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신문 창간 17주년 기념 특별대담/임준택 수협회장에게 듣는다.
선제 수산물 유통혁신 강조...인프라 구축·경매거래전환
“도매시장 핵심 기능인 수집·분산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비효율성·고비용 해결“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고기는 어업인이 잡고 판매는 수협이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수산물 유통구조 개혁을 거듭 강조했다.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유통만큼은 확실하게 꽂힌 게 있는 것 같다. 회장 당선 후부터 최근까지 그가 줄기차게 강조한 게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이다. 어업인들은 고기만 잡아오면 되고 판매는 수협이 책임지겠다는 얘기는 이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와 경제 전반에 격변이 예고된 가운데 최근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이 선제적인 수산물 유통혁신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런 데 이유가 있다.

 임 회장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충격으로 수산업이 크게 침체됐다”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단기적 대책도 중요하지만 급변한 사회와 경제에 대응해 수산업이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수산물 유통 혁신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했다. 노량진수산시장 사장 교체 역시 이런 생각의 일환으로 보인다.

 취임 2년차. 임 회장은 코로나19라는 난관을 맞았지만 지난해 경제사업 흑자 전환과 어업인 소득세 면제 규모 확대 등 가시적 성과를 바탕으로 수산물 유통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할 태세다.

 임 회장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수산물 유통 현장을 혁신하기 위해 신규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과 기존 도매거래 체계를 개선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급변하는 소비환경에 대응해 식품가공사업 역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신설된 수산식품연구실, 가정간편식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TF 구성은 이런 임회장의 생각을 구체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지금 수산업은 코로나19로 심각한 상황에 있는 것 아닌가.
“코로나19로 소비활동이 위축되고 특히 취약한 어업인과 수산업에 더욱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외식 수요를 통해 대량 소비되는 양식수산물들의 수요가 사라지고 연근해 조업 어업인들 또한 수요 감소로 인해 출어를 줄이는 등 수입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으로 어촌으로 유입되는 관광수요도 당분간 실종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어촌과 수산업에 대한 전방위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응은 어떻게 하고 있나.
“우선 수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 양식수산물 긴급수매가 필요하고 동시에 소비 진작을 위한 비대면 판매 방식 확대를 위해 수산물판매전용 앱 개발 등 온라인 쇼핑 플랫폼 강화를 위한 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금융 경색이 예상됨에 따라 어가와 수산업체의 경영난이 가중될 수 있으므로 수산정책자금 공급규모를 늘리고 긴급경영안정자금을 가공, 유통, 서비스 등 수산업 관련 전분야로 광범위하게 확대 지원하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당분간 매출과 소득 감소가 필연적인 이상 어업인과 수산업 종사자들이 버틸 수 있도록 대출이자 감면, 대출금리 인하 등의 금융지원책도 강화해야한다. 또 어선원 및 어선 보험제도에서 쌓여 있는 위험대비용 적립금을 한시적으로 활용해 어업인들의 보험료 보조에 사용하는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수협은행 공적자금 상환과 관련해 예금보험공사와의 상환합의서를 일부 개정하면 수협 자체적으로도 어업인 지원을 위한 재원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정부에 이런 내용도 건의했다”

-수협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은 뭔가.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수협은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반’운영, 어선원보험료 납부기한 연장, 수산물 수출 위축 대응 상담센터 운영 등 수산업계와 어업인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또 기업, 수산해양대출 만기연장, 원리금·이자 상환 유예, 업체당 최대 5억원까지 지원할 수 있는 신규 운전자금 지원 및 금리 우대 등 금융 지원책을 시행했다. 어선원 재해보상보험 가입 1만 4,614척에 대해 보험료 납부기한 연장으로 어가 경영부담이 경감될 수 있는 조치도 취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계약 지연·파기, 물류차질 등 수산물 수출업계의 애로사항 해소와 지원을 위해 7개국 10개소 무역센터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소비위축에 대응해서 드라이브스루 판매 활성화와 급식챌린지 등을 통해 수요 확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 경제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수산물 가공품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올해 초 식품연구실 신설에 이어 소비침체 대응 위한 간편식 개발전담조직인 ‘간편수산식품 상품화 추진반’을 구성했다. 또 경제상임이사를 반장으로 연관 부서 핵심인력이 포진해 있다. 상품화 및 유통판매를 신속하게 추진해 가정간편식(HMR) 수산가공품 10여종의 9월말 출시할 계획이다”

