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임경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정책연구본부장
저탄소·4차산업 혁명기술 융복합·인구 유입’ 화두
4차산업 혁명기술, 자본 투자 통한 스마트 수산업으로 전환 시급

임경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정책연구본부장

 2019년 말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라는 팬데믹으로 인류사회는 큰 변혁기를 맞이하기에 이르렀다. 사람 간 대면 접촉이 최소화되는 언택트 문화 확산, AI(인공지능), 5G, 빅데이터, 가상·증강현실과 같은 4차산업 혁명기술에 의한 제품·서비스의 디지털화·스마트화 등 지금껏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현상이 새로운 질서와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헤게모니 전쟁이 야기한 지역주의의 부활, 기후변화·자연재해의 위기 심화 속에 대두된 탄소중립 실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와 같은 사회적·윤리적 가치 실현이 뉴노멀의 조류로 자리 잡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 모든 것이 현재, 그리고 우리 수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둘러싼 환경 변화이다.

 수산업 위축·어촌 소멸 위기감 고조
 2020년 우리나라 수산물 생산은 371만톤으로, 수산자원 감소라는 위기감 속에 생산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발간한 2019년 수산업·어촌에 관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연근해 수산자원은 적정 자원량 대비 62% 수준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양식어업은 다품종 소량 생산구조로 아직은 경험·환경에 의존한 생산 접근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수산업 생산 기반의 노후화와 고밀도화에 대응해 구조조정, 기술 접목을 통한 생산 방식의 효율화와 개선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수산물 소비량(순식용공급량)은 68.1㎏(’18년)으로 세계 상위 수준이나, 어패류 순식용공급량은 육류보다 적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2010년 이후 2018년까지의 연평균 증가율도 육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어패류 자급률도 51.2%로 2010년 이후 육류에 비해 낮고 자급률의 연평균 감소세도 -3.5%로 육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진행되고 있어, 식량 안보 측면에서 우려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인구절벽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경제활동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 농림어업 총조사 결과(잠정)’에 따르면 2020년 어가인구는 9만 8,000명으로 2015년 대비 23.7% 감소한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36.2%로 2015년 대비 5.7% 증가했다. 인구 감소세와 고령화 비중은 농가 인구, 전체인구 평균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인구 유출·감소, 고령화로 지역사회의 취약성이 확대되고 있어 대안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수산물 가치 소비 확산·방식 변화
 UN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14조를 통해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대양, 바다, 해양자원보존 및 지속가능한 사용을 천명한 바 있다. UN의 2030 지속가능목표 달성을 위해 과학기반 수산자원관리, IUU 어업 근절, 과잉 생산을 유발하는 보조금 금지 달성을 위한 노력을 본격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기후변화 심각성에 대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의 성찰 기조 하에 2050 탄소중립이 글로벌 新패러다임으로 대두되면서 수산업의 본격적인 참여·이행 압력도 본격화되고 있다. 얼마전 개최된 2021 G7 정상성명(G7 Summit Communique)에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감소시키고, 기후재원을 확대하며 2030년까지 세계 육지·해양 면적의 30%를 보호 지역으로 지정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되기도 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성장 모멘텀의 불확실성 확대에 대한 우려도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 확산, 예상치 못한 팬데믹 현상 등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글로벌 교역 둔화로 수산분야에서도 성장 모멘텀 약화와 하방 리스크 압력의 확대가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수산부문에 대한 기후변화의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기상청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 주변 해수표면 온도가 지구 평균보다 높은 변화율(약 2~3배)로 상승하고 있고, 해양 산성화, 수온 양극화라는 극한 현상의 출현 빈도가 증가하는 등 연근해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평가된 바 있다. 고수온, 태풍 등의 재해 증가로 양식수산물의 피해 빈도와 규모도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선진화 규범 이행 요구 또한 강화되고 있다. 수산업의 지속가능성, 노동인권 훼손에 대한 위기감이 공감대를 확보하면서 글로벌 규범이 체계화되고 이의 이행 공세가 거센 상황이다. 수산자원 관리, 해양환경 개선, 해양 생태계 보전에 대한 규범 강화가 국제기구는 물론 국제규범을 선도하는 선진국, 최근에는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과 같은 다자간협상에서 본격 채택되기도 했다. 공해상에서는 UN의 국가관할권 이원영역의 해양생물다양성 보존 및 지속가능 이용 협약(BBNJ), 중앙북극해 비규제어업방지협정(CAFO)에서도 환경, 생태계, 어업관리의 법제화가 논의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노동기구(ILO)의 국제조약 비준으로 어선원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안전·복지형 생산 체계도 본격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산물 소비에 있어서도 가치 소비의 확산과 구매·소비 방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포식(飽食)과 개방화 시대를 맞이해 위생·안전은 기본 요건이며, 이에 더해 친환경, 친자원, 윤리적으로 생산된 수산물에 대한 선호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수산물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확고한 것으로, 확고한 안전과 가치 지향이라는 두 가지 소비 선호를 효과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검토가 이루어질 시점이다.

