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신문 창간 20주년 특집/우동식 국립수산과학원장

기후 위험성 증가·극한 환경 발생 가능성 점차 높아지고 있어
이상고수온 태풍과 같은 극한환경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나
수산업 식량제공 등 중요해도 기후변화로 지속가능한 미래 더는 담보할 수 없어

 기후변화에 대한 감시와 예측, 영향 평가 및 온실가스 배출 등 그 전반에 걸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UN 산하의 국제기구인 정부간 기후변화협의체(IPCC)는 올해 3월 제6차 평가보고서(AR)의 종합보고서를 승인했다. 이번 평가보고서에서는 최근 온난화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기후 위험성 증가와 함께 극한 환경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와 극한환경 발생은 바다라고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해양온난화 경향은 이전 시기에 대비하여 2배가량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급격한 수온 상승을 의미하는 이상고수온, 태풍과 같은 극한환경은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향후 전 지구적 온실가스 감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더라도 표층수온 상승 경향은 늦추어질 수 있겠지만, 표층에서 저층까지 바다가 가지고 있는 열(해양 열용량)은 계속 상승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매년 전 지구의 기후변화 지표의 변동추이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4월에 발표된 7개 지표 중, 해양온난화, 해양산성화, 해수면상승 3개 지표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즉, 지구의 다양한 기후요소 중 바다와 관련한 요소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전 지구의 절반 이상 인구는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의 15% 이상을 수산물에서 얻고 있고, 5억명 이상의 인구가 수산업에서 가계 수입을 의존하고 있으며, 동시에 수산업은 약 2억 6천만개의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다. 즉 수산업은 인류에 중요한 식량을 제공함과 동시에 생활을 유지하는 수입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100여 년 전부터 지속된 해양 관측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그간의 연구결과, 우리 바다에서는 연평균 표층수온이 전 지구 평균에 비해 2.5배나 빠르게 상승하고, 표층과 저층의 수온 차가 점점 증가하는 성층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최근 10여 년 사이에는 여름철 수온 상승이 겨울철에 비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등 수온의 계절 변화 패턴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해양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은 해양환경과 생태계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우리 바다에서는 저층으로부터 표층으로의 영양염 공급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기초생산력도 10년 전보다 약 40% 감소했고, 식물플랑크톤은 크기가 작은 종들이 우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상기후에 의한 영향도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여름철 이상고수온 현상과 겨울철 이상저수온 현상은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그 강도와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양식업에서 가장 큰 자연재해가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유해적조의 대량 발생이었다면,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고수온과 저수온에 의한 피해가 전체 피해에서 약 65%를 차지하는 등 이상수온에 따른 피해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상고수온 현상은 주로 여름철에 집중되고, 지속기간은 1~2달 내외로 길지 않지만 그 강도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큰 피해를 일으킨다.

 현재 우리 수산업은 어가인구의 감소, 유류비 증가, 수산물 소비의 부진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영향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여기에 장기적인 기후변화에 따른 바다 환경의 변화, 이상기후의 극한 현상 발생 등이 더해지면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 우리는 기후변화 등에 따른 해양온난화와 극한 현상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우리나라 바다의 기후변화 영향을 정확하게 모니터링하고 예측할 수 있는 감시·전망 기술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해양조사 체계를 수온, 염분 등과 같은 물리적 관측 요소 중심에서 기초생산력, 저차영양단계 먹이망 요소 등 생태계 영향 파악 관측 요소를 더욱 강화하여 종합 해양 생태 모니터링 체계로 변경하고, 미래 해양변화를 상세하게 전망하기 위해 IPCC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 기반의 공간해상도(10km→3km)와 시간해상도(월→일)를 개선한 고해상도 해양기후예측 모델을 연내에 구축하여 수산업 각 분야의 미래 전망에 적용하는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공간적으로 10배, 시간적으로 30배 이상 정밀한 예측자료 생산은 기존 예측자료로 확인할 수 없었던 상세한 수산자원의 서식지 변화, 수산생물의 산란·성육시기 변화, 양식생물의 생산성 변화 및 독성플랑크톤 출현시기 변화 등 기후변화에 따른 수산업의 변화 전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해양수산분야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자 기후환경연구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신설되는 기후환경연구부에서는 우리 바다 생태계와 수산업의 기후변화 영향을 정량적으로 파악하고, 변화의 원인을 규명하며, 미래를 전망하여 수산분야의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연구 집중과 함께 이상수온, 저염분, 유해생물, 부유성 해조류, 패류독소 등 다양한 수산재해에 따른 피해 최소화 연구와 정보 제공을 추진할 것이다. 

 해양온난화와 극한 환경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업 현장과 정책현장과의 기후변화의 인식 증진과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그 일환으로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2022년에 우리 바다와 수산업 기후변화, 현황, 전망, 연구 결과들에 대한 내용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를 만들어 관련기관에 배포하여, 많은 호응을 받았다. 올해도 보고서 발간·배포를 통해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정보와 기술들을 신속하게 어업현장에 제공함으로써 기후위기에 따른 수산업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최근 연구 결과, 수산물 안전과 관계가 깊은 패류독소의 최초 발생시점이 과거 3~4월에서 최근 1~2월로 앞당겨지고 있고, 연안수온 상승으로 양식 해조류의 입식시기가 지연되고 있으며, 2100년 양식 김의 생산 가능기간이 현재 대비 60%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표적 수산자원인 고등어, 삼치의 중심어장은 남해 중부해역에서 남해 서부해역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살오징어도 동해와 서해의 남부해역에서 북부해역으로 어장의 북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제주 주변해역에서 주로 어획되던 대표적 난류성 어종인 방어는 최근 동해 연안까지 북상하며 어획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제주해역에서 참다랑어의 어린물고기가 최초로 발견되기도 하였다. 

 이에 다시마, 미역 등의 생산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품종 개발과 아열대성 양식어종의 월동 가능성 확인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우리 수산업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고, 부정적인 요소와 함께 긍정적인 요소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미래 수산업의 지속가능성과 발전은 기후변화의 부정적 요인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긍정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기회요소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업 현장에서도 과도어획, 양식생물 밀식 등 비기후적 요소로 인한 피해 발생 요인을 제거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가중되지 않도록 협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양식업 환경을 보면 대부분 남해와 서해의 좁고 얕은 내만에 양식장이 밀집되어 있다. 이 같은 환경은 고수온, 저수온, 유해적조 등 급격한 자연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수산 피해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지속가능한 수산자원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어린 물고기의 보호, 바다 쓰레기의 저감 등 수산생물의 서식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국가정책을 뒷받침하고 어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도록 과학에 기반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며, 어업현장의 기후변화 적응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노력을 다할 것이다. 

저작권자 © 수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