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장 경영협의회 참석 못하고
수협은행장 취임후 첫 인사 뒤집어지고
한창 일할 시간에 수협은행장·수석부행장 회장 노량진시장 방문에 '어색한 동행' 하고...

수협은 협동조합이다. 그러나 지금 수협에 협동은 어디 가고 갈등만 남아 있는 모양새다. 최근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과의 ‘불안한 동거’를 두고 하는 얘기다. 은행장 추천 때부터 인사 갈등이 도를 더해가는 양상이다. 김진균 수협은행장이 중앙회가 주관한 신년 첫 경영협의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수협은행장 취임 후 첫 인사가 일부지만 2주 만에 뒤집혔다. 뿐만 아니라 수협은행장과 수석부행장이 임준택 회장의 노량진수산시장 방문에 동행하는 어색한 모습이 연출됐다. 한참 일할 시간에 그들은 왜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서성였을까.
▲수협은행장은 경영협의회 참석을 못한 건가 안한 건가=김진균 행장은 지난 4일 열린 올해 첫 중앙회 경영협의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영협의회는 임준택 회장을 비롯해 수협중앙회 임원과 수협은행 자회사 임원이 고정 멤버다. 여기에 경제 쪽 자회사, 그러니까 노량진수산시장, 수협유통 등은 현안이 있으면 참석한다. 현안 사항을 공유하고 논의하기 위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신년 초 경영협의회는 고정 멤버는 물론이고 자회사 사장도 대부분 참석하는 게 관례다. 새해 들어 업무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올해 첫 경영협의회에는 가장 중요한 멤버 중 하나인 김진균 수협은행장은 빠졌다. 중앙회장이 주관하는 신년 첫 경영협의회, 참석하지 않으면 불충에 해당할 수 있는데도 왜 김진균 행장은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수협은행 임직원들은 여기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김 행장은 이날 경영협의회에 참석하지 못할 만큼 특별한 일정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은행 한 중견 간부는 “수석부행장에 누구를 시키라는 오더가 중앙회에서 내려왔다는 얘기는 이제 수협은행 직원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결국 이런 것들이 김진균 행장의 협의회 불참과 연관된 것 아니냐”고 했다. 인사 때문에 괘씸죄에 걸려 김 행장이 타의에 의해 참석을 못했다는 얘기다. 수협은행 전 임원은 “이유야 어쨌든 행장은 빠지고 부행장 3명만 참석한 회의을 과연 제대로 된 경영협의회라고 부를 수 있느냐”고도 했다.
▲김진균 행장 취임 후 첫 인사 왜 뒤집혀 졌나=김진균 행장 취임 후 불과 한달여 만에 단행한 첫 인사가 일부이긴 하지만 뒤집혔다. 지방에 있다 서울 모기업금융본부장으로 발령이 난 L모 부장은 인사 발령이 난지 2주 만인 지난 7일 교육으로 발령이 변경됐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울 모기업 금융본부장인 J모 본부장이 들어왔다. 둘 다 66년생으로 앞으로 65년에 이어 후선 배치가 예상되는 부장들이다. ‘인사 참사’라고 까진 부를순 없지만 이 인사를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출신지역 얘기도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당초 실적 위주로 인사를 했다고 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영 사납다. 인사는 심사숙고해야 하고 결정이 된 사항은 흔들리지 않아야 리더십이 생긴다. 그러나 김진균 행장은 취임 후 단행한 첫 인사를 스스로 접었다. 행장의 리더십이 손상을 입은 건 물론이다. 직원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인사란 모든 사람을 만족할 순 없다. 그러나 객관적 기준이 상식이 돼야 한다. 한 은행 직원은 “(김 행장이)취임한 지 불과 한달여만에 자기 출신 지역이나 친소관계를 생각해 인사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떤 측면에선 너무 원칙을 강조하다 보니까 생긴 일일 수 있다”고도 했다. 실적이 우수하고 꼭 데려다 쓰고 싶은데 행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는 생각을 김 행장이 인사에 반영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이번 인사는 가뜩이나 인사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수협중앙회가 개입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도 있다”고도 했다. 어쨌든 이번 인사는 조직원의 생리와 메커니즘을 간과한 인사로 보인다. 김진균 행장이 인사를 AI에만 의존해선 안 되는 이유를 좀 더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는 얘기다. 그렇다 해도 이런 일로 취임한 지 얼마 안 되는 내부 출신 행장을 흔드는 것은 수협 스스로 자해행위를 하는 거나 다를 바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행장과 수석부행장은 왜 한참 일을 할 시간에 노량진수산시장에 나타났을까=임준택 회장은 지난 12일 오후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수협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아 수산물 수급 동향을 살피고 유통 종사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방문은 홍진근 수협중앙회 대표이사와 김진균 수협은행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동행했다고 했다. 수협은행장이, 그것도 수석부행장과 함께 회장의 시장 방문에 동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수협은행은 이들 방문에 대해 “일부러 수행한 것은 아니고 우연이 동선이 겹쳐 갔던 것이다”고 했다. 수협은행 노량진수산시장 지점에 업무차 갔다가 참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지점에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만일 지점에 업무가 있다 해도 행장이나 부행장 한 사람만 가면 되지 은행 최정점에 있는 두 사람이 같이 지점에 간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노량진수산시장 지점 한 관계자는 “오후 5시20분쯤 와서 한 20분 정도 있다가 갔다”고 했다. 그럼 이들은 회장 일정에 맞춰 이곳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지점 방문이 목적이 아니라 회장 수행을 위한 시장 방문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그럼 이들은 한참 일을 할 시간에 왜 여기에 나타났을까. 한 은행 직원은 “인사로 인한 불협화음을 해소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며 “회장의 마음을 사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회의 수협은행 길들이기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업무문 분리에서부터 은행 자회사 독립까지 20년간 한번도 배출해 보지 못한 내부 출신 행장, 그 행장의 첫 행보가 지금 중앙회와 인사 갈등 때문에 뒤퉁거리고 있는 것이다. 행장을 뽑았으면 법을 위반하거나 부정한 행위가 나오지 않는 한 그를 믿고 그의 리더십을 인정해 줘야 한다. 그래야 그가 책임감을 가지고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있다. 문제가 있다면 오히려 경영협의회에 참석도록 해 그가 가진 공적 책임을 느끼도록 하는 게 훨씬 현명한 처사다. 출발부터 삐거덕하면 말을 모는 마부나 탄 사람도, 또 보는 사람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마차를 몰 수 있도록 마부에게 신뢰를 보내 줘야 한다. 그것이 마차 소유주의 올바른 행동이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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