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신문 창간 20주년 특별기획 /김도훈 국립부경대 교수

“수산물 필요한 경우 수입해 먹으면 된다” 인식 이제 벗어나야
세계 공급망 불안정 식량 위기 고조 ... 국가 간 경쟁 치열해 질 듯
역내 다자간 무역협정 중요성 커져...보호무역주의 확산도 우려

 사진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중국의 친강 외교부장이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양국간 긴장 완화를 위한 협상을 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외신에서
 사진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중국의 친강 외교부장이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양국간 긴장 완화를 위한 협상을 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외신에 게재된 것임.

 최근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한 패권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소위 ‘신(新) 냉전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과거 제2차 대전 이후부터 소련이 해체된 시기까지 미국과 소련을 축으로 한 양대 진영이 상호 경쟁하는 냉전 시대가 있었다. 이후 오랜 기간의 탈냉전 시대를 거쳐 다시 새로운 냉전 시대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냉전 시대는 이념적인 대결로 정치와 군사 분야의 대립이었지만, 신 냉전 시대는 지금까지의 개방화와 국제 분업 체제에 힘입어 정치와 군사는 물론 경제와 기술 분야 등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특징이 있다. 이는 과거 냉전 시대와 달리 신 냉전 시대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이미 상호 경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한 패권 쟁탈전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에게 큰 경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수출입 등 시장 개방화가 많이 진행된 수산업의 경우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신 냉전 시대에 있어서는 서로 단절되어 각자의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즉, 대내적으로 식량 및 에너지 확보 경향이 더욱 심화되고, 대외적으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반면, 다른 국가들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은 더욱 거세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산업별로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에 대한 경쟁도 크게 증가될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신 냉전 시대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경제 블록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점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시키고 있다. 서방 진영이 경제 제재 수위를 점점 높이면서 지금까지의 세계화 기조는 무너졌고, 미국?유럽 대 중국?러시아의 큰 축을 중심으로 경제 블록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따라 국가들이 공급망을 우호국이나 동맹국으로 이전하거나 또는 자국으로 회귀시키는 경향(예, 리쇼어링 등)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세계 경제의 균열 현상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경제 블록화가 심화되고, 각 경제권별 공급망이 지역 안보와 연계?재편되면서 역내 다자간 무역협정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신 냉전 시대 하에 개별국가 간 FTA만으론 첨예한 지정학적 이해관계 속에 놓인 세계 경제 흐름에서 국익을 지키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활발하게 추진 중인 다자간 자유무역 협정인 RCEP(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 CPTPP(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그리고 IPEP(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등은 공급망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강대국들의 주도권 다툼의 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신 냉전 시대가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전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세계 공급망 불안정에 따른 식량 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식량 확보를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농산물과 수산물을 포함한 먹을거리 수출국인 베트남, 인도, 러시아 등에서 자국 보호주의를 앞세워 수출 중단이나 수출 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그 결과, 세계 곡물 시장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있고, 수산물 가격 역시 상승추세에 있다. FAO(세계식량농업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수산물 가격은 수요 증가에 대한 공급 부족 등으로 상승하고 있고, 향후 10년 기간 동안 25%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선진국들에서는 식량 위기에 대응하여 국내 생산 확대, 기후변화 대응 R&D 투자 확대, 비축물량 확보, 수입선 다변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식량자급률 향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부분 국가들의 경우 식량자급율은 100%를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식량자급율은 40%대 수준으로, 식량 위기에 아주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수산물 자급률(해조류 제외)은 2020년 기준 약 49%로, 2011년의 74% 수준에서 크게 감소하고 있다. 국내 수산물 소비량은 약 410만톤 수준으로 어패류 등 절반 이상을 수입 수산물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자국의 수산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개별 국가 간 FTA 혹은 다자간 FTA를 통해 관세는 거의 100% 철폐되고 있지만, 환경과 노동에 관한 규범, 통관, 수입허가(위생 조건 등) 등에 관한 비관세 장벽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CPTPP와 같은 메가 FTA에 있어서도 관세 철폐 외에 환경(수산자원 관리, 탄소 저감, 해양환경 보호 등)과 노동(최저 임금, 양질의 근로 조건 등)에 대한 규범을 강조하고, 과잉어획을 초래하는 수산보조금 철폐를 요구하는 등 규범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향후 우리나라 수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아주 클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수출입 등 글로벌 유통망이 크게 변화되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가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분열되면서 기존의 수출 및 수입 대상국이 변화되고 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수산업의 경우 1위의 수출 그리고 수입 대상국은 중국이다. 중국으로의 우리나라 수산물 수출 비중은 약 26% 수준으로, 신 냉전 시대로 인한 중국 경제 성장이 더디어질 경우 우리의 대중국 수출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중국의 우리나라 수산물 수입 비중은 21% 수준으로, 향후 중국으로부터의 수산물 수입이 줄어들 경우 수산물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즉 수산물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수산물 식량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넷째, 수산업의 글로벌 시장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등의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산업은 1차 산업에서 벗어나 식품제조업의 2차 산업, 나아가 3차 첨단지식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수산물의 생산-가공-유통 기지의 확대 등 글로벌화와 기업화가 진행되고 있고, 특히 수산선진국들은 식량 위기에 대응한 수산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수산자원관리 강화와 양식생산 확대 등을 도모하고 있다. 그리고 수산물 안전성 및 환경성(지속가능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증대됨에 따라 이를 고려한 가공수산식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수산물 위생 강화를 통한 수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수산업 경쟁력 강화와 기술 수출 등을 위한 수산기자재 기술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유럽연합, 미국 등에서는 양식분야 기자재 기술을 선도하고 있으며, 중국, 러시아 등에서도 첨단 양식시스템 구축을 통한 대량 양식생산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이에 반해 수산업의 구조 개선과 새로운 기술개발이 더디게 진행되어 여전히 노동집약적이고 전통적인 1차 산업 수준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 수산업의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더욱 살아남기 어려워지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신 냉전 시대 하의 수산업 영향에 대응하고, 향후 우리나라의 수산업 발전과 국제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식량 위기에 대응한 수산업 재건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수산물은 필요한 경우 해외에서 수입해 먹으면 된다”라는 지금까지의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산업 재건에 있어서는 어선의 현대화 및 스마트화 등 연근해어업 혁신을 통한 생산경쟁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한 양식업 혁신을 통해 지역별·품종별 양식업이 더욱 육성되어야 하고, 원양산업 재건을 통한 해외 수산자원 확보가 도모되어야 한다. 이 외에도 식품안전성을 기반으로 한 수산물 유통체계의 전환과 글로벌 시장 선도를 위한 수산식품산업 활성화도 도모되어야 한다. 어촌지역 소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수산물 생산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둘째, 현재의 수산업 문제점을 해소하는데 기술개발, 즉 R&D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바다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해양수산자원의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산자원 및 해양환경 조사가 확대되어야 하고, 인력 및 에너지 절감을 위한 생산-가공-유통 시스템 개발이 시급하다. 또한 수산식품의 위생 및 안전성 강화를 위한 기술 그리고 수산기자재 및 생산-가공-유통 분야 시설 현대화와 스마트화(자동화)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산분야 R&D 예산이 크게 확대되어야 하고, 개발된 기술은 반드시 상용화(산업화)될 수 있도록 R&D 사업의 추진방법과 평가체계가 개선되어야 한다.       

