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 칼럼/문영주 편집국장
조승환 해양수산부장관이 꼭 해야 할 일

"CPTPP 등 수산 난제들 해양수산부 혼자 힘으론 풀기 어려운 게 너무 많다"

수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속가능한 수산물 생산·소비와 이를 둘러싼 환경
수산단체 정체성 회복 등 수습 가능한 수산 생태계 변화부터 과감히 개혁하길

 

 

조승환 해양수산부장관이 11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인사청문회를 거쳤지만 조 장관이 장관으로서 본격 시험대에 오르는 것은 지금부터다. 그의 능력이 지금부터 현장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수산 홀대 지적에 대해 “장관이 되면 어촌·어민에 방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무조건 수산을 우대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해양수산부 정책 우선순위가 해양에만 매몰돼 있어 수산을 홀대해 어업인들이 농식품부로 가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한다”는 질문에 답변하면서다.

 조 장관은 지난 11일 취임식에서도 해운보다 먼저 수산을 거론하며 "어촌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수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 "어촌은 어항 인프라 위주의 지원을 넘어 어업인의 주거·소득·복지를 함께 개선하는 종합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청년들이 돌아오는 어촌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담당하는 수산업을 식량 주권의 관점에서 적정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말만 들으면 당장 뭔가 만들어 질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그러나 현재 수산이 처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당장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반대하는 어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어촌소멸, 해양환경 파괴와 수산자원 감소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난제를 해양수산부 혼자 해결하기가 어려운 게 많다는 점이다. CPTPP도 그렇고 어촌소멸도 그렇고 기후변화도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를 해양수산부 혼자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그렇다면 조 장관은 이런 문제들을 모두 끌고 갈 게 아니라 이것들을 세밀하게 분류해 대응해 나갈 수밖에 없다. 내가 당장 해결을 할 수 있는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를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 포석을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 수산을 복잡하게 보면 한없이 복잡해 보이지만 뼈대를 고르면 정리가 가능한 부분도 보일수 있기 때문이다.

 조 장관이 먼저 생각해야 할 일은 조 장관이 취임사에서 말한 것처럼 수산업이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되게 해야 한다. 수산은 크게 봐서 3가지다. 지속가능한 수산물 생산과 소비, 그것을 만들어 내는 환경이 중요하다. 수산물 생산과 관련해서는 총허용어획량제도(TAC)는 제대로 설정이 돼 있는지. 금어기는 제대로 돼 있는지 일부 학자들 얘기처럼 무조건 선진국 제도만 베껴 먹는지 제대로 봐야 한다. 또 이를 둘러싼 수산 생태계도 중요하다. 수산업은 수산물 생산과 소비가 다는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엔 금융도 있고 수협도 있고, 수산단체도 있다. 이들이 수산 생태계에서 제대로 활동하는 지 봐야 한다. 이것들이 수산업을 외부로부터 방어하고 수산업을 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협법 개정은 전임 장·차관들이 만지작거리기만 하다 놓고 가는 난제가 아닌 난제가 돼 버렸다. 표를 의식한 정부와 국회 때문이다. 현재 수협법 개정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중앙회장 선거 제도는 너무 많이 들어온 얘기라서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다. 선거인수, 표의 등가성 등 문제에 깊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보이는 게 한 두개가 아니다. 그런데도 수협법 개정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아마 이런 상태라면 수십년이 지나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CPTPP, 이상기후, 어촌 소멸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좀 독한 마음만 먹으면 해양수산부 혼자서도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영역이다. 또 수산 생태계에 한 축을 이루는 수산단체들도 정체성을 잃은 지 오래다. 이 단체들이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여기를 취재하는 기자도 헷갈릴 정도이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이런 혼란스러운 정체성으로 과연 미래의 수산업을 이들이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조 장관은 먼저 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그들이 그 분야에 전문가들이 될 수 있도록 수산 생태계 복원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갖다 붙이고 늘려서 누더기 단체가 된 수산계 단체들 업무를 이제 새정부 출범과 함께 리모텔링해야 한다. 이것은 CPTPP나 이상기후나 어촌소멸 문제처럼 해양수산부 혼자 하기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조 장관이 엊그제 취임사에서 발표한 내용은 실행계획이 전혀 없고 원론적 얘기만 나온 게 많다는 혹평을 들을 수 있다. 물론 지향하는 목표나 방향도 중요하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섬세한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또 조 장관이 국회에서 시워시원하게 답변한 내용들을 어업인 및 수산인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으면 안 된다. 거창한 담론이나 공약보다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으로 수산을 개혁해 수산인들이 이다음 공적비를 세우는 장관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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