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인데도 ‘위기’ 말하지 않는 수산식품 기업인
우리나라 첫 수산분야 장인인 부친의 제법 승계
일본서 배워 온 명란 기술로 일본 기업 제치고 수출

장종수 덕화푸드 대표가 공장에서 생산된 명란제품을 시식하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명란 단일 품목 하나로 우리나라 명란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장종수(48) 덕화푸드 대표이사는 지난 29일 코로나로 인한 수산식품 시장 위기에 대해“코로나로 인해 우리 같은 젓갈류는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식이나 전통시장에 공급되던 양은 줄고 대형마트도 다소 양이 감소했지만 소비자에게 온라인을 통해 직접 배송되는 양은 늘어났다”고 했다. 코로나19시대, 대부분 기업들은 죽겠다는 얘기가 입에 붙어 있다. 그러나 그는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 소비자의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유통의 성격에 따른 매출의 부침에서 보듯이 경제적 변동성이 빠른 시간에 이뤄진다는 점, 향후 방향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 국내 시장규모가 작아 로컬라이제이션(지역화)만으로 과연 살아갈 수 있을지를 우려했다. 그의 이 같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해답은 그동안 이 회사가 걸어온 길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덕화명란은 어떤 회사인가.
“덕화명란은 수산제조부문에서는 한국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대한민국명장이 된 아버님(故 장석준 회장)께서 1993년 창업한 회사다. 이 회사는 명란단일품목 즉 한 품목만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제조하는 명란공장(팩토리)이다. 젓갈산업에서 명란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곳은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찾기 힘들 것이다. 이는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덕화명란이 단일 품목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이는 일본 수출을 오래 해 오면서 일본과 지속적인 교류와 경쟁을 해왔기 때문이다. 일본은 많은 명란업체들이 명란 단일품목으로 생산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이 자연적으로 명란단일품목 시스템을 선택하게 한 것 같다”
그러면서 “명란의 원조가 우리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명란공장이 없다. 이런 생각이 명란단일품목에 집중하며 기술력을 키워가는 기업이 된 배경”이라고도 했다. 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가치 추구는 이익 못지않게 중요한 덕목이다. 덕화명란이 명란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덕화명란은 4% 대의 저염명란을 생산하고 있다. 짠 젓갈과 짜지 않은 절임형태는 염도 7%대를 중심으로 서로 구분될 수 있다고 볼 때 굉장히 낮은 염도 아닌가.
“덕화명란이 만드는 제품은 일본의 명란(‘카라시멘타이코’라고 불림)과 스펙이 동일하다. 아버님은 카라시멘타이코 제조방법을 전수받은 1세대 기술자로서 일본과의 수출을 오래해 왔다. 일본 인맥이 많았던 수산업계 베테랑이셨다. 때문에 우리가 만드는 명란은 카라시멘타이코 제조방법의 전통 안에서 개발되고 발전돼 온 제품이 됐다고 생각한다”

-한 때 명란 부문에서 일본시장을 석권한 것 아닌가.
“일본과 스펙이 동일한 제품이었기 때문에,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일본 세븐일레븐(공식 명칭은 세븐 앤 아이 홀딩스 그룹) 그룹이 자기브랜드(PB)를 붙여서 판매하는 제품이 돼 일본 전역에 수출했다. 이때 들어간 유통체인이 일본의 이마트라고 불리우는 이토요카도, 센다이 지역의 유명한 슈퍼체인이었던 요크 베니마루, 그리고 일본 편의점 부동의 1위인 세븐일레븐재팬이다. 일본 세븐일레븐그룹은 일본에서 1위 유통그룹이다. 우리나라의 이마트의 위상과 비슷하다. 여기에 자신의 브랜드를 단 제품이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제품으로 인식됐다. 매년 원료시세를 감안해 저희와 세븐일레븐그룹이 가격을 결정해야 나머지 일본 회사들이 가격을 결정할 정도였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저희가 일본시장을 석권했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카라시멘타이코는 일본인이 산업화한 명란이다. 낮은 염도에서 절여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 제조방법을 전수받은 장 대표 아버님이 이 제조방법을 더욱 발전시켜 일본 세븐일레븐그룹의 PB 상품을 제조-납품해 거꾸로 일본 시장을 석권했고 한국 정부로부터 수산제조부문의 최초이자 유일한 대한민국명장을 수여받았다.

