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생이는 남도의 바닷가에서 오로지 겨울철에만 만날 수 있는 녹색 해조류의 하나이다. 
 
무쳐먹는 파래나 감태와도 비슷하게 생겼는데 이것들보다는 굵기가 훨씬 가늘어 생김새가 마치 어린아이가 물 속으로 잠수해 들어갈 때 풀어지는 여린 머리카락 같기도 하고 참빗으로 잘 빗어 넘긴 여인네의 머릿결 같기도 하다. 
 
매생이는 특유의 향기와 맛을 지니고 있어 선조들이 오래전부터 식용으로 애용했는데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매산이’로 자산어보에는 ‘매산태’로 소개돼 있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매생이의 특징을 ‘누에 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빛깔은 검푸르다’,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고 묘사하고 있다.
 
누에 실보다 가늘어 ‘실크 파래’라는 재미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매생이는 주로 굴을 넣어 국으로 끓여 먹는다. 
 
청정해역에서 나는 매생이와 굴, 다진 마늘과 참기름 정도가 재료의 전부이지만 잘 끓여진 뜨거운 매생이국을 훌훌 불어가며 입안에 넣을 때면 미각을 부드럽게 자극하며 감도는 바다의 향기와 고소한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또 한가지 매생이국은 아무리 팔팔 끓여도 김이 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런 까닭에 멋모르고 덥석 입안으로 삼켰다간 입천장을 데기 일쑤다.
 
그래서 남도 지방에서는 ‘미운 사위에 매생이국 준다’는 속담이 전해내려오고 있다. 
 
그렇지만 사위 사랑은 장모라고, 딸가진 죄로 아무리 사위가 밉다 한들 입천장을 데게 할 장모가 어디 있겠는가.
 
매생이가 나는 곳은 대부분 김 양식이 활발했던 곳으로 남도에서 김발을 하는 철이면 고양이 손도 빌려야할 정도로 일손이 절실해 이런 속담이 생긴 것이다. 
 
김 양식 일이 힘들어 시집간 딸자식이 편히 살아주기를 비는 부모의 마음을 나타내는 말 중에는 또 ‘해태(김) 고장 딸 시집 보내는 심정’이라는 말이 있다. 
 
또 ‘미운 사위 놈 매생이국’이란 말은 딸의 행복과 불행을 좌지우지하는 사위를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 수 없는 사위에 대한 애증이 함축된 말이 아닐까 싶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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