다. 얼마나 아까운가. 조합장들이 버스를 타고 노량진수산시장 앞에서 현황을 살펴보고 성명서라도 발표하면 무슨 난리라도 나는 가. 총회장에서 결의문을 발표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정부 관계 요로에 보내면 정부로부터 미운 털이 박히는 가.  내 식견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는 수협중앙회가 여기에 대해 절실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절실하다면 도움을 요청하는 게 상례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은 여유가 있다는 얘기이다. 
 
올해 안 해결 쉽지 않을 듯
 
노량진수산시장 문제는 올해 안 해결이 쉽지 않다. 지금 비록 구시장이 시장으로서 기능을 못한다 해도 그들이 그냥 순순히 백기를 들고 투항하지 않을 거라는 까닭에서다. 그렇다고 그들을 강제로 끌어내기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아직도 정치권에서 나오는 얘기처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협상은 시간을 요하고 결국 이 사태는 다시 상당 기간 표류 할 수밖에 없다. 연말을 넘기면 새해와 구정이 겹치고 이런 상황에서 강제철거는 여론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구시장 측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고 뒤에 우리 어려운 어민들도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 11월 말이다. 

<문영주>   

저작권자 © 수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