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출범 앞두고 동분서주
“어선검사 업무 뒤로 밀려나는 것 아니다" 뿌리 강조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다”는 얘기는 이제 고전이다. 
사회 곳곳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커지면서 유리천장을 깨는 여성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독 해양수산계는 이런 분위기에 인색했다. 이런 환경을 깬 사람이 바로 이연승(51) 한국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이다. 
 
이 이사장은 부산대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공대에서 선박설계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연구소, 대우조선해양 성능연구소 및 한국과학기술원 해양시스템공학 전공을 거쳐 홍익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이 분야는 아직까지는 여성의 도전이 드문 분야다. 조선업계와 학계가 남성 중심의 영역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인식을 깨고 여성으로서는 우리나라 최초 조선공학 분야 박사라는 명예도 얻었다. 의지와 신념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월 이 이사장을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에 임명했다. 20여 년간 연료절감형 선형개발, 친환경 선박설계, 해양신재생에너지 등 미래형 해양 신산업분야 연구를 도전적으로 수행해 온 점을 높이 산 것이다. 젊은 인재와 여성이라는 점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파격, 발탁인사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런 그가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리고 지금 그의 앞에는 7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출범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놓여 있다. 
 
-유리 천장을 깨고 해양수산 산하기관·단체장 중 첫 여성 수장이 된 지 1년이 지났다. 국내 유수의 조선업체와 국내·외 관련 학계를 두루 거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많이 했다. 스스로 1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연구하고 학교에만 있다 와 솔직히 처음엔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올해는 7월 해양교통공단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제 나름대로 생각을 펼쳐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없었다면 당시 이사장에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취임식 때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고성능 친환경선박기술을 초석으로 기술기반의 ‘선박안전’, ‘운항안전’, ‘해양환경안전’을 이뤄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증진시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잘 되고 있는가. 
“수산분야만 본다면 기존의 규제중심의 어선검사에서 벗어나 어업인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안전관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수도권,동·서·남해 권역별 스마트검사센터 설립을 통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검사기법을 도입해 어업인들의 어선검사 만족도와 검사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연안 양식장관리를 위한 드론서비스 지원 사업 추진, 도서지역의 지정정비소 설치를 통한 선박검사 서비스 제공 등 어업인의 수검 편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그러면서 “어업인들의 안전 조업을 위해 연안어선 선형 개발 및 보급사업과 어선안전지수 개발 등 어선 중심의 연구개발 활성화하겠다"며 "최근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어선의 전복 및 화재 사고 예방을 위해 공단의 기술과 힘을 모아가겠다”고 어업인 안전을 거듭 강조했다. 
 
-여성이사장으로서 어려움은 없나.
“오히려 안이나 밖에서 많이 배려해주시고 많이 챙겨주셔 소통할 기회가 많다. 특히 이번에 공단법 국회 통과 과정에서도 국회에서도 설명을 많이 들어주셔서 일이 잘 진행된 것 같다”
 
대담을 하기로 한 63빌딩에서 내려다 본 한강변은 입춘을 10여일 남겨뒀지만 마치 봄날처럼 따듯하고 평화스러운 모습이었다. 이 이사장은 간간히 밖을 쳐다봤다. 그의 눈빛은 때론 예리하게 빛났으며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처럼 강한 의지가 보이기도 했다. 
 
-공단이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 새롭게 출범 예정이다. 그 배경은 뭔가?
“그간 도로 등 육상 분야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교통안전체계를 구축하고 안전 분야에 대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사고를 크게 줄이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해양분야는 해양교통안전을 전담하는 기관이 없어 해양교통안전체계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최근 들어서는 해양교통량 증가, 낚시 및 해양레저활동의 급격한 증가 등으로 해양안전을 위협하는 요소 또한 많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국회에서 해양교통안전 전담기관 설립을 위한 제정안이 발의된 배경이다”
 
-당초에는 새로운 공단을 만들겠다고 한 것 아닌가. 
“당초 발의안에서는 새로운 공단을 신설해 업무를 전담하고자 했다. 그러나 기재부 협의 및 국회 상임위 심의 절차 등을 거치면서 업무 유사성, 예산 절감 등 효율성을 고려해 우리 공단을 확대·개편하는 수정안이 마련됐으며 지난해 12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는 “지난 1년간 법안 심사 과정을 거치면서 공단은 국회, 해양수산부 및 해양수산 유관기관과 지속적인 협의 등 소통을 통해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 해양안전을 담보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왔다”며 “해양안전교통체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공단 설립 전까지 마련할 계획이다”고 했다.
 
