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몸짓보다 '낮은 자세'로 조용히 내실 기해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이 26일로 취임 1년을 맞는다.
취임 후 청사 앞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맞으며 ‘낮은 자세’를 보였던 임 회장은 아직도 권위적인 티를 내지 않고 소박한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수협 안팎의 평가다. 또 화려한 몸짓 보다는 조용히 내실을 기하고 있다는 평도 듣고 있다. 역대 회장들과는 다르게 해양수산부와 밀월관계를 유지하며 실리를 취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지만 수협 중앙회가 경제사업 흑자 전환과 어업인 소득세 면제 규모 확대 등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그는 지난 1년간 국회와 정부부처를 상대로 어업인과 회원조합들이 당면한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어업인들이 받을 수 있는 소득세 면제 혜택을 8천만 원까지 확대한 것을 비롯해 상호금융 예금자보호기금 적립방식을 목표기금제로 전환해 전국 수협 조합들이 매년 200억 원 가까운 순이익 증가 효과를 얻게 된 것도 그의 공으로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가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수협 경제사업과 수산물 유통 혁신은 공중에 떠 있다.
수협경제 사업은 새로운 모델이 보이지 않고 있으며 홍보에서도 농협유통이 치고 나가는것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어민이 목숨을 담보로 건진 수산물이 제값 받게 하는 게 수협이 해야 할 일”이라며 “어업인도 소비자도 불만인 수산물 유통을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그의 유통 혁신도 아직 피부로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다. 당장 다음 달이면 모든 철거가 완료될 옛날 노량진수산시장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건지, 이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야 할 시기인데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인사도 마찬가지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취임 후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지 못하고 몇 달간 허송세월을 보냈다. 그 이후 그가 단행한 인사도 무엇을 위한 인사인지, 타깃이 불분명해 썩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의 1년 족적이 뚜렷이 보이지않는 이유다.

그는 취임 2년차를 맞아 수산식품연구실과 경영전략실 신설, 노량진수산시장 직출하전담팀 구성 등 본격적인 혁신 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협은 여태껏 경험해 보지못한 새로운 위기에 직면할 수있다.
당장 코로나19 여파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또 수협의 젖줄인 상호금융과 수협은행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제로 금리시대를 맞아 어떤 모습을 보일지 예측이 쉽지 않다.
회원조합 경영이 어려워지면 중앙회가 그 짐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중앙회의 존재 이유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임 회장이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그의 2년차행보가 궁금하다.

▲26일이 취임 1년째 되는 날이다.1년을 어떻게 보냈나
“어민들이 바다에서 목숨을 담보로 걷어 올린 수산물이 제값을받도록 해 그들이 걱정 없이 생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게 수협의 역할이라는 점을 항상 상기하고 업무에 임했다. 수협은 과거객주의 횡포로부터 어업인들을보호하기 위해 태동한 조직이다.이들이 어획한 수산물을 제값을받도록 지원하는 경제사업이 중앙회 근간이다. 지난 1년간 이런본질적 역할을 어떻게 강화하고확대해 나갈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수협의 제반 업무를 살피며 방향성을 모색해 왔다.”

▲취임 후 경제사업 흑자 전환 등지표상으로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취임 전 적자를 기록했던 경제사업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경제사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 수산식품연구실을 신설했고 국내 간편식 시장과 해외수출 시장을 공략할 상품개발을본격화했다. 신사업 발굴과 조직경쟁력 강화를 모색하는 전담 조직인 경영전략실을 신설하는 등혁신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본격적인 변화도 준비하고 있다.자회사로 분리된 수협은행도전반적으로 불안했던 경기 여건속에서도 잠정 2800억 원이 넘는세전이익을 달성하면서 공적자금 상환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소득세제 개선, 상호금융의 예금자보호기금 적립방식 전환, 또 지난해 3년을 끌어왔던 舊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명도집행도 마무리됐다.”

▲수산물 유통혁신을 강조하는데무엇이 문제인가
“어업인도 소비자도 모두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현재 수산물 유통 현실이다. 양측의 인내심도 임계치에 이른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소비자는 산지에서 가격이 하락했다 해도 체감하지 못하면서 수산물 유통과 시장을 불신하고 있다. 또 생산자인 어업인들은 안 잡히면 물량이 적어 소득이 줄어들고 풍어가 되면 늘어난공급량에 비해 가격 하락폭이 급격하게 나타나면서 오히려 수입이 쪼그라드는 모순된 상황에 놓여 있다. 유통 구조가 비효율적이고 투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실제로 주요 수산물 최종판매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51.8%(2017년 기준)에이르고 있다. 이는 수산물 유통이매우 복잡한 중간과정을 거친다는 뜻이며 유통 경로에서 이루어지는 가격 결정 과정 또한 복잡해지는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고봐야 한다.”

▲그럼 유통혁신은 어떻게 추진할생각인가
“한쪽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하드웨어를 강화하고 다른 한쪽은기존 도매시장 거래체계를 바꾸는 소프트웨어 혁신을 병행해 수산물 유통의 난맥상을 풀어갈 생각이다. 중간유통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없애고 수요와공급에 따른 가격 탄력성이 건강하게 작동하는 시장이 필요하다.그래야만이 어업인과 소비자 모두가 의심 없이 납득할 수 있는가격이 제시될 수 있고 그런 신뢰가 전제돼야 수산물 소비도 더욱활성화될 수 있다.”

