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인 제목으로 글 시작한 풍운아 독백같은..."
2025년에 인천 해저도시에서 만나요.

인천해저도시-표지

 도발적인 제목이다. ‘과학과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시대에 해저도시가 과연 가능할까? 그것도 우리나라 해양의 메카인 부산도 아닌 인천에?’ 궁금해서 읽어보았다.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가능하다, 그것도 불과 4년 후인 2025년에 인천 해저도시의 첫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가상 인물을 통해 인천 해저도시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서술한 부분을 읽고 나면, 독자들은 ‘과연 가능할까’라는 처음의 의구심이 ‘확실히 가능하겠구나’라는 확신으로 바뀌고 있음을 직접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가독성(可讀性)이 높다. 저자가 직접 겪은 내용만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썼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제목이나 부제만 보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인천 해저도시라는 개념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그 결과물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며, 저자의 삶과 인천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독자들에게 흥미를 더해준다.

 저자인 임현택은 의외로 공무원 출신이다. 그는 해양수산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최근 인천시 해양수산협력관을 끝으로 27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행정고시를 합격한 재원이었으며, 재임 중 정보통신공학 박사학위도 취득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박근혜 정부시절 1년간 세월호특조위에 파견근무 나갔던 사건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당시 세월호특조위 간부의 직원들에 대한 폭행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밉보여 복귀 후 인천지방청으로 좌천을 당했으며, 현 정부 출범 후에는 적폐청산의 대상으로까지 몰려 이 두 사건으로 5년간 무려 9개 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았으며 5년간 승진대상자 명단에서 누락되는 수모도 겪었다.
고뇌의 시간을 보내던 그에게, 인천시 해양수산협력관으로의 파견은 숙명적으로 인천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내용이 책 제1장(인천 바닷가에서)과 제2장(바다를 향한 엇갈린 사랑)에 실려 있다.

 그래서일까? 도전적인 책의 제목과는 달리 책은, ”인천 앞바다에 노을이 지고 있다. 내 인생도 지고 있다“와 같이 처량하게 시작된다. 직함은 해양수산협력관이지만, 그에게 인천은 유배지나 다름없었으니 이해할만하도 하다.

 그럼에도, 그는 현실에 쉽사리 굴복하지 않았다. 그는 ”상처와 아픔은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거나 작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커진다. 아픔을 확실하게 줄이는 방법은 내가 더 커지는 수밖에 없다. 나를 키우는 방법은 늘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천한다. 그래서 인천 해저도시 구상이 시작됐다.

 제3장(인천내항이 속삭이는 소리)은 인천 해저도시 구상이 시작된 배경 설명이다. 사업대상지는 인천 내항재개발 구역이기 때문에, 저자는 항만재개발에 대해 국내외 사례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인천 해저도시 구상이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이라는 엉뚱한 곳에서 탄생하게 된 일화도 재미를 더한다. 이 장(章)을 읽은 독자들은 ”육지중심의 사고에서 탈피해 해양중심의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저자의 강한 신념이 어떻게 인천 해저도시 건설로 연결되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초기 구상에 대해 주변사람들의 ‘그거 힘들거야’, ‘어렵지 않겠어?’, ‘그런거 왜 해?’라는 부정적인 생각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당연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제4장(인천 해저도시를 위한 행진곡)은 저자가 과학과 논리라는 무기로 주변의 편견과 선입견을 하나하나 깨면서 조금씩 행진하는 모습이다. 문제점이 갑자기 튀어나오고, 전문가들을 만나서 문제를 해결하면서 사업의 실현가능성을 높이는 일련의 과정이 시간 순서에 맞춰 소개되고 있다.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어, 저자뿐 아니라 읽는 독자들도 일종의 성취감이나 승리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장에서 소개되는 수많은 인물들을 통해, 독자들은 덤으로 다양한 직업관과 함께 저자의 인간관계 기술을 체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제5장(미래 물의 도시)은 인천 해저도시 구상을 항만재개발 사업에 반영하기 위해 만든 보고서에 대한 설명이다. 인천 해저도시 개념, 필요성, 사업면적 및 개발기간, 사업비용 및 경제효과, 추진방향 및 향후계획 순으로 그림 및 도표를 이해를 돕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저자가 사업의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시행자와 사업추진방식까지도 꼼꼼히 검토했다는 점이다. 이 사업은 세계 최초이고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일종의 국책사업과 같다. 정부의 한 국(局)이 몇 년에 걸쳐 해도 쉽지 않은 일을, 한 개인이 자신의 인맥을 통해 해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사업진행 중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쉬운 일이었으면 다른 사람이 이미 했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엄청난 열정과 무서운 추진력이 그 원동력일 것이다.

