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새해 문영주가 만난 사람/정연송 대형기저수협 조합장

조합 부정적 이미지 바꾸고 어려울 때 앞장 서
2세 조합원들과 소통·협력 위해 매달 간담회
"수협, 수산업 발전 앞장서고 옛 부흥 다시 실&

정연송 대형기저수협 조합장

정연송 대형기선저인망수협(이하 대형기저) 조합장을 보면 두 가지가 생각난다. 하나는 조합 이미지 개선이다.  옛날에는 조합 이미지가 썩 좋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딴판이 됐다. 솔직히 대형기저하면 불법과 부정어업을 떠올리는 수산인이 많았다. 수산업법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 조합장은 취임 후 대형기저를 보는 정부와 수산인의 시각을 바꿔놨다. 휴어기 때 폐그물을 걷어오고 자원을 조성하기 위해 연중행사처럼 치어를 방류했다. 바다를 깨끗이 하고 자원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보였다. 그래서인지 대형기저에 대한 나쁜 기사가 언론에 등장하는 횟수가 대폭 줄었다. 그는 조합에 이미지를 바꾸는 데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정 조합장은 “그동안 불합리한 수산제도로 인해 어업인간 갈등이 많았다”며 “어장 환경을 개선하려는, 또 자원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조합 이미지에 큰 변화를 만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하나 정 조합장을 보면 떠오르는 게 바다모래 채취다. 어업인들이 해양 생태계를 훼손시켜 바다를 황폐화하고 어족자원을 고갈시킨다며 바다모래 채취 반대 투쟁을 벌일 때 최일선에 서서 투쟁을 전개한 사람이 바로 정 조합장이다.

 지난 2016년 5월 그는 전국 91개 수협 중 20개 업종별수협 조합장들이 모여 만든 업종별 수산자원관리협의회의 의장을 맡아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해상풍력 반대 등 어업인들을 위해 수협에서 벌이고 있는 각종 대책위원회 주요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잘못하면 정부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자리지만 그는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지난번 중앙회장 선거 때 그는 일찍부터 회장 후보에 이름이 올랐다. 하지만 그는 선거에 나서지 않았다. 조합에 할 일이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본지 신년 인터뷰에서 차기 회장 선거에 대해 묻자 “임준택 회장님이 회장직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계시는 입장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유보했다.

 그러면서 “회장 선거에 있어서는 과거부터 반복되는 여러 불협화음들이 있어 왔다”며 “이제 공정한 선거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뭔가 말하고 싶어도 선뜻 말할 수 없는 가슴에 묻어둔 얘기가 있는 모양이다.

 정연송 조합장은 자원이 감소하고 어업인들이 고령화되면 수협도 위기를 맞을 것 아니냐고 묻자 수협이 “고령화가 심해지고 자원감소가 이어지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심각하다”면서도 “현재와는 다른 수산업과 수산분야의 가치를 창조하고 대한민국 수산인들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항상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조직이 되도록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대해서도 “현재 어민들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다”며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하고 반영해 어민들이 장기적으로 일관성있게 어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임한 지 얼마나 됐는가.
“2015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로 제19대 조합장으로 당선된 이후, 2019년 재선을 했으니까 올해 7년차를 맞고 있다”

-왜 조합장이 되려고 했는가.
“23세에 대형트롤 어선의 최연소 선장이 됐다. 그리고 바다와 함께, 바다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살아왔다. 수산업계의 전문가라고 자부하고 조합장이 돼 수산업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당당한 리더가 되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당초 생각대로 잘되고 있는가.
“2020년까지 조합 사업 규모를 2조원대로 상승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조합원들과 임직원들의 참여와 지원 덕분에 지난해 사업규모가 2조원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서울과 경기도에 수도권 영업점을 개점하며 상호금융 부분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때때론 경영이 힘들고 어려운 문제도 많지만, 조합경영의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서 전국 회원조합 중 최고의 수협을 만들어 가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조합장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려움은 없는 가.
“대형트롤, 대형쌍끌이, 대형외끌이 등 3개업종의 조합원들로 구성돼 있다 보니 각 업종별에 맞는 제도와 조합의 지도, 지원하는 부분이 달라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내·외부적인 부분에서 각종 조언에 귀 기울이며 다양한 의견을 듣고 조합원들과의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면서 임직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 지금도 조합원들의 요구와 바램을 나침반으로 삼으며 행동하고 있다”

-조합장으로 재임하면서 가장 잘한 일이라 생각되는 것은 무엇인가.
“2015년 조합장 취임 당시 조합원은 93명이었는데 현재 122명이다. 3개 업종 중 트롤, 쌍끌이 어업을 경영하시는 모든 어업인이 현재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특히 지역의 조합원이 20여명 증가해 애로사항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천포, 여수지소를 설립해 불편함을 해소하고 있다. 또한 5개 협회 임원진과 미래 수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2세 조합원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위해 매달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어려움과 우리 수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등 조합의 미래와 대한민국 수산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한 것을 가장 잘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어업경영 환경은 어떤가. 앞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어업이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업종에 가려 부각되지는 않지만, 어획량이 계속해서 줄어드는데다 경제가 위축되고 수산물 감소 현상까지 겹치면서 어업인들의 경영활동은 정말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의 정책 또한 민원 위주의 정책으로 진행되고 있어 어민들이 체감하는 수산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수산발전을 통해 어업인의 소득증대에 이바지한다는 원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대형기저는 예전에는 이미지가 좋지 않았으나, 현재는 많이 좋아진 것 같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왜 이미지가 바뀌었다고 생각하는가.
“우선 조합장에 취임하면서 전임 조합장에 이어 또 한번의 재도약을 위해 신발 끈을 단단히 동여매었다. 1965년 한일어업협정 당시 잘못된 수산정책으로 불거진 불합리한 수산제도와 어업인 간의 갈등 문제 등을 변화시키기 위해 정부, 관계기관, 전국의 어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했다. 그동안의 관행적인 태도, 임시방편적인 사고를 반성하고 신뢰받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부분들은 조합장 본인이 직접 나서서 정면돌파 했고 향후 대책 마련 등을 약속하며 조합과 우리 수산업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냈다. 이러한 노력들이 현재의 대형기선저인망수협의 이미지에 큰 변화를 만든 것 같다”

