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5% 안 되는 데는 실(室) 만들고 예산 절반 되는 곳은 국(國) 만들면
수산 쪽 둬야 할 국제원양정책관 아무 상관없는 해양정책실 산하에 두고
“이대로 두면 다시 부 폐지론 나올 수도 있어”

부 설치 20년이 지났는데도 해양수산부 조직이 엉성해 이다음 정권 교체 시 다시 부 폐지론이 거론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1996년 김영삼 정부 때 만들어졌다. 21세기 해양경쟁 시대를 맞아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해양행정체제를 구축하고 해양 잠재력을 적극 개발하기 위해서다. 수산청과 해운항만청 등 13개 부·처·청에 분산된 해양 관련 업무가 통합됐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폐지된다. 인수위가 정부조직의 효율성을 이유로 없앴다. 속내는 전정부 ‘미운 털' 때문이란 얘기도 나왔다. 수산 업무는 농림축산식품부로, 해양 · 해운 업무는 국토해양부로 넘어갔다.

그리고 2013년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부활된다. 조직은 장· 차관 밑에 3실(기획조정실·해양정책실·수산정책실), 3국(해운물류국·해사안전국·항만국), 7관 38과(관 포함)로 만들었다.

소속기관으로는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국립해양조사원·어업관리단 ·국립해사고등학교 ·해양수산인재개발원 ·지방해양항만청(11개소)· 해양안전심판원· 국립수산과학원 등을 뒀다.

그러나 아직도 본부 주요 조직이 엉성하다. 부 조직을 중앙정부 규격에 맞추고 부 정체성을 감안하다 보니 기형적인 조직이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8월 29일 내년도 예산(기금 포함)으로 5조4948억 원을 편성했다. 부문별로는 수산·어촌에 전체의 43.1%인 2조3687억원을, 해운·항만에 34%인 1조8658억원, 물류 등에 14.6%인 8030억원, 해양 환경· 산업에 4.7%인 2598억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4,7% 뿐이 안 되는 해양환경 · 산업 부문을 현재 실(室)로 운영하고 있다. 실을 만들려면 업무가 있어야 하고 사업과 예산이 따라야 한다. 해양수산부 전체 예산의 43.1%를 차지하는 수산 · 어촌은 물론이고 전체 예산의 34%인 해운 · 항만이 당연히 주축이 돼야 한다. 게다가 해운 ·항만은 물류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예산의 48.4%를 차지하는 해양수산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부문은 해양보다 낮은 국(해운물류국. 해사안전국. 항만국)으로 운영되고 있다. 누가 봐도 이해 할 수 없는 조직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앙부처는 대부분 1실에 3정책관 이상을 두고 있다. 현재 정부 부처의 보편적 기준이다. 그러나 부 부활 당시 해양정책실은 3정책관을 만들기 어려웠다. 그래서 갖다 붙인 게 국제원양정책관이다. 국제원양정책관 업무는 해양정책실 주 업무와 전혀 상관이 없다.

해양정책실은 해양개발에 관한 기본계획, 중·장기종합계획의 수립 및 해양개발, 투자사업계획의 종합·조정 등이 주 업무다. 또 해양자원의 조사·연구 및 관련 기술개발, 심해저 광물자원의 개발, 해양에너지의 조사·연구, 해양과학교육의 진흥 등에 관한 사무를 수행한다. 해양환경보전계획을 수립해 이를 시행하고 해양오염원을 조사·규제하며, 해양안전·종합계획을 수립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제원양정책관실은 어업협정· 수산 분야의 국제협력 및 국제기구·원양어업 등에 관한 게 주 업무다. 해양정책실 업무와 전혀 성격이 다른 것이다. 부 부활 시에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이런 조직을 만들어도 핑계를 댈 수 있다. 핑계거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가 부활된 지 6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그 조직을 그대로 운영한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조직은 같은 성질끼리 묶어줘야 한다. 그래야 업무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갈 수 있다. 수산은 수산으로 묶어주고 해운 항만은 해운 항만으로, 해양은 해양대로 묶어 줘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기본이다. 그래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창의적 정책 개발도, 통제도 가능하다. 해양환경, 해양산업에 생뚱맞게 국제원양정책관을 끼워 넣고 조직이 제대로 기능하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한 해양수산 관련 연구원은 “만약 수산 업무를 해운항만 업무와 같이 묶어둔다면 그 조직이 제대로 기능하겠느냐”며 “이런 조직을 가지고 있는 부를 누가 신뢰하겠느냐”고 했다. 전 해양수산부 고위 간부도 “정권이 바뀌면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게 정부 조직인데 차기 정부가 이런 조직을 가만 두겠느냐”며 “지금이라도 해양수산부 조직을 어떻게 바꿀 건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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