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작으로 어려움 겪는 양파는 전국적으로 소비 촉진 운동 벌이고 있는데...

“TV에서 수입연어로 각종 요리를 만드는 것을 볼 때마다 속이 끓어요. 광어가 소비가 안 된다면 국내산 광어로 다양한 요리를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도 만들어 광어를 소비하도록 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것이 소비촉진 아닌가요. 그런데도 해양수산부나 수협중앙회는 강 건너 불 보듯 해요. 입만 열면 수산물 소비촉진한다고 하는 데 그들이 뭘 합니까”

20년간 제주도에서 광어와 우럭 양식을 하고 있는 Y모(54)씨는 한 요리사가 TV에 나와 연어 레시피를 소개하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모양이다. 그러잖아도 수입연어 소비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마당에 연어 소비가 더 늘어나도록 방송에서 연어 요리를 소개하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최근 수입연어 때문에 광어의 국내소비가 현저하게 줄면서 어류양식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활어의 대부분을 수입해가는 일본이 얼마 전 WTO 패소 후 광어 수입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는 제대로 된 소비촉진 홍보물 하나 만들지 못하고 있다.

양식업자들은 요즈음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했다. 앞으로 양식을 계속해야 할 건지, 사업을 접어야 할 건지 기로에 서 있다고도 했다. 갈수록 소비는 줄고 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는 광어나 우럭 등 다른 양식어류의 소비를 어떻게 확대시킬 것인지 뾰족한 대책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방송국에 부탁해 수입 연어 대신 우리 수산물을 많이 소비할 수 있도록 요리 시간에도, 다른 먹방 시간에도 우리 수산물 레시피를 많이 다뤄달라는 얘기마저 못 하고 있다.

반면 농민들에게 어려움이 닥치면 모든 곳에서 이들을 돕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풍작으로 양파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자 정부와 민간에서 대대적인 양파 소비 촉진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농식품부, 농협은 물론이고 서울시를 비롯해 안동 제천 창원 등 지자체도 양파 구매 및 양파 판매 행사를 전개하면서 농가를 돕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도 지난달 23일 유튜브 '백종원의 요리비책'을 통해 양파 손질 및 보관법을 소개하는 등 양파 소비 촉진 대열에 동참했다. 1편의 유튜브 조회수만 322만뷰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양파볶음·만능양파 스프·만능양파 샌드위치·만능양파 간장비빔면 등 요리법을 연달아 소개했다. 롯데 등 대형유통업체들도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섰고 종교계에서도 양파 소비 촉진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어업인들은 이런 지원도 받지도 못하고 있다. 또 이들을 지원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마저 손을 놓고 있다. 이런 상태로 가다간 머잖아 우리 수산물 시장은 노르웨이산 황색 연어로 도배질을 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이 양식업계에 깔려 있다.

수협의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어류 수입은 150만톤을 넘어섰다. 국내 연근해 생산량이 100만톤을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무서운 증가세다. 게다가 젊은 사람들은 국내산 광어 대신 수입산 연어를 더 선호한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의 연어 수입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우럭 등 다른 양식어류도 이제 양식시대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우선 소비가 안 되고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양식을 하고 있는 오태곤 전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대규모로 양식을 하는 사람은 요즘 잠을 못잔다”고 했다. 사료값이 부담이 되고 있지만 살아 있는 고기를 죽일 수가 없어 양식을 계속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 양식업자도 ”양파 소비촉진 운동의 10분의 1 만큼이라도 정부와 수협중앙회가 주도해 광어 소비촉진운동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양식어민들의 시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어민들의 안타까움이 언제 더 큰 외침과 분노로 번질지 모른다. 그러기 전에 정부와 수협은 구조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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