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역사 담긴 수산물 전문회사 반드시 지켜낼 것

점원서 출발 30세때 독립 가게…청와대 신라호텔 등에 수산물 납품

 
김재철 동원산업 회장 등이 잡아온 참치 처음 국내서 판매도
직원 잘못 써 곤혹…“내가 이러는 데 영세업자들은..."
“잘못된 일 바로 잡을 것, 문 닫으면 직원들 갈 곳 없어"
 
 
6.25 직후 서울의 수산물 집산지는 크게 3곳으로 나눠져 있었다. 교통이 편리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서울역과 남대문, 동대문시장이 바로 그곳이다. 60년대 후반, 이곳 수산물 시장은 전성기를 보내고 있었다. 당시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 지금 수산물 유통가의 전설이 된 홍중표(76) 강동수산 전 회장, 조강호 전 삼호물산 회장, 유인국(75) 청해수산 회장, 장공순(75) 유진수산 회장 등이다. 이들은 대부분 이 곳에서 농수산물을 취급하던 상회(商會)에서 점원으로 일을 했다. 유진수산 장공순 회장 역시 군대를 제대한 뒤 26살 되던 해 동대문시장 내 협동상회(協同商會)에서 처음 수산물 일을 시작했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생선을 배달하면서 생선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30세 되던 해, 자립을 해 동대문시장에 조그만 좌판을 얻어 수산물을 판매했다. “당시 수산물에 관해선 무슨 일이든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그의 가게는 번창했다. 70년대 후반 신라호텔, 삼성 등에 납품을 시작했다. 박정희 정권 때는 수산물 취급 유통업자로서는 처음 청와대에 수산물을 납품하기도 했다. 청와대 납품은 김대중 대통령 때까지 계속됐다. 그러다 노무현 대통령 때 납품이 끊어졌다. “청와대에 파티 등이 많아야 납품을 하는데 노무현 대통령 때는 파티가 적어서인지 수산물을 구매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80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동원산업, 동원수산 등에서 잡아온 참치를 국내에 팔기 시작했다. 이 때 만든 회사가 ‘유진참치’. 참치하면 ‘유진참치’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돈을 벌면 땅을 사기 시작했다. 지금 유진수산이 있는 인천 계양구 서운동 2,000여평의 부지도 이 때 장만했다. 또 잠실 석천호수 주변 일식당인 ‘호림’과 주변 땅 900여평을 산 것도 이 때다. 땅을 사 거기에서 수산물을 가공하거나 식당을 하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80년, 인천 효성동 공장을 인수했으며 냉장 냉동 능력이 크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참치를 보관할 수 있는 초저온 창고를 지었다. 그리고  2004년 2,000여평의 서운동 땅에 수산물 가공공장을 짓고 수산물 전용 마트와 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신라ㆍ롯데호텔,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 납품을 하기위해 해썹(HACCP)인증도 받았다. 그는 노량진수산시장에 숭어나 다른 생선들이 팔리지 않아 수협이 사달라는 전화를 하면 이를 한번도 거절한 적이 없다. 그는 가공해 마트에 팔거나 회로 떠 식당에서 팔 루트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인천에 있는 유진수산에 찾아오는 고객만 연간 5만여명, 유진수산이 연간 거래하는 금액도 연 600억원 가량된다. 여기에 노량진수산시장, 잠실 ‘호림’ 등 식당과 마트에서 판매하는 것 까지 합치면 700억원은 족히 넘을 거라는 게 유통가 분석이다. 
 
그러나 50여년 전 점원에서 시작해 이제 수산물 유통업계 전설이 된 장공순 회장에게 요즘 말 못할 고민이 많다. 몇 년 전 직원으로 들어온 친구가 회사 사진을 찍고 문제가 될 수 없는 것들은 당국에 고발하는 등 회사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12월 유진수산 직원으로 있던 K모씨가 식약처, 구청위생과, 언론사 등에 악의적인 투서를 하고 심지어 이마트, 롯데마트 등 주요 거래처 20여 곳에 이런 내용을 보내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글자하나(인터넷상 표시) 잘못 썼다고 유진수산 물건을 파는 회사까지 고발하고 롯데마트에 납품한 물건 중 그림이 훈제연어 그림이 아닌 것 같다는 등 100여건이 넘는 민원을 구청에 내고 있습니다”
이 일로 유진수산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이마트가 거래를 중지했으며 매출 30%를 차지하고 있는 호텔 등도 당분간 이 일이 끝날 때까지 일부 품목은 납품을 중단했다고 했다. 이 일로 유진수산은 2017년 대비 매출이 약 50% 가량 줄었다. 적지 않은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혐의 없음으로 결과가 나와도 대기업에서는 이런 문제가 생기면 납품을 중단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회사가 직원 한 사람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 같으면 회사 문을 닫고 싶은 게 사실이다”며 “이로 인해 직원도 200명에서 100명으로 절반이 줄었다”고 했다. 왜 그 직원이 그러는 지 대해서는 “이렇게 투서를 해 놓고 다시 회사를 다니겠다고 한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장 회장은 “투서 후 이마트 감사실에서 6명이 현장 조사를 나왔고 다음으로 불량식품 근절단에서 나와 1박2일 동안 회사 3년 치에 대한 조사를 했지만 나온 것은 증거불충분, 혐의 없음이었다”며 “미세한 것은 시정명령을 하라는 게 전부였다”고 했다.  “투서가 있고 난 뒤 식약처, 구청, 경찰서 등에서 처음엔 유진수산을 나쁘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유진수산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악의적인 투서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조사하러 사람들이 수시로 오고 가면서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투서로 인해 회사가 전쟁터나 다름없이 됐습니다. 20여군데 거래처에서 하루가 멀다하게 조사를 나오고 식약처, 구청 등에서 끊임없이 조사를 나왔습니다. 제대로 일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제품 개발과 영업을 해야 될 직원들이 매번 식약청, 구청, 기자들과 접촉해야 하고 민원과 관련, 조사를 받아야 하는 등 소모적인 일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50여년 동안 수산물 판매라는 외길을 겪으면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하고 있다. 평생을 몸담고 일했던 것에 대한 자괴감과 허탈감이 큰 모양이다. 그래서 그는 참다못해 그를 업무방해죄를 걸어 경찰에 고발했다. “우리 같은 회사도 이런 어려움을 겪는데 우리보다 적은 회사에 이런 일이 닥치면 회사가 견딜 수 있겠느냐”며 “그들을 위해서도 이 싸움은 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도 했다. “회사 문을 닫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일터를 잃게 되는 100여명의 직원들을 생각해 마음을 다시 추스르고 있다”며 “공장을 새로 짓고 있는 작전동 제1공장이 2월 준공하면 반납했던 해쎕을 다시 받아 제2도약을 시작하겠다”고도 했다. 
 
“48년 동안 지켜왔던 수산물 회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역사가 깊고 오래된 수산물 전문 회사입니다. 이런 직원 한사람 때문에 회사가 망하진 않을 겁니다. 망해서도 안 됩니다. 반드시 직원들과 함께 다시 일어설 겁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구청 등은 빠른 시간 내 이 사건이 종결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 주기 바랍니다. 수산업계도 애정을 가지고 이 싸움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문영주>
<사진기사> 
유진수산 건물 벽에는 ‘원산지 표시 철저, 식품위생법에 의한 표기, 유통기한 엄수, 합법적인 상거래 엄수, 법대로 법을 지키기”란 커다랗게 쓴 글씨가 걸려 있다. 유진수산 사훈이다. 장공순 회장은 여태껏 이런 사훈을 지키며 경영했는데 어이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안타까워 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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