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과원 기후변화 대응연구관은 몇 달째 공석
"해수부의 이상기후 시각 그대로 노출" 비판

 수산업이 코로나 위기 속 최대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아니 어쩌면 코로나 위기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지도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우선 당장 긴 장마로 육상 오폐수가 지속적으로 바다로 유입되면서 플랑크톤이 대량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장기간 폭염이 계속되면 적조가 발생하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난해 남해안에서만 적조로 어류 220만마리가 폐사하고 36억원 가량 피해가 발생했다. 게다가 지금처럼 28℃ 이상 고온이 지속될 경우 고수온 현상으로 어류양식장등이 피해를 볼건 불 보듯 뻔하다.

지난 4년간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장 피해액은 무려 870억원. 여기에 중국 산샤댐에서 방류되는 수량이 지금은 초당 5만톤 내외로 줄고 저염수 덩어리가 제주 해역서 150km 정도 떨어진 해역에 머물고 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게다가 최근 남해안 일부 해역에서 빈산소수괴, 이른바 산소부족 물덩어리로 추정되는 이상조류로 진해·당동만 해역에서 양식 중인 굴, 미더덕 등의 피해까지 확산되고 있다. 빈산소수괴는 바닷물에 녹아있는 산소 농도가 3㎎/L 이하로 낮아진 물 덩어리를 의미한다. 폭염이 지속되는 한여름에 남해안에서 종종 발생해 양식생물을 집단 폐사시킨다.

여기에 다음 달부터 태풍 등이 발달하면 어업인들은 3중고 4중고를 겪어야 한다.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의 이준수 박사는 “문제는 지금부터”라며 “앞으로 어떤 위기가 닥쳐올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해양수산부에는 없다는 점이다. 현재 국립수산과학원에 기후변화연구과가 있긴 하지만 이들은 해역과 해수를 모니터링하고 현상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어떻게 사전 대응책을 만들고 사후 문제들을 총괄적으로 처리해 나갈지를 한곳에서 처리하는 데가 없고 본부의 해당과가 업무를 쪼개서 맡고 있다.

고수온과 저염분수는 본부 어촌양식정책과가, 적조와 해파리 등은 양식산업과가 맡는 등 각개 전투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해양수산부는 이상기후가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는 상황인데도 컨트롤타워도 없이 상황이 생기면 임시 대응만 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같은 1차 산업을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미 2012년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대책을 총괄하는 직제를 만들어 운영했다. 녹색성장정책관(국장) 밑에 녹색미래전략과를 만들어 이를 전담하게 했다.

2013년에는 소비과학정책관 밑에 기후변화대응과를, 그리고 최근에는 아예 본부 중심 국인 농촌정책국 밑에 농촌재생에너지팀을 만들어 이를 전담하게 하고 있다. 게다가 농식품부는 본부에 재해보험과를 만들어 재해로 인한 피해를 전담하는 부서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무려 9개월 가까이 이상기후를 담당하는 연구관을 공석으로 두고 있다. 이런 위기를 대수롭게 생각하는 안이한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국회 농해수위 한 관계자는 “고수온, 적조, 저염분수, 빈산소수괴, 해패리, 냉수대에 태풍까지 예상되는 상황을 해양수산부가 어떻게 헤쳐나갈지 우려스럽다”며 “이제라도 이런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전담부서를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영주>

저작권자 © 수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