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4차 산업혁명기술과 연관해 ‘스마트’란 말이 여기저기 쓰이고 있다. 최근에 우리 수산분야에도 ‘스마트양식’이란 용어가 빈번하게 나오고 침체일로에 있는 양식 산업의 미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그렇다면 스마트 양식의 정의는 무엇인가?
 
정부가 말하는 스마트 양식이란 “4차 산업혁명기술의 자동화·지능화를 통해 인건비, 사료비등 경비절감을 통해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이는 양식”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하는 개념은 좋으나, 이러한 스마트 양식이 우리의 양식현장에 잘 접목돼 어민들의 소득제고에 연결된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정책의 현실수용성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양식 산업의 핵심이슈는 친어 및 치어, 사료와 질병, 에너지 및 전체적인 관리기술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러면 분야별 하나하나 우리의 현실을 진단해보자. 
우선 물고기를 잘 키우려면 좋은 어미와 치어가 공급돼야 함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우리 양식 현장은 어떠한가? 건강하고 무병인 친어가 있어야 무병인 새끼가 생산되는데,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양식 품종에 대한 무병친어를 관리·보존하는 어종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다. 실례로 대표양식 품종인 넙치도 무병으로 관리되는 친어가 없는 실정이다. 폐사율이 거의 50%에 육박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질병관리를 잘하는 유럽에는 수출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새우양식의 경우, 무병어미와 무병치어가 없어 입식하는 모든 치하를 미국에서 수입해야하는 현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마디로 양식의 출발점인 우량친어와 치어의 질병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사료와 질병분야이다. 주지하는 바처럼 주요 양식품종의 경우 아직도 생 사료를 중심으로 연간 40만톤 가까이를 급이 하고 있다. 물론 배합사료의 성분과 효율성이 좋아지고는 있으나, 하루속히 배합사료로 주요 대부분 양식장이 전환되기 전에는 자동화를 통한 스마트 양식은 요원한 일이다. 질병분야는 가장 뒤처져있다. 대부분 어종이 사육 중 질병폐사율이 높아지고 있으나 제대로 된 처방이 없는 실정이다. 가끔씩 국가연구기관에서 개발됐다고 하는 백신이나 약제는 대개 효과가 미비하거나 현장에서 배척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더욱이 문제는 진단과 처방이 한 몸처럼 이뤄져야 하나 제대로 된 진단이 되질 않다보니 처방이 제대로 될 일이 없고, 이 문제는 국가의 질병관리체계, 즉 검역과 방역이 분리되어 있는 현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스마트 양식장에서 질병 폐사율이 현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어찌 될 것인가!
 