 셋째, 수산업의 글로벌화 대응 및 산업적 지속성을 위한 신규 인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적인 탄소중립에 대응하여 어선을 대상으로 한 저탄소, 무탄소, 전기 등 다양한 종류의 친환경 어선 개발 및 실용화를 주도해야 하고, 안전·복지 개선을 위한 어선의 현대화와 인력·에너지 절감을 위한 어선의 스마트화 그리고 수산기자재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또한 향후 식량위기 및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대규모 기업형 스마트 양식업을 확대해 나가야 하며, 원양어업의 경우에도 기존 어업 외에 해외 양식 및 가공산업 등으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수산혁신을 통해 수산분야 창업 활성화, 젊은 신규 인력 유입 등 국가 및 지역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수산물 수출 확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우리나라의 수산물 수출대상국은 중국, 일본, 그리고 미국으로의 비중이 62% 이상을 차지하고, 베트남과 태국을 포함할 경우 74% 수준에 달한다. 신 냉전 체제에 따라 중국 등으로의 수출이 줄어들 경우를 대비하여 수산물 수출국을 다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특히 수산물 시장이 커지고 있는 유럽시장으로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수산물 수출에서는 여전히 활어, 신선냉장, 그리고 냉동 등 원물 형태의 수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가공수산식품, 특히 HMR(가정간편식) 등에 대한 소비자 수요와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원물 중심에서 벗어나 시장의 기호에 맞춘 가공수산식품의 개발이 도모되어야 한다. 

 하지만 수산가공식품 개발을 위해서는 원료 확보가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현재 우리나라 수산식품기업들은 원료 확보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결과 더 이상 규모를 성장시키지 못하는 한계에 있다. 수산가공 원료 확보를 위해 대내적으로 연근해 수산자원에 대한 회복과 관리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하고, 양식업에 있어서도 지금과 같은 활어 형태의 식용 중심의 양식업 외에 가공용 원료 확보를 위한 양식업도 도모되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어업합작사업이나 해외양식어장 개발 등을 통해 원료를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글로벌 수산식품기업들과 같이, 현지 수산물 가공 및 유통사업 확대 등을 통한 수산물 무역 증대를 위해 생산-가공-유통 등을 연계한 글로벌 수산기업도 육성해 나가야 한다. 

 신 냉전 시대는 우리나라 수산업에 있어서 큰 위기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를 계기로 기존의 낡은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산업으로의 대전환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국내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글로벌 전체의 시각에서 우리나라 수산업의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 생산자 중심의 정책 외에 소비자 및 시장의 변화에 맞춘 정책으로도 과감히 전환되어야 생산자를 포함한 수산업 전체가 살아날 수 있고,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제는 기존 정책을 되풀이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수산업 재건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과 운용으로 신 냉전 시대 하에서 글로벌 수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우리나라 수산업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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