 기후변화 효율적 대응 필요
 지금껏 경험도 예상도 하지 못했던 뉴노멀의 시대, 수산자원 감소, 생산 기반의 노후화·고밀도화, 산업인구 및 어촌사회 위축이라는 위기에 직면한 우리 수산업을 둘러싼 대외 환경은 전방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수산업이 뉴노멀 시대의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효율적 대응과 고투입 생산체제의 개선, 산업인구 확보를 통한 지속가능성 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저탄소·기후변화에 동참해 환경 친화형 산업 인프라 조성이 요구된다. 당면한 기후변화·탄소중립에 순응하기 위한 산업 생산·유통·제조 인프라의 고도화는 물론, 기후변화로 유발된 재해·재난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망 구축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어선, 양식어업은 물론 가공·제조, 유통·물류 전반에 걸쳐 저탄소·에너지절감형 생산 기반 구축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수산분야의 취약성을 완화해 사전 대응을 위한 종합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탄소중립의 시대를 맞이해 탄소 흡수 기능을 육성하는 등 환경과 수산업을 연계한 그린비즈니스의 창출·확대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둘째,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공고히 다지고 혁신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4차산업 혁명기술, 자본 투자를 통한 스마트 수산업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의 보편 규범으로 자리잡은 수산자원관리, 해양생태계 보전, 노동 친화형 어업생산체제 구축의 조속 실현을 지원하고, 수산업의 핵심 성장동력인 양식어업의 새로운 성장모델 도출을 위해 기술·자본에 기반한 친환경 스마트 생산 체계 구축이 추진되어야 한다. 수산업 내부의 다양한 현안을 해결하고 국내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자본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 증강현실 등의 첨단 4차산업 혁명기술에 기반한 수산물 생산·유통·가공 모델 구축도 절실하다. 디지털·비대면 시대에 대응해 국가 전체적 높은 수준의 첨단기술과 수산분야와의 연계·접목을 통한 기술 융복합 강화가 조속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 소멸의 우려가 큰 수산업과 어촌으로의 인구 유입을 촉진해야 한다. 어촌지역은 산업적 기능 이외에도 정주·여가 공간으로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만큼, 수산업 인구의 유출을 막고 경제인구·젊은 신규인력을 유입하기 위해 어촌지역 재생을 통해 지역 환경과 사회·경제·문화 환경을 종합적으로 개선함으로써 낮은 삶의 질·만족도를 도시 수준으로의 향상 시킬 필요가 있다. 수산업·생활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책 사업의 안정적 추진과 함께 사회적·공익적 기능을 활용한 다양한 경제 인센티브 창출, 그리고 차세대 수산인력의 유입을 위한 지역사회 유지 프로그램의 발굴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상상해보지 못한 빠른 속도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뉴노멀시대, 미래 어젠다에 대한 선제적이고 기민한 수용과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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