 인천 해저도시 1단계 사업이 완성된 2025년 3월말, 가상의 젊은 여성이 직접 인천 해저도시를 방문해 둘러보는 모습이 제6장(인천 해저도시에서의 첫 만남)에 나온다.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너무나도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 읽는 독자들의 마음속에 ”나도 가보고 싶다“는 느낌이 절로 스며들 것이다. 저자가 인천 해저도시 사업에 대해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세세한 것 하나하나 고민했는지가 느껴진다.

 이외에도 코로나 사태와 관련된 2가지 사례를 들어, 정책 결정 과정은 미덕(美德)이 아닌 과학적 지식과 논리를 기반으로 한 설득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업무원칙을 소개하고 있다. 선례와 형평성에 근거한 정책결정의 오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 장(‘누가 인천 해저도시를 만들고 가꾸어 갈까?’)에서 저자는 인천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해양쓰레기, 낙후한 연안여객선 등 인천의 해양수산 현안에 대해 원인만 진단하는 것이 아니고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정책 관련자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인천의 정체성 위기를 진단한 후, 통합된 지역언론사와 인천은행의 설립을 해법으로 제시하는 데까지 이르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인천에 대한 저자의 무한한 애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다양한 정보도 제공해주고 있어 읽어갈수록 재미가 쏠쏠하다. 인천과 관련된 몇 가지 예를 들면, 인천이 최초인 것들, 인천 섬 이야기(대청도의 아귀, 우뭇가사리, 오명마, 굴업도 등), 최초의 짜장면(공화춘) 역사 등이다. 이외에도 소피마르소가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의 수상을 거부한 이유, 피카소의 ‘올드 기타리스트’와 관련된 사연 등이 저자의 경험과 어우러져, 독자들로 하여금 삶의 의미와 태도를 곱씹어보게 해준다.

 역사를 보면, 극심한 육체적 혹은 정신적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인류의 유산을 남긴 사례들이 많다. 궁형을 당한 사마천은 사기(史記)를, 정약용은 여유당전서를 썼다면, 저자(임현택)은 인천에서 피를 토하며『인천 해저도시로 가자』를 썼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저자는 갑자기 내가 좋아하는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 ‘The Greatest Love of All’가 떠오른다고 했다.
“No matter what they take from me
내게서 모든 걸 앗아가더라도
They can't take away my dignity
내 존귀함만은 뺏앗을 수 없어요
Because the greatest love of all
Is happening to me......
왜냐면 가장 위대한 사랑이
내게 일어나고 있기때문이죠

Learning to love yourself
It is the greatest love of all“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위대한 사랑이죠

 그렇다. 저자는 인천해저도시를 통해 진정으로 위대한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것 같다. 어두운 시간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이 페이지 곳곳에 묻어 있어 울림이 적지 않은 책이다. 신국판, 273쪽, 미세움 刊, 18,000이다.

 

 

임현택은…

1962년 경남 함양 출생으로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행정고시(제38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해양수산부에서 △미 해양대기청(NOAA) 파견  △남북수산협력팀장 장관비서관  해양보전과장, 해양환경정책과장 세월호특조위 운영지원담당관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운영지원과장 해사산업기술과장을 역임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홍보담당관  도시광역교통과장 해양영토개발과장 프랑스 UNESCO 정부간해양학위원회에 파견됐으며 인천광역시에서 해양수산협력관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가천대학교초빙교수(대학원,나노과학기술융합학과)  한국스마트해양학회(www.kisof.kr) 회장  인천광역시 해양산업심의위원회 위원  해양경찰청 방제기술지원협의회 위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자문위원(심해저자원개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자문위원(친환경선박)  한국어촌어항공단 자문위원  인천항만공사 자문위원(인천국제해양포럼)  한국해운협회 자문위원  극지연구소 극지정책협의회 위원을 맡고 있다.

미 Colorado 주립대학교 행정학 석사, 호서대 정보통신공학과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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