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인들 수십억 손실 눈앞…“알멍게라도 가공해서 내다팔자”
어업인 몰리자 멍게수협 정부에 긴급수매자금 요청

3월부터 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은 멍게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소비가 급락하면서 관련 어업인과 업계에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양식어민들은 “2월 중순부터 멍게 출하가 시작되고 있으나 ‘코로나19’ 감염증 여파로 소비가 안 될 뿐만 아니라 판매가 된다 해도 값이 폭락하고 있다”며 “4월 본격 출하시기에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2년간 기른 멍게를 투매하거나, 그대로 고사시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멍게는 2월부터 5월까지가 최대 생산 출하시기로 이 시기에 연평균 2만5,000톤~3만톤 가량의 피멍게가 생산된다. 양식어민들은 이 중 70% 가량은 직접 피멍게로 음식점 등 자신의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고 있으며 30% 가량을 피멍게를 까 알멍게로 수협에 위판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양식이 잘 돼 생산 물량이 늘어났다는 게 어민들 얘기다.

올해 예상 생산 물량은 2만5,000톤에서 3만톤 가량. 지난해(2만263톤) 보다 최소 5,000톤에서 많게는 1만톤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어민들 예상이다. 반면 피멍게 판매는 ‘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전년도에 비해 30% 가량 줄고 있다. 값도 kg당 2천원 아래로 내려 갈 것이라는 게 현지 어민들 얘기다. 이는 값이 폭락했던 지난해(2,098원)보다도 낮은 것이다.

한 양식업자는 17일 “2년 전 종패가 잘 된데다 병이 없어 생산은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며 “그러나 소비는 오히려 전년도에 비해 30% 가량 줄고 값은 폭락하고 있다”고 했다.

피멍게 소비가 크게 줄면서 어민들이 다급하게 피멍게를 깐 알멍게를 판매하고 나서자 이를 수매하는 멍게수하식수협에도 비상이 걸렸다.

멍게수하식수협에 따르면 지난 10일 현재 조합에 위판한 알멍게 물량(피멍게 1kg이 알멍게 200g에 해당)은 106톤. 이는 생산을 시작한 지 한달뿐이 안됐는데도 전년 총 위판량(113톤)과 맞먹는 수준이다. 그만큼 위판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4~5월 본격 생산 철에는 400~500톤은 넘어설 것이라는 게 현지 예상이다.

멍게수하식수협(이하 조합) 관계자는 17일 “지금까지는 1일 7~8톤가량 알멍게 위판 물량이 들어왔으나 다음 달 부터는 10톤가량 위판이 될 것 같다”며 “값 폭락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러나 가격지지를 위한 조합의 올해 알멍게 수매계획은 최대 100톤. 하지만 10일 현재 조합의 수매물량은 44톤을 넘어섰다. 지금 추세라면 이달 안에 조합의 수매자금이 바닥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게다가 중도매인들마저 ‘코로나19’ 감염증 때문에 소비가 안 되자 수매를 꺼리고 있다. 조합은 “중도매인들이 수매할 물량을 최대치로 감안한다 해도 조합에서 처리가 불가능한 알멍게 위탁 물량이 300~400톤에 이를 것 같다”며 시급한 대책을 촉구했다. 어민들도 “어민들이 내다파는 알멍게 공급량이 600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가격 폭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며 “어민들은 투매하거나, 내다 버리거나 수확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두한 멍게수하식수협조합장은 17일 “조합이 이 물량을 수매하지 못하면 앞으로 심각한 멍게파동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양식어업인들의 피해는 물론이고 연간 550억~600억원 정도 생산 실적을 올리는 멍게 양식 생태계가 파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급박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멍게수하식수협은 지난 16일 수협중앙회에 알멍게 긴급 수매를 요청하는 건의서를 보내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조합은 이 건의서에서 “앞으로 조합에서 처리하지 못할 물량이 약 300~400톤에 달할 것이다”며 “이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40~50억원 정도의 긴급 수매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협중앙회는 이 건의서를 해양수산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17일 “양식수산물을 수매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다”면서도 “특별한 상황이니만큼 멍게 양식 어업인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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