-정연송 조합장 하면, 바다모래 채취가 먼저 생각날 것 같다. 남해EEZ 바다모래채취대책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는데 위원장을 맡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평생을 바다와 함께 살아오면서 우리 바다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남해EEZ 지역은 다양한 어종들의 회유 경로이자, 산란장이다. 그만큼 수산업에 있어서 중요한 곳이다. 이렇게 중요한 곳에서 무지막지하게 모래를 파내고 해양환경을 파괴하는데 어느 누구도 감시하지 않고 복구 계획도 없이 손 놓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모래채취 반대 운동을 했고 자연스럽게 수석위원장 역할까지 하게 됐다”

-바다모래채취 문제는 끝난건가, 아직도 진행 중인가.
“우선 바다모래채취 허가관할청이 국토부에서 해수부로 옮겨졌다. 또한 한수총 중심의 협의체가 구성돼 정부와 어업인의 협의가 있어야 채취가 가능하게 됐다. 이로 인해 앞으로 모래채취와 관련해서는 정부와 어업인 및 수산인들과 적극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바다모래채취 문제는 끝나지 않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최근 서해EEZ에서 골재채취 허가가 나면서 2025년까지 총 3,850만㎥의 채취가 허용된다. 현재는 우리 어업인들의 피해와 바다환경에 모래채취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환경영향평가 용역이 진행중이다.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에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그는 “이미 무분별한 바다모래채취로 인해서 경북지역에서는 축구장 면적 15배에 달하는 연안침식이 진행 중인데 전문가들은 바다모래채취와 무관치 않다는 입장이다”며 “자치단체에서도 이와 인식을 같이 하고는 있지만 별다른 대응책이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강력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치어를 방류하고 휴어기 시 버려진 폐그물을 수거하는 등 자원조성과 해양환경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부분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있는가.
“바다는 지구전체 면적의 70%를 차지하고 지구 전체 생물의 80%가 살고 있는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하지만 현재는 오염물질들이 대거 바다로 유입돼 해양환경 파괴가 심각한 수준이다. 해양생태계가 한번 파괴되기 시작하면 복원하는 데는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어민들과 수산인들에게만 바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다와의 공생을 통해서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바다가 인류의 희망이고 무한한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 후손들에게 깨끗한 바다를 물려주어야 할 의무감도 있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바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전하는 노력을 해야하고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미래의 수산업은 어떨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수산업은 대표적인 1차 풀뿌리 산업이다. 하지만 세계의 많은 학자들이 항상 미래 유망산업으로 수산업을 꼽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서도 수산업은 엄청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질 좋은 수산물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위생적으로 유통하며,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다면 수산업은 충분히 미래 유망산업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우리 수산인들의 인식변화와 추진해야 할 과제가 많을 것이다. 자원관리와 회복을 통해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실현해야 하며 젊은 층들의 수산업 진출을 도와 기반을 열어줘야 한다”

-어촌고령화가 심화되고 자원감소가 이어지면 수협도 상당한 변화를 맞을 것 아닌가. 앞으로 수협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고령화가 심해지고 자원감소가 이어지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수협이 우리나라 수산업 발전에 앞장서고 옛 부흥을 다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존재감은 여전할 것이다. 현재와는 다른 수산업과 수산분야의 가치를 창조하고 대한민국 수산인들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항상 책임과 역할을 다한다면 수협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 중앙회장 선거 때 강력한 후보 중 한사람으로 거론되다 중간에 불출마를 했는데, 왜 출마를 포기했나. 다음 회장 선거 때 출마할 용의가 있는가.
“회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조합의 단합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었고 산적한 현안문제를 풀어가야 할 막중한 임무가 있었다. 그리고 당시 선거 분위기에서 나의 역할과 오직 수산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초심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지금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당선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수협 발전에 이바지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재선에 성공했고 조합과 수산업의 발전에 안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입장에서 만족한다. 다음 회장 선거 출마에 대해서는 현재 임준택 중앙회장님께서 회장직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계시는 입장에서 얘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회장 선거에 있어서는 과거부터 반복되는 여러 불협화음들이 있어 왔기에 이제 공정한 선거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변해야 할때가 온 것 같다”

-끝으로 해양수산부나 수협중앙회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가.
“현재 어민들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다. 정부가 나서서 어민들이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을수 있도록 실용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며 수산업 발전을 이룬다는 것에 동의는 하지만 미래투자 환경개선에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항상 해답은 현장에 있다고 말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첨가되지 않은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하고 반영해 어민들이 장기적으로 일관성있게 어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TAC등 제도도 수산선진국들의 모범사례를 토대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 어업인들이 불필요한 희생을 당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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