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크랩 이벤트’ · 확진자 증가 없어 회복되는가 싶었는데…

▲ 20일 오후 노량진수산시장 풍경 - 손님을 맞을 상인들만 늘어서 있다.
▲ 18일 저녁 노량진수산시장 풍경 -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소매상인들과 가격을 흥정하고 있다.
“아주 죽을 맛이에요. 손님이 영 없어요. 그래도 킹크랩 소문 듣고 오신 분들 덕분에 지난주랑 그 전주 주말에 좀 괜찮았어요. 숨 좀 돌리나 싶었는데 다시…”

18일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시경, 썰렁하기만 한 가락동농수산물시장 수산물 코너에서 만난 한 소매상인은 코로나19 이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으며 급기야 정부 대처에 대한 원망까지 쏟아냈다.

코로나19가 유통업계에 미치는 리스크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지표가 나오는 가운데 수산시장도 그 상황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경우, 1월 20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확산에 대한 위기감이 확대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 사이, 전년 동기 1414톤이던 주간 입하량이 693톤으로 반 토막이 났다. 이는 장사가 안돼 중매인들의 분산기능이 떨어졌을 뿐 아니라 사람이 모이는 장소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으로 시장 내 음식점의 예약 모임이 취소되는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1월 말 코로나19 때문에 중국으로 수입되지 못한 킹크랩 200톤이 국내로 들어와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는 소문이 돌자 사람들의 발길이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한 대형마트의 발 빠른 홍보와 1인 미디어 방송을 보고 수산시장에서도 싼 가격에 킹크랩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동했다. 확진자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은 것도 소비 심리를 자극했다. 실제로 킹크랩 경락 시세는 전주에 비해 20% 떨어진 1kg 당 4만7300원에 형성됐다. 하지만 수요가 많아지자 2월 첫 주(2.3~2.8) 4만9000원, 둘째 주(2.10~2.15) 5만8900원으로 상승했다. 소매가 역시 가파르게 상승 18일 현재 8만5000원에 거래됐다.

상황이 변하면서 693톤이던 주간 입하량은 2월 첫 주 993톤으로 증가했다.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4일 동안 발생하지 않으면서 둘째 주에는 입하량이 1016톤으로 조금 더 올라 다소 회복의 기미를 보였다. 기자가 방문했던 18일 저녁 7시에서 8시 사이, 활어매장에서는 삼삼오오 모임을 갖는 사람들이 상인과 흥정을 하고 있었다. 3층과 5층의 식당은 복도에 테이블을 놓고 먹던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식당의 반 이상이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다른 시장과 달리 노량진수산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시장 전역에 친환경 살균 소독제를 살포하며 철저한 방역에 나섰고 시장 출입구, 각층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 주요 이동로에 손 소독제를 비치했다. 깨끗하고 안전한 이미지로 불안감을 덜어주겠다는 생각에서다. 다른 시장과 달리 마스크를 쓴 상인들이 눈에 띄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노량진수산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은 다른 시장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락동 수협공판장의 경우 지난 달 1일에서 이달 12일 사이의 입하량은 2,935톤으로 전년 동기 3,748톤에 비해 20% 정도 감소했다. 강서공판장도 같은 기간 입하량이 전년 1.908톤에서 1,434톤으로 25% 정도 떨어졌다.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104명으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29번 확진자부터 중국여행 경험이 없거나, 확진자와 연결고리가 없는 등 감염 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주춤했던 경계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며칠 확진자가 나오지 않기도 했고 확진자 수가 한두 명씩 늘어나 기세가 잡힐 거라는 기대가 컸는데 이틀 만에 확진자가 100명이 넘어서면서 다시 경계태세로 전환됐다. 각종 모임이 취소되고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수산시장은 또다시 얼어붙었다.

수산시장의 위축은 유통뿐 아니라 어업 종사자 모두에게 타격을 준다. 장사가 되지 않으니 시장 상인들은 당장 먹고살 걱정에 싸이고, 어부들은 조업의 여부, 재고 처리 등을 고민하게 된다. 손 놓고 코로나19가 진정될 때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이유다. 대면하는 거래가 어렵다면 SNS를 통한 다각적인 판매 방법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노량진수산시장 한 상인은 “코로나 19 사태가 갈수록 확산되는 것 같다”며 “지금 시장은 비수기, 경기 부진에다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고기를 잡는 어업인들도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강력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김정아 기자>
저작권자 © 수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