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수산개발원 총괄혁신지원단장 정명생

지난해 중반, 국가 농수산 정책의 기본 틀을 바꾼다는 대통령의 정책공약에 따라 대통령 직속 기구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설치되고 중장기 농어업 정책비전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후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주최로 "농정틀 전환을 위한 2019 타운홀미팅 보고대회"가 있었다. 집권 반환점이 지난 시점에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인 만큼 대선공약을 구체화시킨 농수산 정책 틀 전환을 위한 청사진이 제시되었다.

지난 타운홀미팅에서 나타난 농수산 정책 틀의 가장 큰 변화는 양적 성장에서 지속가능성으로의 전환이다. 농수산 전반에 나타나는 양적 성장과 농어민 소득의 괴리, 생태환경의 악화, 지방 소멸, 먹거리 불안 등의 문제들은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과거 발전국가, 신자유주의 국가모델에서 채택한 농수산 발전 전략은 생산성 향상을 핵심 목표로 추구한 생산주의 농수산 정책이었으며, 1990년대 이후 시장개방에 대응하여서는 경쟁력 있는 농수산 육성을 과제로 경쟁력주의 정책이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농수산 생산 환경과 농어촌의 생활환경 악화로 이어졌으며 저출산․고령화․과소화로 농어촌소멸 위기에 직면하면서 농어촌의 활력과 삶의 질 저하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들은 이전의 양적성장이라는 증산 위주의 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농수산 정책의 이념과 가치가 성장·경쟁·효율에서 포용국가의 비전에 맞게 사람·공익적 가치를 중시하고 환경, 안전, 형평, 효율을 동시에 달성하는 지속가능성을 기본이념으로 설정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발전전략의 핵심요소인 사회의 포용성 향상과 혁신능력 배양을 새로운 정책의 핵심가치로 정립하고, 농어업・농어촌의 불평등 및 취약성 해소, 삶의 질 최소기준 충족과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 보장을 통한 포용 사회 실현을 핵심가치로 설정하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의 수산정책은 지속가능성, 포용성, 혁신성이란 키워드로 정책 방향성을 논의해 볼 수 있다.

◆ 지속가능한 연근해어업, 강력한 수산자원관리 전제되어야
연근해어업 생산 100만 톤 이하라는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2019년 생산 역시 100만 톤을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기후 변화, 수산자원 감소, 어장환경 악화, 자연재해 등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반복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국제 수산물 시장의 불확실성도 국내 수산물 수급관리에 어려움이 켜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연근해어업을 둘러싼 여건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연근해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오징어는 소위 ‘금징어’가 되었으며, 갈치, 고등어 등의 대중성 수산물도 어획이 크게 감소하면서 수산물 수급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어장환경 변화, 무분별한 남획, 중국의 불법조업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정부의 수산자원관리가 보다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수산자원관리의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대되는 한편으로, 산지위판장에서는 상품성이 없는 사료용 어린물고기가 위판되었다는 뉴스도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당국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고심하고 있다. 다양한 수산자원관리 대책이 논의될 수 있겠으나, 시급한 몇 가지를 지적하면 우선 TAC(총허용어획량)를 수산자원관리의 핵심수단으로 발전시켜 TAC 대상어종과 업종의 참여를 확대하는 동시에, 과학적 기준에 의거한 보다 적극적이고 강한 추진이 요구된다. 그리고 어린 물고기를 보호하기 위해 금지체장의 현실화, 세목망 규제 강화, 혼획 저감장치 개발, 사료용 수산물 위판 금지 등 특단의 대책도 병행 추진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또한 폐어구 수거, 휴어제를 연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산란 어미를 보호하고 유령어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연근해어업은 보다 강력한 수산자원관리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어업인들의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 양식산업, 스마트 산업화의 중심축으로
2018년 국내 양식업 생산량은 225만 톤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실로 대단한 양적 성장세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 양식 수산물 생산량의 70% 이상은 해조류인 반면, 전체 양식업 생산량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어류의 2018년 생산량은 약 8만 1천 톤으로 지난 10년 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동 기간 동안 갑각류와 패류의 생산이 소폭 늘기는 했으나 해조류의 성장세와 비교하면 성적표는 초라하다. 물론 해조류 중 김의 경우 수산물 수출을 선도하면서 글로벌 수산식품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비건·채식식단의 열풍이 불며 식품으로서의 해조류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김을 포함한 해조류의 발전 가능성은 밝다. 양식어류, 갑각류, 패류 등에서도 혁신 성장·발전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양식은 관리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연근해 어업과는 달리 가능성이 열려있는 분야인 만큼 이전의 틀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성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양식산업이 국민들의 선호도가 높고,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이 되는 어패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는지, 또한 고부가가치 산업화되고 있는지 등 현 주소를 냉철하게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양식산업발전법’이 제정되어 올해 8월 발효된 만큼, 양식산업의 제반 여건, 소비자들의 양식수산물 선호도, 미래 수산식품 트렌드 변화 등에 대응하여 중장기 양식산업 밑그림을 스마트한 혁신성장의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그려야 한다. 특히 진입장벽을 낮춰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아쿠아팜 4.0 사업과 같은 대규모 다부처 예타사업을 통해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양식기술을 보유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신산업으로 육성하는 전략 추진도 필요하다.

