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박상우 KMI 어촌연구부장

지금 어촌은 ‘바람 앞에 등불’과 같은 위태로운 상황
소멸 위기 극복 위해, 어촌정책 재구조화 나서야 한다

‘어촌정책국’ 신설 등 해양수산부 거버넌스 정비 등 과감하게 혁신해야 
오염수 방류로 어촌 위기감 과거 경험하지 못한 큰 파고로 다가오고 있어 

박상우 KMI 어촌연구부장
박상우 KMI 어촌연구부장

 인류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수렵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해 얕은 바닷가에서 동식물을 직접 포획, 채취하는 것을 시작으로 공동체를 형성하며 삶을 영위해 왔다. 고대 어업사적 활동의 발자취는 45,000년 전동티모르의 어느 동굴에서 발견된 참치잡이 도구와 5,000년 전 부산 동삼동 패총 및 울산 반구대 암각화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15세기 일부 유럽 국가와 지역들은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를 형성하면서 대구와 청어 등 어장형성과 저장기술에 따라 경제·군사적 힘과 흥망성쇠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후 수산업에 기술과 자본이 도입되면서 산업으로 빠르게 발전했고, 단백질 공급 및 식량자원으로도 중요성이 커졌으며, 오늘날 현대인의 노화방지, 건강식품 등 블루푸드(Blue Food) 테크로 재조명되고 있다. 

 지금 어촌 겹겹의 위기

 하지만 작금의 대한민국 어촌은 ‘바람 앞에 등불’과 같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 어촌 어업활동인구는 1970년대 정점 이후 소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산업화·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반세기 동안 1/10 규모로 감소했고, 초고령화(Super aged)로 2045년 이후에는 97%가 소멸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어촌의 위기감은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큰 파고로 다가오고 있다. 방송과 신문 등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과학적 검증과 괴담 논란의 진위와 관계없이 수산물 소비 위축과 이로 인한 피해는 그대로 소규모 영세 어업인들과 어촌사회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과거 FTA 체결 등 수산물 시장개방과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 등 크고 작은 여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어촌사회의 자구적인 노력과 우리 국민들이 함께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촌사회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저력이 있다고 본다. 

 어촌사회 ‘소멸’ 그 이후는?

 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닥쳐 올 수산업과 어촌사회의 위기는 바로 ‘소멸’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밥상에 당연하게 올랐던 고등어, 오징어, 김 등은 이제 누가 생산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1인당 연간 약 70㎏를 섭취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어촌소멸의 심각성과 위기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무인 스마트 양식이나 수입 수산물을 먹고, 기업형 어업으로 전환하면 된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필자 역시도 ‘어촌소멸’을 제기했던 연구자로 쉽게 ‘소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는가에 대해 자성해 본다. 또한 반복된 위기의 경고는 민감성을 가져야 할 정책결정자들의 정책적인 감각을 무뎌지게 하고 있다. 정부가 연근해 어획량 100만톤 붕괴와 어업규제 완화 제기에 대한 정책적 민감도를 그대로 어촌소멸에 대입해 본다면 균형적인 위기의식을 갖는지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물고기를 잡고 기르는 것도 결국에는 사람이 하는 것 아니겠는가? 사람과 지역문제는 지속가능성의 임계점을 넘어서면 다시 재건하는데 오랜 시간과 험난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어촌의 회복탄력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책 재구조화에 서둘러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어촌이 소멸된다고 가정하고, 어획노력량이 감소한다면 수산자원은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붕괴된 어촌공동체가 다시 재건되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재건보다 소멸로 가는 연착륙을 선택할 개연성이 높다. 

 소멸 대응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따라서 어촌소멸 방지와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해 수산·어촌분야에 정책 재구조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국토의 4.4배에 달하는 바다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어촌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누적된 어촌의 낙후된 인프라 확충과 정비에 많은 재정을 투입뿐만 아니라 생활·경제권에 따른 공간 재편과 소득·일자리 창출 등 어촌산업도 적극 육성해야 한다. 특히, 분절·산재한 수산·어촌분야의 국가 사무와 기능을 조정할 수 있도록 ‘어촌정책국’ 신설 등 해양수산부 거버넌스의 정비도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 어촌 소멸위기는 이제 국가가 더 이상 주저하고 미룰 수 없다. 어촌소멸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특단의 대책 마련과 구체적인 이행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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