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마산항 푸른 바다를 바라본다
"마산항, 다양한 생명과 어족자원이 공존하는 유일무이한 친환경적 복합공간으로 거듭날 것"

김혜정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

 올해 2월 중순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으로 부임했다.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은 국가관리무역항인 마산항과 국가관리연안항인 통영 국도항, 그리고 경상남도에 소재한 20개의 국가어항을 관할한다. 과거 진해항, 통영항, 고현항, 옥포항, 장승포항, 삼천포항, 하동항 등 7개의 소규모 무역항도 마산청에서 관할했으나 이명박 정부의 시책에 따라 2009년에 7개 무역항의 관리권을 경상남도에 위임하면서 관할구역이 축소됐다. 때문에 마산청은 무역항 관리가 주요 업무인 다른 지방청들과는 달리 국가어항 관리업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어항 항만 새롭게 의미 부여
 통영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태어나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통영에서 자란 덕분에 마산청에서 관할하는 항만과 어항들이 내게는 많이 친숙하다. 하지만 어린 시절 통영과 인근지역의 바다는 부모님과 맛있는 먹거리를 먹거나 여가를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장소였다. 그런데 청장으로 와서 보니 예전의 친숙했던 공간들이 이제 내가 관리해야하는 해양수산정책 현장으로 새롭게 의미가 부여된 것이다. 덕분에 관내 현장을 방문할 때면 익히 알고 있던 동일한 장소를 과거와는 달리 공직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스스로를 자각하며 남다른 소회를 느끼곤 한다.

 마산청사가 위치한 마산항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장소이다. 통영에 인접한 가장 큰 대도시는 예나 지금이나 부산이지만 당시에는 도로사정이 여의치 않아 여객선을 타지 않고 육로로 이동하면 마산을 거쳐 장장 3시간 이상이 걸리는 터라 부산까지 걸음하기가 쉽지 않았다. 반면 마산은 부산보다는 규모가 작아도 통영과 가깝고 백화점도 있는 큰 도시인데다 여름철이면 일대 어린이들에게 꿈의 물놀이장소였던 돝섬유원지가 위치하고 있었다. 덕분에 초등학생 시절에는 여름방학이 되면 부모님을 졸라 돝섬유원지에 다녀오는 것이 커다란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당시의 마산항은 원목, 연탄을 비롯한 각종 잡화가 취급되어 번잡하면서도 지저분하고 시끄러웠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늘 보아온 통영의 맑고 푸른 바다와는 달리 콜라를 연상시키듯 어둡고 탁한 바닷물의 색깔과 모습이었다. 게다가 근처에 오면 악취까지 진동을 하니 어린 마음에도 마산 앞바다가 썩었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때의 마산항은 자유무역지역의 대표산업이던 방직산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수출을 선도하던 대표항만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으나 환경적인 측면까지 살필 수 없었던 시대 상황으로 인해 마산항이 심하게 병들었던 것이다.

 되찾은 온전한 푸른색 바닷물
 그랬던 마산항이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의 악취와 콜라색 바닷물은 온데간데없고 온전한 푸른색을 되찾았다. 현재 마산항의 수질은 2급수 수준까지 회복됐으며, 마산항 초입의 바닷가 곳곳에서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봄철에는 도다리가, 가을에는 전어가 몰려와 어민들의 일손을 바쁘게 하는데, 그 시기에는 일부 어민들이 그릇된 욕심으로 화물선이 오가는 항로까지 침범해 설치한 무허가 불법어구들을 걷어내고 단속하는 마산청 순찰선 직원들도 같이 바빠진다.

 이처럼 마산항의 바닷물이 본연의 색깔을 되찾고 사라졌던 어족자원이 되돌아온 것은 해양수산부와 창원시, 지역 환경단체와 학계, 항만 인근의 공장과 기업 등 각계각층의 지속적인 노력과 협력이 이루어낸 눈부신 쾌거이다. 해양수산부는 마산항 수질개선을 위해 오염해역 준설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환경개선사업을 장시간에 걸쳐 실시해왔으며, 창원시는 항만으로 유입되는 생활하수와 공장의 오폐수 등 육상 오염원이 직접 항만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마산항의 수질과 환경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지역 환경단체와 학계는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친환경적 복합공간으로 재탄생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2011년 12월 마산항 깊숙이 위치한 봉암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봉암갯벌은 92,396㎡의 협소한 면적에 불과하지만 도심에서 항만으로 이어지는 어귀에 다양한 물새와 법정보호종들의 서식지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상징성이 남다르다 할 것이다. 최근 봉암갯벌 근처에서 수달이 목격되었다는 희소식과 함께 창원시는 봉암갯벌 습지보호지역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마산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마산항 서항지구 친수공원조성 공사가 연내 마무리되고, 창원시가 시행 중인 해양신도시가 수년 내에 결실을 거두면 마산항은 경남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대표 무역항이라는 기존 명성과 역할 외에 시민을 위한 친수공간과 다양한 생명과 어족자원이 공존하는 유일무이한 친환경적 복합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마산항의 이상적인 앞날을 기대하며, 마산항이 미래를 향해 발전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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