셋째, 에너지 효율과 양식기술 분야이다. 다 아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육상양식장은 아직도 거의 대부분이 연중 사육수를 공급하고 배출하는 유수식 양식방법이 주류를 이룬다. 이로 인해 사육수를 공급하기 위해 대형모터를 24시 내내 돌려야 함에 따라 전기료로 인한 비용부담이 매우 큰 것이 현실이다. 이를 벗어나기 위한 순환여과양식을 여러 차례시도 했지만 세계적으로도 아직 상용화된 나라가 드물고 우리나라는 일부어종(뱀장어)을 제외하고 전무한 실정이다. 거의 유일하게 바이오 플럭을 활용한 순환여과양식을 보유하고 양식하는 곳도 있지만 아직 국가차원에서 보급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한마디로 우리의 양식기술은 아직도 24시간 바닷물을 강제 순환시켜야 하는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에 따른 에너지 비용과 연안의 오염된 바다에서의 병원균 유입은 우리 양식 어업인을 오늘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현재가 이러할 진데, 4차 산업혁명기술을 접목한다고 상기에서 열거한 양식의 핵심문제들이 해결되고, 그를 바탕으로 스마트 양식이 과연 될 것인가? 현실은 매우 부정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우량친어 및 치어 문제는 그야말로 양식 산업의 출발점이자 기본이다. 따라서 무병친어를 보존관리 하는 것은 민간영역의 임무가 아니라 국가가 담당해야할 일이다. 그럼에도 건강하고 무병인 어미를 보존하고 그로부터 무병치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일부 개인 양식장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이는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때문에 국가는 무엇보다도 먼저 양식 산업의 가장 근간이랄 수 있는 주요양식어종에 대한 무병친어 보관관리 및 무병치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두 번째 사료 및 질병관리 분야인데, 우선 배합자료 보급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연안자원인 새끼고기 즉 치어를 잡아 생사료로 양식장에 연간 40만톤 공급되는 상황은 당장 중지시켜야 한다. 이는 연안 수산자원을 고갈 시킬 뿐 아니라 양식 산업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모든 어종의 치어 포획 금지와 더불어 배합사료 사용 강제해야 한다. 물론 배합사료 사용비율이 30~40% 수준 되는 넙치양식부터라도 즉시 의무화를 실시하고 점차 대상어종을 확대해야 한다. 이 문제는 여러 번 시행이 연기 됐으나 이제는 더 이상 용인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양식질병 관리분야는 가장 낙후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은 폐사율이 40~50% 이상을 기록하는 넙치, 전복업종에 대한 폐사율은 시급히 낮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질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국제수준의 진단법을 보급하고, 그에 따라 현장에서 효용성이 높은 백신이나 약제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무슨 진단키트 같은 연구 성과 중심의 업무는 지양돼야 함은 물론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질병구역과 청정구역이 구분되지 못하는 상황인데, 한마디로 질병이 발생한 양식장이 있다하더라도 양식장 외부와 내부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 하다는 것이다. 낙후된 질병방역으로 인한 막대한 질병피해가 더 이상 선의의 양식 어업인들에 전가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물론 보다 효율적인 질병관리를 위해서는 연구기관에서 방역업무라는 행정집행업무를 지속하는 기형적인 업무시스템을 하루속히 정비해 검역과 방역기관의 일원화는 어업인을 위해 하루라도 늦추어서도 안 될 일이다.
 
셋째, 양식기술과 에너지 효율분야는 가능성은 있으나 올바른 방향은 못 찾고 있는 것 같다. 에너지 비용과 질병을 동시에 유발하는 현행의 유수식 양식방법은 그야말로 전통적인 방법이다. 다행히도 최근 몇년 전부터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 플럭(Bio-floc) 양식기술이 완전하지는 않으나 도입되어 많은 진전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미완성이거나 어업현장에 적용키 어려운 실험실 수준이다.
 
다행히도 이러한 바이오 플럭 기술을 이용해 순환여과를 완전하게 구현하여 대량양식에 성공한 양식장이 우리나라에 숨어있다. 물론 에너지는 거의 투입되지 않고 배출수도 자체 정화함은 물론 사료투입도 혁신적으로 감소시키고 있다. 사실 정부가 지향하는 스마트 양식의 원천핵심기술을 보유하고 대량양식에 성공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입안자들이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하루 속히 벤치마킹하고 육성한다면 세계적인 양식기술과 에너지 관리기술이 바로 우리 눈앞에 와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생활주변에 와 있고, 우리 수산업도 이를 피해갈 수 는 없다. 
 
현실, 즉 어업현장에 뿌리를 내리지 않은 수많은 일회성의 종합대책이나 이벤트성 정책의 예산낭비와 공허함은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조금 돌아갈지라도 근본을 바로잡고 가는 것이 결국 접경인 것이다. 우리의 양식어장, 스마트 양식과 함께 수산업이 세계 일류 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면서, 원대한 꿈을 위해 먼저 계단 한층을 오른다는 “등관작루(登?雀樓)라는 당나라(왕지환)한시를 소개한다. 필자는 천리 먼 곳 다시 말해 원대한 일을 도모하기 위해 심모원려의 뜻일지라도 당장 지금 할 수 있는 발 밑 계단하나, 근본이 되는 현실부터 돌아보아야 한다고 했다. 
 
「白日依山盡 밝은 해 산자락 끝으로 기울어 가고
  黃河入海流 황하강 물줄기 바다로 흘러드는데
  欲窮千里目 천리 밖 먼 곳까지 보고 싶거든
  更上一層樓 또다시 누각 한 층을 오르네」   <박신철 수협조합감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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