-이런 흐름이 언제 변했나.
“아베노믹스 여파로 엔화가 저평가되고 원화가 고평가되는 환율흐름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2015년 8월을 기점으로 일본 세븐일레븐 그룹 수출은 중단됐다. 세븐일레븐의 PB제품을 7년간이나 제조해 줌으로써 카라시멘타이코의 본고장인 일본시장을 장악하고 석권했던 게 사실상 끝난 것이다. 2012년 말부터 아베노믹스가 등장하면서 엔화와 원화간의 교환가치가 급격히 변했다. 업계에서 이제는 한국보다 일본에서 만드는 것이 더 싸다고 이야기가 나올 정도의 환경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출 환경 변화로 인한 어려움은 없었나.
“이로 인해 사업의 방향을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크게 변화시키느라 2년간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지금도 완전히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100% 국내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마트와 슈퍼를 중심으로 백화점, 홈쇼핑, 온라인, 식당 그리고 기프트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해외 수출 위주에서 국내로 방향을 바꾸면 국내 시장에 맞게 제품 개발이 필요한 것 아닌가.
“우리는 일본에 수출하던 저염 명란 외에도 짠 젓갈로서의 전통 안에 있는 명란을 오랜 기간 연구해서 새롭게 제품화하는 중이다. 원래 명란은 한반도가 원조다. 이것이 일본으로 넘어가 카라시멘타이코로 발전돼 다시 부산을 통해 한국으로 전해져 현재 명란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명란이 남북한, 그리고 일본과의 교류 속에서 발전하는 동안 실제 원형으로서 한반도의 명란, 즉 젓갈로서의 명란은 그 제조방법이 거의 사장됐다. 우리는 인문학자들을 투입해서 역사적 문헌연구를 하면서 이 상황을 보다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또 옛날 제조방법의 흔적들을 찾고 조합해서 테스트하면서 원형에 가까운 젓갈로서의 명란을 재탄생시켰다. 제품의 이름은 명란젓으로 최초로 개발된 역사성을 살려 조선의 이름을 붙이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해 ‘조선명란’이란 이름을 붙였다. 조만간 제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그럼 덕화명란의 제품은 몇 가지인가?
“덕화명란의 제품은 크게 두 가지 라인으로 나눠진다. 하나는 카라시멘타이코 제조공법으로 만든 염도가 낮고 숙성에 의해 맛을 낸 명란과 하나는 발효를 시켜 만든 젓갈로서의 ‘조선명란’이다”

-덕화명란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가.
“덕화명란은 명란을 더 잘 만들기 위해 오랜 세월 단일품목만을 고집해 왔다. 명란의 원조라면 한국에도 일본에 뒤지지 않는 명란단일품목 공장이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다. 그 결과가 아버님의 대한민국명장 획득이었다. 수산제조부문에 있어 대한민국에서 최초이고 또 아직까지 유일한 명장이다. 그리고 덕화명란의 현장에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숙련자들이 모여 있다. 평균 근속년수 8년 이상, 하루 8시간 명란만 만져온 숙련 노동자의 일상은, 부산 지역 인문학자들이 연구 주제로 다룰 만큼 한국 수산산업사에서 귀한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최고가의 원료를 구매한다고 하는 데 그러고도 가격 경쟁력이 있나.
“음식에서 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명란의 주요 어장은 크게 러시아 캄차카반도의 오호츠크해와 미국 알래스카의 베링해로 양분돼 있다. 덕화명란은 2018년~2019년 2년간 일본 명란 제조사를 제치고, 세계 최고가의 원료를 구매한 바 있다. 이런 시도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최상급 원료를 사용한 제품은 덕화명란의 선물세트 라인과 이마트, 트레이더스 MSC 블루라벨 제품을 통해 만나실 수 있다”

-식품의 안전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 아닌가.
“덕화명란은 맛과 품질은 물론 소비자의 건강과 환경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해왔다. 자연 그대로의 맛과 색을 지닌 명란을 식탁에 올리기 위해 색소와 방부제는 물론 발색제까지 사용하지 않고 명란을 제조하고 있다. 많은 첨가물 없이 명란의 제 맛을 밥상까지 그대로 전하기 위해서다. 덕화명란의 모든 제품은 식약청의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 시설에서 안전하고 깨끗하게 생산된다. 또 미래세대의 풍부한 바다자원을 보존하기 위한 선택으로 MSC 에코라벨 캠페인에도 동참하고 있다”
덕화명란은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가공·유통하는 업체에게 부여되는 MSC CoC인증을 한국 명란업계 최초로 획득한 바 있다. MSC는 ‘Marine Stewardship Council’의 약자로 다음 세대를 위해 바다 자원을 보존하기 위한 지속가능어업 국제규격을 제정해 에코라벨을 부여하는 국제 비영리 단체를 말한다.

