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어획쿼터량 국제기구 협약이 족쇄
참치 어획쿼터량 소진으로 상당량 위판 못하고 바다에 다시 버려
쿼터량 벌써 90% 소진...쿼터 상향 조정·포획 참치 활용등 시급

 

  동해안에서 정치망어업을 하는 K모씨는 최근 마리당 4kg 정도하는 참치를 5,000여마리 어획했다. 위판가가 kg당 1천원 정도 하니까 2,000여만원 되는 물량이다. 그러나 그는 어획에 대한 기쁨보다 이를 버리는 일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 국제기구에서 할당한 쿼터량이 소진돼 이를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문진에서 역시 정치망을 하는 N모씨도 똑같은 상황을 맞고 바다에 참치를 버리고 왔다고 했다. 이들은 잡은 참치를 바다에 버리지 않으면 수산업법 위반으로 해양수산부로부터 처벌을 면할 수 없다. N모씨는 “우리가 일부러 잡은 것도 아니고 고기들이 그물에 들어와 잡힌 것을 버리는 게 맞는 얘기냐”고 지적했다.

 연근해 어획량이 100만톤을 밑돌고 있으나 이렇게 잡힌 참치를 바다에 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제수산기구 협약에 의해 쿼터량이 정해지고 그 안에서만 어획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 협약에 의해 쿼터량을 할당 받아 그 범위 내에서 조업을 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에 할당된 쿼터량은 870톤. 이 기운데 소형어가 718톤, 대형어가 30톤, 지난해 잡지 않아 이월된 양이 122톤이다. 그러나 8월말 현재 소진된 양이 벌써 90%에 달한다. 어업인들은 수온 상승으로 해마다 참치 어획량이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 적지 않은 참치가 잡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앞으로 남은 4개월 동안 87톤 이상을 잡을 수가 없다. 더 이상 잡으면 협약 위반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주문진항 선적 정치망 영생호(29톤. 선주 김철곤)는 5,000여 마리를 어획했으나 배정된 참치어획 쿼터량이 소진돼 2천만원이 넘는 물량을 다시 바다에 버렸다. 같은 선적의 창경호(29톤. 선주 남윤호)도 똑같은 사례가 발생했다. 이들은 “우리가 어획강도를 높여 참치를 잡는 게 아니고 참치가 그물에 들어온 것을 잡는데 그것을 바다에 버리라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동해안은 연안 수온 상승으로 난류성 어종인 참치 어획량이 최근 들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주문진항의 경우 2020년 8월말까지 8.6톤이었던 것이 지난해 8월말에는 13톤으로 4.4톤이 급증하는 현상을 보였다.

 강릉시수협 판매과 장성길 과장은 “금년에도 정치망어선 척당 일일 평균 참치 어획량이 100여(2~3kg 기준) 마리 이상 되고 있으나 어획쿼터량에 묶여 참치가 많이 포획돼도 소득화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다에 버리고 있다”고 했다.

 강원도환동해본부 수산정책과 박종완 팀장은 “금년도에 배정된 참치 쿼터량 24.4톤이 빠르게 소진돼 지난 6~7월에 해양수산부에 요청해 두 번이나 쿼터 물량을 증액했으나 최근 강원도 배정량의 87%가 소진됐을 정도로 참치가 많이 어획되고 있다”며 “하지만 해양수산부에서도 임의대로 국내 쿼터량을 조정할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현상은 강원도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수온 상승으로 남해안 등에서도 이미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업인들은 참치 어획쿼터 상향 조정과 위판되지 못하는 포획 참치 활용방안 등의 대책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국제기구의 결정 때문에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정치망어업에서 잡히는 것만이라도 쿼터에서 제외해 줄 것을 WCPFC에 요청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우리도 안타까운 심정이지만 현재로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박병춘 강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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