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알권리 위한 보도로 수협과 갈등…7년간 성장 제자리걸음
초심으로 돌아가 '제2의 창간'의 의지로 시작하는 기해년 기대

 
오늘은 우리 시대의 모든 것을 바꿔 놓고 간 스티브잡스 얘기를 하면서 한 해를 시작할 까 합니다. 스티브잡스는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이 가장 닮고 싶은 ‘우리 시대의 아이콘’입니다. 그는 태어날 때 금수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1955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미혼모 대학원생의 아이로 태어났습니다. 아이가 없던 양부모에게 입양돼 실리콘벨리에서 자라며 전자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갔다고 합니다. 
스무살에 부모님의 차고에서 전자공학도였던 친구와 함께 컴퓨터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획기적인 컴퓨터들을 세상에 선 보였고 기업공개와 함께 백만장자가 됐습니다. 그러나 모든 게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나는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에니메이션 장편영화를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10년 만에 다시 애플 CEO로 복귀해 아이맥과 아이팩, 그리고 아이폰을 차례로 성공시켰습니다. ‘차가운 전자 기기에 따듯한 인간의 영혼을 불어 넣는 사람’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독자 알권리와 경영 충돌 위기
 
새해 아침 스티브잡스를 떠 올리는 건 수산신문이 그의 삶의 궤적에서 많은 것을 배웠으면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수산신문은 15년 전 ‘힘 있는 신문. 부끄럽지 않은 신문’이란 낯선 사시를 내 걸고 출발했습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시작부터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알 권리’와 ‘비판’이라는  신문 본래의 기능과 경영이라는 두 개의 가치가 충돌하기 시작했습니다. 독자를 위해서는 신문 본래의 기능을 우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쪽에 치우치다 보니 다른 한 쪽은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수협과의 관계였습니다. 수협과의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한 것은 이종구 수협중앙회장과 장병구 수협신용대표와의 갈등 때문이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등산 후 회식 자리에서 나온 ‘조합장 폄하’발언을 놓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수산신문은 이 갈등을 사실대로 보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 간 갈등이 수산신문에 옮겨 붙었습니다. 수산신문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보도와 신문 기능을 충실하게 하는 일 뿐이 없었습니다. 구독이 끊기고 광고가 끊겼습니다. 내일보다는 오늘을 버티는 게 힘겨웠습니다. 신문을 만든 지 불과 4년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이 때는 수산신문이 엄마의 손을 떠나 혼자 일어서야 할 중요한 성장 시기였습니다. 그런 시기에 수협과의 갈등은 7년 간 계속됐고 수산신문은 저성장의 덫에 걸려 한 발짝도 앞으로 가지 못했습니다. 
 
강타 맞은 듯 아직도 그로기 상태
 
스티브잡스는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위기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섰고 다시 애플의 CEO로 다시 돌아 왔습니다. 그리고 금세기 최고의 작품을 잇달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수산신문은 강타를 맞아 휘청거리는 권투선수처럼 아직도 그로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독자가 필요로 하는 기획기사 하나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고 지면의 빈칸을 메우는 일에 급급하고 있습니다. 나이는 먹었지만 아무 것도 한 게 없는 초라한 노인네 형상입니다. 15년 째 새해 아침 이런 칼럼을 쓰면서 거창한 꿈을 얘기하지만 아무 것도 실현된 게 없습니다. 독자들 알 권리를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은 전부 공염불에 그쳤습니다. 희망을 얘기해야 할 새해 아침부터 고해성사로 칼럼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신문 역할 진지하게 고민할 터
 
염치없는 모습으로 더는 새해 아침 칼럼을 쓰고 싶지 않습니다. 칼럼을 쓰는 게 솔직히 두렵습니다. 계획을 얘기하는 자체가 불경스럽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약속하고 싶은 것은 올해 수산신문은 제2의 창간을 하는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할 까 합니다. 비록 몸과 마음이 지쳐 있다 해도 다시 신문을 만들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지금 수산업은 자원난과 이상기후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수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결코 녹록치 않습니다. 어촌은 고령화의 대표적인 지역이 돼 있는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나가고 어촌에 아이들 울음소리가 그친 지 오래입니다. 정부의 정책은 겉돌고 어업인들의 목소리는 허공에 떠 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전문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 진지하게 고민하겠습니다. 지켜질 것 같지 않은 장밋빛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더는 이런 얘기로 한 해를 시작하지 않겠습니다.  
스티브잡스는 엄청난 부를 가졌지만 맵시 있는 명품 슈트 대신 터틀넥에 청바지를 입고 공개석상에 나타났습니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존경과 신뢰를 보냈습니다. 비록 수산신문이 지금은 초라해 보일지라도 언젠가 스티브잡스처럼 개성 있게 청바지와 터틀넥을 입고 독자 앞에 설날을 꿈꾸겠습니다. 기해년 새해에도 수산인들의 가정에 행운과 만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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