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성수기 인데, 연말대목 포기하나... 상인들 수심 가득
오미크론까지 겹쳐 상차림 식당가 90% 예약 취소
PCR 검사 지속... 확진자 안 나오는 게 유일한 대책?

 ‘코로나19 집단감염’ 직격탄을 맞은 서울 대형 수산시장들이 돌파구 없는 침체에 빠졌다. 8일 오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시장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함을 자아내고 있었다. 상가와 식당 할 것 없이 매출이 반토막을 넘어 1/3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 상인들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지난 9일 하루 확진자가 7,000명을 넘어서고 오미크론 누적 확진자도 38명에 이르는 등 코로나19 확산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단계적 일상회복 중단으로 사적모임 수도권 기준 6명 축소·식당과 카페 방역패스 적용 등으로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

   노량진수산시장, 확진자 발생 후

    수산물 입하량 2주간 40% 감소

노량진수산시장 1층에서 활어를 취급하는 A씨는 “지금은 연말장사를 포기해야 하나 싶은 절망에 가까운 지경이다. 가을, 겨울 장사로 벌어둬야 내년을 계획하는데 내년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확진자가 10명 안팎으로 줄어들고 있는 이번 주 안에 코로나가 진정되면 그래도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11월 1일부터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하다 2주 만에 집단감염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상황이라 상인들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12월과 1월은 수산시장의 대목이라 할 정도로 손님이 많은 시기인데 평일 5시에도 점포를 찾는 이들은 한둘에 불과했다.

 A씨는 “지난주엔 3일 정도 아예 문을 닫았다. 손님도 없는데 인건비라도 줄여보자는 생각에 직원과 상의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며 “원래 이즘엔 하루도 빠짐없이 수족관을 가득 채워 놓는데 생물은 안 팔리면 처치해야 하기에 수족관을 비워두고 있다”고 했다. 주변에 하루 개시도 못하고 돌아가는 상인도 있다고.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는 노량진수산시장 2층 식당가

 2층 상차림 식당의 어려움은 최고조에 달했다. 연말까지 금요일과 주말 예약이 꽉 찼던 식당은 코로나19 집단감염과 사적모임 인원 축소에 취소률이 90%에 이르고 있다. 식당 주인들은 일주일 계도기간이 끝나는 13일부터 방역패스가 적용되면 이용이 더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 요식업협회 최우창 회장은 “이번 주 확진자가 많이 떨어졌지만 매일 방송에서 검사한다, 방역한다는 것만 나오니 손님들이 꺼리고 있다. 생물은 사서 가져가는 손님이라도 있는데 식당은 그것도, 드라이브스루도 할 수 없어 더 힘들다”며 “월세 유예와 대출로 버티고 있었는데 언제 초토화될지 모르겠다. 식당 2군데는 폐업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 2주간 어려웠던 노량진수산시장의 상황은 주간 수산물 동향이 보여주고 있다. 11월 3주차(11.15~11.20) 입하량은 전주 대비 40% 오른 1,509톤이었으나 확진자가 발생한 20일 이후 11월 4주차(11.22~11.27)에는 40%가 감소해 전주보다 646톤 줄어든 863톤만 입하됐다. 12월 1주차(11.29~12.4)는 다시 20% 더 줄어든 715톤이 입하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30~40% 떨어진 수치다.

 중도매인협회는 171명 조합원 중 반 이상이 확진돼 지난 2주간 반만 경매에 참여했다. 노량진수산시장 중도매인협회 이태욱 조합장은 “한때 경매를 중단하고 시장 전체를 폐쇄하자는 말도 나왔지만 노량진시장이 수산물 유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그럴 수 없었다. 지난주 지방 수산물 입하 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납품과 유통에 차질 없도록 분산에 신경 썼지만 소매에서 물량이 적어 힘들었다”며 “이번 주부터 모든 중도매인들이 복귀했고 지방 수산물도 속속 올라오고 있어 다음 주에는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하며 올해 세 번째 집단감염이 발생한 노량진수산시장은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지난달 28일부터 매일 직원과 시장종사자 2,000여 명의 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음성 결과가 나온 이들에게만 매일 음성확인 스티커를 나눠줘 상인들이 패용하고 장사해 손님들에게 안심을 주려 애쓰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 법인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 상인들의 어려움이 크다. 이번 주부터 확진자가 10명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는 시장 정상화가 급선무고, 그것이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최우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오는 11일까지 유지되는 선별진료소를 통해 시장 모든 종사자들이 지속적으로 검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손님 발길이 끊겨 썰렁한 가락동수산시장

  가락동수산시장, 건물 따로 쓰는데

  확진자 나오면 무조건 발길 ‘뚝’

가락동수산시장도 지난달 말 서울건해 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며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상인을 비롯한 시장 종사자들에게 PCR 검사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 3, 4일에는 방역을 위해 경매를 자체적으로 중단했으며 6일 재개된 경매에는 음성확인자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곳도 현재 하루 10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곳은 강동수산, 서울건해, 수협공판장 등 수산관련 법인 세 곳이 건물을 따로 쓰며 영업하고 있음에도 한번 확진자가 발생하면 피해는 다 같이 입게 된다. 매스컴에서 ‘가락동시장 확진자 발생’이라는 보도가 나가면 어디든 손님 발길이 끊긴다는 것.

 가락몰에서 건어물을 취급하는 B씨는 “하루에 두세 사람 물어보는 게 다다. 추석 때도 코로나로 힘들었는데... 그 뒤 반짝 좋았다가 또다시 이런 상황이다 보니 너무 힘들다”며 “왜 방송에서 시장명칭을 넣어서 하는지 모르겠다. 수산이든 청과든 야채든 손님이 없다. 제발 누적확진자 좀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한 자리 수로 떨어졌는데 그렇게 하니까 계속 많아 보인다”며 하소연했다. 패류를 취급하는 C씨 역시 방송에 서운함을 표했다. “가락시장 하면 도매급으로 다 넘어간다. 저쪽 시장에서 확진자가 나온 건데 여기까지 이렇게 피해가 오니... 단골들도 발길을 뚝 끊었다.”

 코로나로 비대면 영업이 활성화되긴 했지만 대형시장은 대면을 통한 도·소매가 일어나는 곳이다 보니 매출을 위한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기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 노량진수산시장의 경우 싱싱이앱과 드라이브스루 등을 통한 판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전적으로 점포 책임으로 진행되기에 한계를 갖고 있다.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라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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