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하량은 평소 반 이하로... 중도매인 손 쉽사리 움직이지 않고
코로나19로 활어가 가장 큰 타격...그래도 일상 바통 넘겨지고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새벽 세 시. 노량진수산시장으로 들어가는 주차장 입구 길가에는 각 지방에서 올라온 출하주들의 트럭이 길게 늘어서 있다. 한산하겠지 싶은 주차장도 반 이상 차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새벽 경매는 오늘도 그 임무를 시작했다.

국내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8천 명을 넘어서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급기야 팬데믹을 선포했다. 한 달 넘게 이런 상황을 감내하고 있는 수도권 수산시장은 날이 갈수록 입하량이 줄어들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장하면서 모임을 취소하고 재택근무 등으로 집 밖 출입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니... 그래도 모든 걸 멈춰 세울 수는 없다. 말 그대로 ‘먹고살아야’ 하니까. 노량진수산시장 역시 평소와 다름없이 새벽 1시부터 경매를 시작했다. 그 많은 학교가 문을 닫았고, 임시 휴업에 들어간 가게도 많지만, 그래도 어디선가는 필요한 수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할 일을 해야 한다.

1층 경매장은 벌써 대중어와 냉동어류의 경매가 끝나고 활어 경매가 진행되고 있었다. 노란 상자에 담겨 갈 곳을 기다리는 숭어는 팔딱거리고, 경매사는 알아들을 수 없는 추임새를 넣어가며 낙찰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경매사 반대편으로 길게 늘어선 중도매인의 손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다. 서로 가져가려고 수신호 싸움을 벌이는 평소의 광경은 그 어느 곳에도 없다. 출하주는 속이 타들어가고 목청을 높여 얼른 사라고 소리도 질러본다. 그래도... 움직이는 손은 한둘. 숭어가 끝나고 위풍당당해 보이는 큼지막한 넙치 차례도 예외가 아니다. 경매 전광판에는 빨간 유찰이 계속 이어진다.

“숭어 1kg이 1500원에 낙찰됐어요. 사도 팔 곳이 없으니 중도매인들이 사려고 들지 않아요. 평소 2만 톤 정도 들어오는 활어 물량이 요즘은 8,9천 킬로밖에 들어오지를 않아요. 이 가격이면 어민 입장에선 완전 서비스한 거지 뭐가 남겠어요.”

노량진수산시장 경매팀장은 20년 경매사 경력 동안 이렇게 어려운 적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금융위기나 사스 등 위기 상황을 여러 번 겪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이번처럼 모임 자체를 자제시키는 상황까지는 아니었는데 식당이 문을 닫고 항공길마저 얼어붙은 국가적 재난에 버금가는 상황이다 보니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대형 호텔을 주 고객으로 하는 중도매인들은 들어오는 주문 자체가 없다고 한다.

그래도 좋은 놈으로 골라보려는 중도매인, 시장 내 소매상인들은 경매에 들어가기 위해 새판이 깔릴 때마다 눈을 크게 뜨고 이모저모 살폈다. 오늘의 내 밥벌이를 책임져줄 테니 고마운 마음을 담아... 중도매인들은 낙찰 받은 물량을 한 곳에 모아 옮겼다.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철철 넘치도록 해수를 가득 담고서.

전자경매를 하는 패류 쪽으로 발길을 돌리니 바닥에 깔리는 물량이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 전복이 그나마 나은 편. 킹크랩은 한두 줄, 랍스터는 몇 상자... 랍스터 사이에 꽃게 자루가 하나 보이자 경매사는 반가운 듯 “꽃게 딱 한 자루예요. 얼른 사세요.” 라며 소리쳤다. 그렇게 패류쪽 경매도 마무리되어 갔다. 어류를 운반하고 해수를 계속 뿌리는 등 경매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은 이제 한숨 돌리며 경매장 옆 어묵집에서 소주 한잔을 기울였다.

1층 경매장을 지나 점포 쪽으로 들어서니 도매상인들이 장사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경매 받은 어류를 박스별로 정리하고 힘차게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든든하게 식사부터 챙겼다. 지금 시작해 아침 열 시면 끝나는 장사니 바짝 공을 들여야 한다. 그나마 사람들이 집 앞 동네 마트를 이용해 반찬거리를 구입하기 때문에 대중어를 중심으로 도매에 기대를 걸어본다. 벌써 마스크를 단단히 한 할머니 두 분이 캐리어를 끌고 선어 앞에서 서성거리셨다. 고등어나 삼치를 박스로 사서 나누려고 하신단다.

활어를 파는 소매상인들도 한둘 씩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고 주문은 받은 어류를 실은 수레가 통로를 지나며 운반을 마치고 있다. 어제보다 싼 가격에 킹크랩 여러 마리를 받은 주인은 오늘은 손님이 좀 더 와주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안쪽 수조로 고이 옮겼다. 가장 큰 고비를 견디고 있는 시장 내 식당들도 하나씩 불이 켜지고 노량진수산시장은 그렇게 일상의 바통이 넘겨지고 있었다.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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