-취임 이후 어디에 중점을 두고 업무를 해 왔나.
“어민들이 바다에서 목숨을 담보로 걷어 올린 수산물이 제값을 받도록 해서 그들이 걱정 없이 생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게 수협의 역할이라는 점을 항상 상기하며 업무에 임해왔다. 수협은 과거 객주의 횡포로부터 어업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태동한 조직으로 이들이 어획한 수산물을 제값을 받도록 지원하는 경제사업에 근간을 두고 있다. 그런 본질적 역할을 어떻게 강화하고 확대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속에서 수협의 제반 업무를 살피며 방향성을 모색해 왔다”
그러면서 “경제사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역량을 확대해야만 어업인들의 실질적 소득 향상과 생활여건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수협 경제사업과 수산물 유통 혁신을 위해 사업전략을 새로 짜는 한편 어업인과 수협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제도들을 고치고 바꾸고자 힘써왔다”고 했다.

-수산물 유통혁신을 강조하는데 이유가 뭔가.
“어업인도 소비자도 모두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현재 수산물 유통의 현실이다. 양측의 인내심도 임계치에 이른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소비자는 산지에서 가격이 하락했다 해도 체감하지 못하며 수산물 유통과 시장을 불신하고 있다. 또 생산자인 어업인들은 수산물이 안 잡히면 물량이 적어 소득이 줄어들고 풍어가 되면 늘어난 공급량에 비해 가격 하락폭이 급격하게 나타나면서 오히려 수입이 쪼그라드는 모순된 상황에 놓여 있다. 유통 구조가 비효율적이고 투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실제로 주요 수산물 최종판매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이 넘는 상황이니 더 이상 말이 필요치 않다”

-그러면 혁신은 어떻게 추진할 생각인가.
“유통기반 시설의 현대화를 통한 하드웨어 강화와 동시에 기존 도매시장 거래체계를 바꾸는 소프트웨어 혁신을 병행해 수산물 유통의 난맥상을 풀어갈 계획이다. 혁신의 방향은 중간유통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배제함으로써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탄력성이 건강하게 작동하는 시장을 만드는 것에 있다. 그래야만 어업인과 소비자 모두가 의심 없이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이 제시될 수 있고 그와 같은 신뢰가 전제돼야 수산물 소비도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다. 수산물 유통에는 기반 시설이 중요한데 전국 200여개 수협 위판장은 어획물이 최초로 거래되는 핵심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수십 년 전에 지어져 열악한 형편에 놓여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산지거점유통센터(FPC)와 거점형 청정위판장(H-FAM)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매시장 거래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가.
“도매시장의 핵심 기능인 수집과 분산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유통 상 발생하는 비효율성과 고비용을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경매가 확대되고 정가수의매매는 축소하는 방향으로 시장 운영방식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특히 도매시장을 실질 경매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현재 주류 거래방식으로 정착되고 있는 정가수의매매는 물건을 파는 쪽인 출하주와 구매하는 쪽인 시장중도매인 간에 가격을 정해놓고 거래하거나 상대방을 특정해서 거래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수요와 공급에 의한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을 무력화할 수 있다. 극소수 매수자와 매도인 간에서 결정되는 가격은 경매에 비해 투명성이나 객관성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자금력과 유통분산능력을 등에 업고 있는 구매자 입장이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구조가 고착되면 시장이 왜곡되고 수요와 공급에 의한 가격 탄력성이 사라진다. 소비자는 산지가격이 싸져도 싸게 먹지 못하고 생산자는 더 헐값에 팔아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부조리를 피할 수 없다. 경매를 통해야 투명하게 시세가 결정될 수 있고, 이것이 수산물 유통을 향한 소비자와 생산자 양측의 불신과 불만을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유통 혁신 말고 앞으로 임기 중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과제는 뭔가.
“수협은 제반 사업을 통해 거두는 수익을 어업인과 어촌, 수산업 지원 목적에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어업인들의 자조조직이다. 수협이 더 큰 수익을 올릴수록 어업인과 어촌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확대된다. 또 수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지난 2016년 단행된 사업구조개편을 토대로 수협은 급격히 수익성이 향상되면서 중앙회와 은행에서 연간 세전이익 3천억원 가량을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하지만 과거 외환위기 당시 수혈됐던 공적자금을 상환하기 전까지는 이 같은 수익을 어촌과 수산업에 사용할 수 없다. 공적자금을 빨리 갚아야만 어업인과 수산업 지원 규모를 크게 키울 수 있다. 법인세 감면 등 세제 개선 등을 통해 조기 상환을 추진할 생각이다.