▲지금 수협유통 인프라가 이런 환경을 만들 수 있나
“수산물 유통에는 기반 시설이 중요하다. 그러나 전국 200여 개 수협 위판장은 어획물이 최초로 거래되는 핵심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수십년 전에 지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산지거점유통센터(FPC)와 거점형 청정위판장(H-FAM) 등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대도시 권역에는 소비지분산물류센터(FDC)를 건립해서 FPC 및H-FAM 등에서 바로 공급받는시스템을 완성함으로써 유통단계를 대폭 축소하고 더욱 신선한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하지만 이런 인프라 확보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요구되기 때문에 당장 소비자나 어업인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보여주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당장 가능한 혁신 방안들이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도매시장 거래체계를 바꾸는 노력을기울이고 있다.”

▲전례가 없는데 지난해 말 예고없이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한이유가 뭔가
“수산업에 40년 가까이 종사한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유통 현장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모색하기위해서다. 도매시장의 핵심 기능인 수집과 분산이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되는 시장이 돼야 유통상발생하는 비효율성과 고비용을해결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경매가 확대되고 정가수의매매는 축소하는 방향으로 시장 운영방식이 개선돼야 한다. 특히 도매시장을 실질 경매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해야한다. 현재 주류 거래방식으로 정착되고 있는 정가수의매매는 물건을 파는 쪽인 출하주와 구매하는 쪽인 시장중도매인 간에 가격을 정해놓고 거래하거나 상대방을 특정해서 거래하는 방식이다.이 방식은 수요와 공급에 의한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을 무력화할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경매를통해야 투명하게 시세가 결정될수 있다. 이것이 수산물 유통을향한 소비자와 생산자 양측의 불신과 불만을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한다.”

▲거기서 고강도 쇄신을 언급했다.질책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배경이 뭔가
“노량진수산시장은 최대소비처인 수도권에서 수산물거래의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핵심 도매시장이다. 유통혁신을 주도하고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역할을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에 가보니경매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운영상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대로는어업인을 위한 시장이라고 말할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고칠 생각인가
“현재 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수산물 거래방식이 경매와 정가수의매매가 절반 가량씩을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를 경매위주로 바꿔나갈 생각이다. 이를위해 올해 초 노량진수산시장에10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직출하전담팀을 만들었다. 이 팀은 산지에서 노량진으로 상장할 물량을확보하고 이를 경매에 부쳐 기존정가수의매매 물량을 점차 대체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어업인들사이에서 노량진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있다는 확신이 서게 되면 산지로부터 중간유통단계 없이 바로 소비지 시장인 노량진으로 물량들이 넘어올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사업이 수협 사업의 근간 아닌가. 그런데 경제사업이 너무약하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일반 소비자인 국민과 수산물생산자인 어업인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 수협경제사업의 본질이다. 수협은 중간에서 발생하는 과도하고 불합리한 비용을 축소해서 그 혜택을어업인과 소비자에게 돌려주는조직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특히 시장에서 기다려서 수산물 거래를 중개하는소극적인 역할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최근 몇년간 연근해어업생산량이 100만톤에 미치지 못하는 등자원 고갈 위기가 대두되고 있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지난해 또다시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90만 톤대로 주저앉으면서 최근 3개년 평균 어획량이100만 톤을 넘기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바다환경 파괴, 중국어선의 불법조업과북한수역 싹쓸이 조업 등 복합적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연근해 어자원은 104만 종사자가 67조 원의 매출을 일으키는, 수산산업이가치창출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연근해 어자원이 고갈되면 어업이 바로 타격을 입게 되고 전후방 수산산업 전반에 걸친 연쇄적위기가 도래한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지금 연근해 어업은 생산기반이 약화되고 수입 수산물 소비는급증하는 등 수산업이 매우 좋지않은 흐름에 올라타 있는 상태다.이로 인해 한정된 자원을 두고 어업인들끼리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어자원 고갈이 앞당겨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수입 수산물에의한 국산 수산물 가격 교란이 심각한데다 비효율적인 유통구조까지 겹치면 수산산업 전반이 침체될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바다가 가지고 있는 자원복원능력을 극대화시키고, 휴어제확대와 어선 감척 등 어획강도를저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정된 자원을 두고 어업인이 더욱 경쟁하게 되면 어획강도가 높아져자원고갈을 앞당기는 악순환이될 수밖에 없다. 수협은 주도적으로 자율적 휴어제를 실시하고 해외어장 개척과 양식어업 전환 가속화 등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덜 잡는 만큼 자원 회복이 빠르게촉진될 수 있기 때문에 대형선망등을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휴어제를 실시하는 등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기 중 꼭 하고 싶은 과제가 뭔가
“경제사업 혁신을 통해 어업인이 잡기만 하면 수협이 책임지고제값 받아 팔아주는 유통환경을조성하는 것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 또 공적자금 조기상환으로 어업인과 수산업 지원을 강화하는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공적자금을 빨리 갚아야만 어업인과 수산업 지원 규모를 크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인세 감면 등 세제개선 등을 통해 조기 상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예금보험공사와 약정된 2028년 상환완료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 보겠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어업인들이 안전하게조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이다. 앞으로 어업인 권익 신장과생명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하겠다.”<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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