◆ 수산식품산업, 수산업 성장의 동력으로
세계 수산가공식품 시장규모는 2013년 393억 달러에서 2017년 479억 달러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2025년에는 67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수산식품산업이 미래 유망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수산자원, 첨단 양식기술, 수산가공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일본 등 최대 수산식품 소비 국가와 인접하고 있어 수산식품산업의 잠재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도 수산식품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수산식품 거점단지’ 조성, ‘수산식품 수출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산식품산업의 현 상태를 진단해보면 산업 성장을 위한 기반이 미흡하다. 전체 수산식품 산업체의 96.9%가 종사자 50명 미만의 영세업체이며, 매출액 50억 이하 업체가 전체 업체의 74.3%에 이를 정도로 영세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또한 원물·단순가공품 중심의 생산구조로 부가가치 창출의 개선이 필요하며, 영세한 업체 구조로 인해 발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소비 패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수산식품산업 육성법」 이 제정되면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수산식품산업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동 법률은 수산식품산업 기본계획 수립, 수산식품산업 정보 분석 및 수출입 지원, 수산식품 전문 인력 양성, 수산식품클러스터 육성·지원 등을 담고 있는 만큼 미래 수산식품산업의 성장동력 산업화에 대한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수산식품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나아가 수산식품 수출 활성화를 도모하고, 향후 한국 수산업 혁신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 육성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 공익형 직불제, 수산업의 공익적 가치를 근간으로
어촌은 어업활동의 전진기지로 역할을 해오고 있으며, 국토 외곽의 지역사회 유지, 해양영토 수호, 재난사고 시 구호 등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하지만 어촌은 수산업 쇠퇴와 더불어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2045년에는 전체 어촌의 80%가 지역소멸 고위험지역으로 전망된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발표되었다.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어촌사회의 지역소멸이 현실화될 경우에는 인구 과소지역의 붕괴를 넘어 향후 국가적으로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국회에서 확정된 2020년 정부예산에 농촌의 공익형 직불제가 포함되면서 구체적인 지급규모와 대상, 이행요건에 대한 논의가 가장 시급한 농정현안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수산업, 어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평가와 추진해야 할 세부 방안에 대한 준비는 아직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나, 뒤늦게 농업을 그대로 따라가는 시행착오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것이다. 수산업, 어촌의 특성과 차별성에 기반한 정책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농특위, 해양수산부, 연구자 간 긴밀한 협력체계와 특단의 대책 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 지속가능한 원양산업, 국제사회 논의에 보조 맞추어야
이제 국제사회에서의 논의 동향과 수산협력 대응도 필수적이다. 특히 UN이 국제개발협력의 목표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채택함에 따라 지역수산기구 및 국제기구의 수산자원 보호를 위한 이행 요구가 강화되고 있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제12차 각료회의는 IUU 어업과 과잉어획에 기여하는 수산보조금 금지 관련 협상이 예정되어 있다. WTO 수산보조금 문제는 수면에 가려져 있으나 면세유를 포함한 수산보조금의 금지는 우리 수산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폭발력이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수산보조금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 개발, 국내대책 마련,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국제수산 협상 대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한 국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산업 실현을 위한 IUU 관련 국제규범의 강화, EU, 미국 등 선진국의 시장조치 도입 등은 기존의 원양범위를 넘어 연안국의 EEZ까지 파급력 확대가 예상된다. 따라서 기존의 안정적인 원양어장 확보를 위한 노력에 더해 원양어업에 대한 투명성(Transparency) 강화를 위한 어선등록제, 어획증명제 등 지속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한 고려와 관련 제도의 적극적 도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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