-공단이 출범하게 되면, 어떤 점들이 많이 달라지는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해양교통안전관리의 종합적·체계적 수행을 위해 출범하는 것이다. ‘해양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을 정부와 함께 선도적으로 이끌어 감으로써 육상교통과 같이 심도 있는 안전대책 수립과 시행은 물론, 피드백 과정에 이르기까지 일원화된 체계를 구축해 선진국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은 뭔가.
“국민들의 해양안전의식 제고를 위해 대국민 교육, 홍보 분야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선박 종사자 스스로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AI·IoT·빅데이터 등 4차산업기술을 바탕으로 해 해양교통안전에 관한 안전진단, 교통체계 개선 등 R&D 활동도 폭넓게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공단의 주요업무인 선박검사, 여객선 안전운항관리업무도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을 통해 기술적 고도화를 추진하겠다” 
 
-공단은 지난 1979년, 한국어선협회로 창립해 어선검사를 주요업무로 출발했다. 업무 확대에 따라 기존 검사 업무가 한쪽으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그런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다. 공단이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 확대·개편하게 된 바탕에는 지난 40년간 선박검사업무를 통해 축적된 공단의 기술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단의 근간은 선박검사로, 새로운 공단으로 출범 후에도 차질 없는 선박검사업무를 통한 해양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은 변함없을 것이다”
 
“어업인들은 우리 기관이라는 생각을 했을 텐데 우리 기관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단체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어업인들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머리를 흔들며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뿌리’를 강조했다.  
“그건 오해다. 우리 모체는 어선검사를 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이미 선박검사를 강화하기 위해 기재부와 협의를 통해 지난 3년간 선박검사원 26명을 증원했다. 지부 근무 여건 개선 및 검사장비 확대 등 현장검사 여건도 개선하고 있다. 해양사고 취약선박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케어십’프로그램, 선박무상검검서비스 및 기관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장치 시범 설치 사업 등을 어선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불합리한 제도 등의 개선을 이뤄냄으로써 어업인 여러분의 조업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오히려 “새로운 공단의 출범에 따른 새로운 사업은 검사원 등 기존 인력이 아닌 새로운 인력을 충원해 수행할 예정”이라며 “특히 연구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를 영입함으로써 선박검사업무와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면 새롭게 추진되는 어업인 안전서비스는 어떤 내용이 있는가. 
“공단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의 전환에 따라 기존의 규제중심의 어선검사에서 벗어나 어업인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안전관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먼저 수도권과 동·서·남해 권역별 스마트검사센터 설립을 통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검사기법을 도입해 어업인들의 어선검사 만족도와 검사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 두 번째로는 연안 양식장관리를 위한 드론서비스 지원 사업 추진, 도서지역의 지정정비소 설치를 통한 선박검사 서비스 제공 등 어업인의 수검 편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이와 함께 연안어선 선형 개발 및 보급사업, 어선안전지수 개발 등 어선 중심의 연구개발 활성화를 통해 최근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어선의 전복 및 화재 사고 예방에 대처하겠다” 그는 “특히 해양교통전문방송사업을 확대해 다양한 기관에서 개별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해양교통안전정보 및 조업관련 정보를 어업인들에게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어업인들의 안전한 삶과 조업증진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현재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설립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가. 
“해양사고 저감과 해양교통 체계 구축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의지로 지난해 12월 31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법’제정안이 공포됐다. 오는 7월 선박안전기술공단을 확대 개편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 설립될 예정이다. 새로운 공단의 차질 없는 설립을 위해 민·관·학계 전문가 30명으로 설립 추진단을 구성해 지난 18일 공단 본부에서 착수회의를 가진 바 있다. 외부 컨설팅 업체용역을 통해 신규 사업 계획서 마련, 타 기관 중복사업 여부 검토 및 중장기 로드맵 수립 등을 오는 3월까지 완료해 기재부와 협의 때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그러면서“‘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설립은 바다에서의 국민의 안전이 가장 최우선시 돼야 함을 명시하고, 설립 과정에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이사장 역할이 주목을 받을 것 같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활동을 할 건가. 
“먼저 정부와, 국회를 비롯한 해양수산가족 여러분께서 공단에게 큰 숙제를 주신 데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국회는 물론 해양수산 유관기관, 학계 및 산업계 전반에 걸친 많은 전문가분들의 고견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감 없이 듣겠다”
이 이사장은 “그런 측면에서 오는 7월 공단 설립 전까지 대외기관과의 소통 강화에 전력투구하겠다”며 “이를 통해 안전을 위한 새로운 사업들이 구체화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공단을 대표해 해양수산계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
“해양교통량 증가, 해양활동의 다양화·고밀도화, 그리고 이상기후 등 새로운 해양교통안전의 위험요소가 등장함에 따라 해양사고 발생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민들의 해양안전에 대한 요구 또한 급격히 높아지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에,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설립은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비롯한 공단 임직원 모두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해양안전 전담 기관의 일원으로 새 출발하는 것에 자부심과 열정을 가지고 해양안전의 선봉에 서서 주어진 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 특히 해양안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선진 해양안전체계 구축함과 동시에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많이 개발돼 현장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정부와 현장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그는 “이를 통해 바다에서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한편, 우리나라가 글로벌 해양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며 “해양수산가족 여러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했다. 
 
그는 이날 오전 8시경 세종시를 출발해 서울로 와 일정을 마친 뒤 오후 1시 해경청과 업무협의를 위해 인천으로 다시 차를 돌렸다. 공단 한 직원에게 “우수에 찬 모습의 사진을 하나 구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너무 일을 많이 해 우수에 찬 모습을 볼 수가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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