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넘는 사업규모에 직원 1000여명 관리
회원조합 15만명에 영향 주는 막중한 자리

 수협중앙회 대표이사 선출을 놓고 노조와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표이사 추천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협중앙회 지도경제 대표이사는 8조원이 넘는 사업예산과 1,000여명에 가까운 직원들과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게다가 대표이사 업무는 15만여명에 가까운 회원 조합의 업무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전문성과 CEO 경영 능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자리다. 그러나 대표이사를 뽑는 법규는 문제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현재 대표이사 선출은 수협법 제133조 2항에 따라 ‘사업 전담 대표이사는 총회서 선출하되 전담사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 중 인사추천위원회(이하 인추위)가 추천한 사람’으로 뽑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추위는 정관이나 임원 선거 규정에 따라 추천대상자를 뽑아 총회에 부의하고 조합장들은 총회서 찬반투표로 대표를 선출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처럼 대표이사가 혼자 응모할 경우 재공모 여부가 명확히 명시되지 않아 논란을 키울 우려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내부 규정인 인추위 규약에는 재공모에 관한 규정이 없다. 다만 규약에는 인추위 권한 중 후보자 모집과 관련해 기타 사항에 후보자 추천에 필요한 사항을 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니까 이 규정을 인용하면 재공모를 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도 “법적 근거는 없지만 할 수는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명확한 규정은 없고 인추위 결정에 따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나 공공기관은 개방형 직위나 CEO를 뽑을 때 혼자 응모 시에는 반드시 재공모를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좀 더 능력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수협중앙회는 이런 규정을 명문화하지 않아 논란을 키울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인추위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재공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외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적지 않아 보인다.

 한 일선수협 조합장은 “이번 대표이사 추천도 규약에 내용이 적시돼 재공모를 했다면 이런 식으로 갈등이 유발되지 않았을 것 아니냐”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공모를 규약에 명시하는 법 개정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문제가 있다는 게 대표이사 인사추천위원 인선이다. 인사추천위원은 수협 중앙회 정관 제55조에 따라 △이사회가 추천하는 조합장 이사 2인과 △해양수산부장관이 추천하는 중앙회 이사가 아닌 조합장 1인 △수산단체와 수산 학계에서 추천한 각 1인 등 5인을 뽑도록 하고 있다. 대표이사 자리가 막중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안전판을 마련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안전판이 얼마나 실효성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과거 일부 위원은 “나는 거수기에 불과했다”며 “윗쪽의 의중에 따라 투표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따라서 능력있는 대표이사를 뽑기 위해서는 먼저 인사추천위원이 공정하게 선출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출 전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면 안 된다는 얘기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대표이사를 능력있는 사람으로 뽑기 위해서는 인사추천위원 구성부터 손을 봐야 한다”며 “외부 헤드헌터 기관에 의뢰해 후보자를 복수로 추천받아 이사회를 거쳐 총회서 대표이사를 선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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