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철 수협조감위원장

 우리는 장기간 저성장 저금리의 경제적 고통과 근자에 전례 없는 장기간의 전염병 위기를 맞고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 모든 위기는 결국 세상을 유지시키는 건전한 균형이 깨졌을 때 발생한다. 여기서 장자의 혼돈(混沌) 우화가 생각난다. '태초에 생명이 탄생되기 전에 혼돈이 이 세상의 중심을 잡고 있을 때 남쪽에는 숙 임금, 북쪽에는 홀 임금이 있었다. 혼돈이 매번 숙과 홀 임금을 초대해 잘 대접하니, 나중에 숙과 홀도 그 마음을 갚기로 한다, 숙과 홀이 보기에 혼돈은 덩치가 큰 암흑덩어리 같은지라 사람처럼 칠규(七竅, 눈, 귀, 코, 입의 구멍 일곱 개)를 뚫어 보고 듣고 먹기도 하게끔 해줄 생각으로 혼돈 모르게 하루에 하나씩의 구멍을 뚫자 칠일 째 혼돈이 그만 죽었다'하는 이야기다.

 인간의 지나친 간섭이나 조작이 자연을 파괴하고 죽인다는 것이다. 여기서 혼돈은 자연이기도 하다, 중앙에 혼돈, 남과 북에는 숙과 홀이 그대로 있었다면 모두다 정상이었을 것이다.

 “전염병과 사회”의 저자가 말하기를 ‘전염병은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 이라고 했듯이 초유의 전염병 위기 앞에 우리를 반추하며 새해를 맞아 우리 조합들이 나아갈 길을 논해 보고자 한다.

 첫째, 공과 사를 구분하는 청렴윤리(淸廉倫理)의식을 고취해야 할 일이다.
 작년 한 해 불미스러운 금융사고의 원인도 결국은 청렴 윤리의식의 부족에서 기인된 것이다.
 특히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진의 윤리의식의 해태는 경계해야 한다.
 상층부의 도덕적 문란은 조직전체를 오염시키고 종국에는 어업인인 조합원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둘째, CEO리스크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
 협동조합의 CEO리스크는 어찌 보면 태생적이다. 그럼에도 선출된 조합장은 지역조합원들의 공적 재산을 관리하는 봉사자이다.
 우리나라 전국 조합에서 최고의 조합이던 부산, 경남의 일부 조합들이 작금 극심한 어려움에 처한 것도 가장 큰 원인은 CEO의 잘못된 마인드 때문인 것이다. 잘 나가던 조직이 매우 급속도로 눈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물론 CEO리스크를 줄이는 근본적인 방안은 선거 시에 조합원들이 후보자들의 경영 능력과 도덕적 청렴성과 봉사정신 등을 보고 훌륭한 CEO를 뽑는 것임은 당연하다.

 셋째, 전 조직원들의 주인정신(主人精神)을 갖도록 하는 일이다.
 주인정신은 고금을 막론하고 개인이나 조직에게도 언제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개인이나 조직 문화가 남이 시키는 대로, 소위 노예근성에 젖어 있다면 정말 발전의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조직원 하나하나가 내가 이 조직의 주인이라는 정신을 갖는다면 그 조직은 정말 행복한 조직이다. 왜냐, 상관이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일처럼 스스로 일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도전과 창의력이 발휘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그 성과가 조직 발전으로 연결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 주인정신은 리더십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이 세상에 리더십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최고의 리더십은 역시 노자(老子)가 말한 ‘있으나 마나 리더십’이다. 왜냐 있으나 마나 리더십은 엄한 상사가 있을 때만 효과를 내는 리더십이 아니라, 직원들 각자 하나 하나가 주인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기 때문에 CEO나 상사가 있어도, 없어도 상관 없이 조직에 성과를 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조직원들 하나 하나가 스스로 CEO처럼 일하기 때문이다.

 우리 조합들이 남들은 다 위기라고 움츠려 들 때,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롭게 도약하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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