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루질 때문에 분신 소동 일어나기도
일부 어민 몸에 인화물질 뿌리며 거세게 항의
전국서 어업인과 외지인, 해루질로 갈등 증폭

초도항 어업인 들이 외지인들과 실랑이를 벌리고  있어 경찰이 말리고  있다.

 불법 해루질 때문에 전국 지선 어업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전국 어업인들에 따르면 불법 해루질이 동·서·남해를 막론하고 전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어업인들이 조성한 자원을 외지인들이 불법 채취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초도항 초도어촌계(계장 정철규) 어업인들은 지난 12일 밤에 바다에 들어가 문어 등 수산물을 채취하는 수중 해루질 때문에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초도항 어업인 60여 명은 해루질하기 위해 온 외지인들과 경찰이 출동할 만큼 실랑이를 벌여 험악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사태는 경찰이 개입해 가까스로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 어민이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며 분신을 시도하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에 나온 군수, 해양수산과 직원, 경찰관 등 관계 당국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해 어업인들을 안타깝게 했다.

 어업인들은 “어촌계가 마을어장에 대문어 방류 등을 하고 해삼, 전복 등 치패를 뿌려 자원조성을 하고 있는데 밤이면 마을 앞바다에서 해루질을 해 어장이 황폐화되고 있다”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년 내내 이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어 생계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특단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초도어촌계 정철규 계장은 “해녀나 해남, 일반 어업인들은 바다만 보고 사는데 레저를 위해 생계를 이렇게 위협하는 게 맞는 일이냐”며 “어업인들은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니까 밤새 몸으로 이들을 막고있다”고 했다. 그는 “법이 개정될 때까지 어업인들은 이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며 “이제 해양수산부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생각하고 결정할 때가 됐다”고 했다.

 이 같은 문제는 강원도 동해뿐만 아니다. 동·서·남해 마을어장이 있는 곳에는 어느 곳이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경남 통영지역 어업인들에 따르면 통영 지선 마을어장에 해루질을 하는 사람이 들어와 마을어장을 망치고 있어 어업인들과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통영수협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게 어업인들 얘기다.

 통영수협 관내 한 어업인은 “외지인들의 해루질 때문에 마을 어장이 망가지고 있다”며 “해양수산부가 관련 법을 개정해 분명한 구분을 하고 불법이 발생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남 태안, 전북 부안 등도 해루질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한 어업인은 “해루질 때문에 지선어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해루질 하는 사람들과 어업인들의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수산자원관리법에 마을어장에서 해루질을 단속할 명확한 법적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어업인들의 얘기다.

 어업인들은 “현행법으로는 비어업인이 금지된 장비를 가지고 바다에 들어가 수산물을 채취하더라도 금지체장이나 무게를 위반하지 않으면, 또 판매 목적이 아니면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강원도 고성군 거진어촌계 황동수 계장은 “레저를 벗어난 판매 목적의 해루질을 처벌할 수 있어야 하고 마을어장의 일정 수역에서의 해루질 금지를 제도화하는 법 제정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며 “수산자원관리법 등 관련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기흥 고성군 해양수산과장은 “해루질 때문에 문어 산란장과 서식지가 훼손되고 있다며 어민들 반발이 커지고 있다”며 “마을어장이 관리수면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지난해 용역을 줘 연구 결과가 나온 만큼 올해 수산자원관리법과 시행규칙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병춘 강원본부장>

해루질은…
해루질은 물 빠진 바다 갯벌에서 어패류를 채취하는 행위로 주로 밤에 횃불(랜턴 등)을 밝혀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물고기를 잡는 전통어로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무분별하게 어업인들이 자원을 조성하고 가꾸는 마을 어장에 들어가 다이빙을 하거나 해루질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어업인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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