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년 칼럼/문영주 편집국장
사람 사는 것도 마찬가지…신뢰 잃으면 모든 것 잃는 것
공자 역시 군대, 식량 잃어도 민신(民信) 잃어선 안 돼 설파
신뢰 잃으면 찌라시만도 못해…'신뢰' 새기고 &

문영주 편집국장

 인간 세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신뢰다. 신뢰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와의 관계를 연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신뢰는 규범만큼 강한 규제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신뢰는 규범 이상의 가치를 지닐 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요소다.

 신뢰가 없다면
 우리 아파트 앞에 2년 전 짓기 시작한 자이 아파트가 한달 전 완공됐다. 1,000세대 가량 입주하는 곳이니만큼 상당히 큰 아파트 단지다. 입주가 시작되자 코로나 때문에 덜 하기는 하지만 상가가 생기고 가게들이 문을 열었다. 어느 날 우리 집 문손잡이에 광고 찌라시가 하나 붙어 있었다. ‘한우 명품 고기집’인데 한우 등심이 시중보다 20% 정도 싸고 한돈 삼겹살도 시중보다 훨씬 싸다는 광고 전단지였다. 지난 일요일 코로나가 금족령을 내려 집에서 우리 아들과 소주나 한잔할까 해서 고기를 사러 그 가게 앞으로 갔다. 주인과 종업원인지 모르지만 젊은 친구 세 사람이 고기를 넣은 쇼케이스 안쪽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을 뿐 손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난 그 집 가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평소 다니던 대형마트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값이 싼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상품의 질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 가게 상품이 전에부터 동네 사람들에게 신뢰를 줬다면 값이 싸면 너도나도 갔을 텐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값은 싸지만 과연 믿을 수 있는 가게인지 신뢰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백화점 세일도 마찬가지다. 롯데나 현대나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 대규모 세일을 한다면 사람들은 문 열기를 기다리며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선다. 그러나 이름을 잘 모르는 중소업체가 세일을 한다면 제품의 질이 좋거나 나쁘거나를 떠나서 가는 것 자체를 주저한다. 이것 역시 신뢰가 쌓여있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새벽 배송’을 앞세워 국내 온라인 유통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마켓컬리 김슬아(37) 대표가 규모에서 비교가 안 되는 국내 제1의 유통업체 롯데 경영진에게 온라인으로 강연을 했다고 한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 최고 경영진 150명이 모인 자리에서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은 모든 서비스가 가져야 할 최고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신뢰를 강조했다고 한다.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 신뢰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신뢰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공자는 논어 안연편에서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식량, 군대, 민신(民信),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자 자공이 그럼  이 세 가지 중 한가지를 선택한다면 어느 것을 선택하겠느냐고 하자 “민신(民信)”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는게 공자의 얘기다. 믿음이 없으면 아무것도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은 동서고금을 떠나 당시에도 보편적 진리로 자리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언론은 엄청난 혼란에 빠져 있다. 언론 환경이 급속히 변하면서 이게 개인 메일인지, 언론인지 구분이 안 된다. 기존 신문과 방송에다, 인터넷신문, 여기에 유튜브까지 가세해 마구 기사를 쏟아내다 보니 일반 정보 소비자들은 어떤 게 진짜인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클릭수가 돈이 되다보니 무책임한 선동적 제목의 기사가 쏟아지고 언론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있다. 도무지 신뢰가 안 간다. 이러다 보니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토마스 제펴슨 前미국 대통령의 말은 이제 고대박물관에 들어가야 할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혼란에 빠진 언론
 이런 상황에서 우리 수산전문지는 지금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이미 구문이 된 기사를 받아 모으고 관급 기사를 아무런 분석이나 해석, 비판 없이 틀린 오자까지 받아쓰는 행태를 지양하고 있지는 않은 지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

 신문은 모름지기 진실에 접근할 수 없는 독자들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신문의 생명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신문들은 공적 이익보다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신문도 기업의 영역이다. 하지만 본질보다는 실존이 우선하는 그런 행태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이제라도 우리가 진실을 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수산인들이 지금 알고 싶은 게 뭔지, 우리가 무엇을 감시하고 어떤 진실을 전해야 할지 매일 매일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전문지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 얘기처럼 우리가 추구하는 최고 지향점 역시 신뢰가 돼야 한다. 공적이익과 사적이익의 나들목에서 주저없이 공적이익으로 나갈 수 있는 그런 한해가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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