-많이 갚은 것 아닌가.
“현재 수협은 당초 예정보다 빠른 속도로 공적자금을 상환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더욱 서둘러서 예금보험공사와 약정된 2028년 상환완료 시점을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 공적자금을 상환하고 난 후 수협은 연간 1천억원 가량의 재원을 어업인에게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수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업인들의 안전 조업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수협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하나가 어업인들이 안전하게 조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모든 힘을 쏟아서 바다는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을 지워내는 일에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어업소득이 매년 향상되는 등 객관적 지표 상으로는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업인들은 기본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생산활동에 참여하기 때문에 항상 불안정한 여건에 놓일 수 밖에 없다. 소득적인 측면에서 향상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산업이 중흥하기 위해서는 불의의 사고에 따른 신체와 생명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통해 안심하고 조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어업인 권익 신장과 생명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

-어선 사고 문제는 얼마나 심각한 가.
“최근 7년 동안 연평균 87명이 조업 중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상황이다. 교통사고 사망률과 비교하면 이게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조업활동 중인 어선원은 외국인 선원을 포함해서 연간 3만5천명 가량으로 추정되는데 이들 가운데 연평균 87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률이 1만명 당 한명이 채 되지 않는 0.8명 정도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 반면 조업 중 사망실종은 25명 가량이나 되는 셈이다.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각종 안전대책을 끊임없이 내놓고 안전 확보를 위한 신기술을 계속 개발하며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사망률이 지속 감소하게 된 것처럼 어선사고에 대해서 정책적으로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업인들은 작업 특성상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고립된 위치에서 협소한 선상공간과 복잡한 기계장비 등으로 인해 매우 열악한 작업환경에 노출돼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어업의 재해율은 5.56%로 농업대비 6.2배 높고 위험도가 상당하다고 평가되는 광업이나 건설업 등과 비교해서도 최고 12배까지 높다는 통계가 있다”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사고 예방도 중요하지만 불가피한 상황 발생 시 신속한 구조로 생존율을 높이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이런 판단에서 수협은 어선사고 시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인명피해 제로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수협은 전국 19개 지역별 조업안전국을 통해 사고 발생 즉시 대응에 나섬으로써 조난 인근해역 어선들과 공조해 신속하게 구조하는 성과를 내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어선들이 구조하는 비율은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해난사고 시 조업 중인 어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수협 자체 연구기관인 수산경제연구원을 통해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는 수협 어선조업안전본부에서 축적한 어선조업정보시스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사고를 분석하고 유형별 세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일일 평균 1만5천여척의 어선과 상시교신이 이루어지는 수협의 인프라를 활용해 조난신고 즉시 어선들이 참여하는 구조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 골든타임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수협은 어선조업안전본부를 통해 어선과 상시교신 하며 어업인에게 필요한 각종 조업 정보를 제공하고 유사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교신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이를 적극 활용하면 가장 가까운 위치의 어선이 즉시 구조에 착수해서 골든타임 확보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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