-코로나 시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생각인가.
“명란단일품목 제조기업으로서 명란에 계속 집중하면서 맛과 품질을 개선해 가는 기본을 계속 강화해 나갈 생각이다. 제대로 된 명란을 만들고 소비자들에게 명란의 매력을 계속 알려가는 방향으로 비즈니스를 해 나가겠다. 기존 제품의 맛과 품질 개선, 기본 위생 강화 등 공장으로서의 본질적인 활동에 중심을 두고 활동을 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니까 위기일수록 기본에 더욱 충실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이런 생각의 일환으로 “업계에서 아직도 많이 쓰고 있는 발색제를 다 뺌으로써 색소, 방부제는 물론 발색제까지 쓰지 않은 명란을 만든 것이 한 예이고 명란에 대한 계속적인 연구 끝에 젓갈로서의 조선명란을 개발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꼭 있어야 한다”며 “수산은 특히 자원고갈이 심하기 때문에 더 이 부분에 책임을 다하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명란업계 처음으로 MSC 인증을 받은 명란제품을 우리나라 슈퍼 1위 체인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공급하게 된 것은 의미가 있다”며 “생존을 위해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될 수 있는 상품 개발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그의 머리 속에는 두려움이나 나약함 같은 단어는 스며들 틈이 없어 보인다.

-정부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지속가능성, 청년 및 고급 인력에 대한 채용지원, 포장기술, 수산식품 기술개발 지원 등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사태로 해양수산 분야가 주목해야 할 것은 환경과 지속가능성 이슈다. 우리나라의 해양환경은 자원고갈, 해양오염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 부분에 대하여 해양수산분야의 전면적인 숙고와 협력이 있어야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해양분야에 있어 MSC 인증과 같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있는, 즉 자원량을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이에 따른 어획량을 할당하는 시스템이 여러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이른 시일 내에 정착돼야 한다”

그는 “이것이 가능할 것인지, 어획량이 줄어들면 어민들의 생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산물 소비는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지 정부는 여러 고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치가 상상력의 예술이라면 필요하고 또 옳다고 생각되는 미래를 구체화하는 것이 정치의 임무일 것”이라고 정치가 역량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면서 “어획량이 줄면 오히려 국내산 수산물을 더 고가로 판매할 수 있다”고도 했다.

-청년 및 고급 인력에 대한 채용지원을 해달라는 건 무슨 얘기인가.
“우리는 기업부설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는 데 반해 현실적으로는 채용이 어렵다. 기술이든 관리든 마케팅이든 온라인이든 고급인력 고용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더 있어야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 기업지원 프로그램이나 알앤디 프로그램을 평가해서 조금 더 효율화시키고 기업에 대한 청년 뿐 아니라 고급 인력지원 프로그램이 좀 더 있어햐 한다”

-포장 기술 및 수산식품 기술개발 지원은 뭐가 필요하다는 얘기인가.
“향후 수산물의 경우 안전성을 고려하면서도 환경을 고려한 친환경포장이 필요하다. 선도를 고려해 스티로폼과 보냉제와 같이 포장의 비율이 많을 수밖에 없는 수산식품은 향후 지속가능성이 이슈가 되는 시기가 더 크게 도래할 때 자칫 외면당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또 앞으로 수산식품을 고가화, 고급화시키기 위해 수산식품의 기술연구에 대한 정부지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 수출과 성장에 포커스를 맞춘 지원이 아니라 식품산업의 실제 필요한 니즈에 포커스를 맞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코로나 시기동안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이 많으므로 기업대출 상황유예 조건완화 등을 통한 자금지원 확대도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에서 증권회사와 공기업 국가자금 운영등을 담당해 오다가 34세 때, 아버지의 권유로 이 회사 경영을 맡게 된 장 대표는 “덕화명란은 명란만 만들어 온 한국의 대표적인 명란 메이커로서 명란을 지키고 더 멋있게 발전시켜 가려는 사명감을 가지고 명란을 만들어 왔다”며 “우리나라 명란 역사의 최전선에 서서 시장을 개척해 온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로 평가받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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