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냉동김밥에 김은 '실종'시키고' 쌀만 ' 부각'
농식품부 산하기관답게 공사에서 수산물은 ‘의붓자식’ 취급
해수부 그런 기관에 올해 107억 지원...“수산 진흥인지 쌀 진흥하는 건지”

냉동김밥
냉동김밥

 “김밥 하면 떠오르는 게 김일까요. 쌀일까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이하 공사)가 최근 해외에서 주목받는 냉동김밥 소식을 전하면서 냉동김밥의 대표 재료인 김은 얘기도 않고 김밥 속에 들어있는 쌀만 거론해 제품의 본질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사는 최근 ‘K-냉동김밥 글로벌 채식주의자 입맛까지 사로잡다’는 내용의 보도자료에서 “농식품부와 공사는 수출 유망 품목을 발굴 운영 중인데 냉동김밥은 국내산 쌀을 사용해 국산 원료 비중이 높아 농가소득과 직결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냉동김밥 인기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이번 행사 이후에도 지속적인 해외 마케팅을 펼쳐 한국산 쌀 가공식품의 소비 저변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공사 수출식품 이사의 말을 옮겼다. 김밥 주재료인 김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쌀 가공식품에 대한 얘기만 한 것이다. 

 그러나 냉동김밥은 이미지나 내용상으로 대표재료가 김이다. 쌀도 좋아야 하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도 원인일 수 있지만 김밥하면 먼저 떠 오르는 게 김이다.

김은 쌀 가공식품보다 해외 인지도가 높고 수출도 다른 농식품에 비할 바가 아니다. 김은 지난 10일 현재 수출액이 7억 89만달러(9,200억원)로 사상 최대 수출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라면을 제외한 다른 농식품이 따라 올 수준이 아니다. 수출 대상국만도 무려 120개나 된다.

 과거에는 김이 밥 반찬 등으로 주로 소비됐으나 최근에는 해외에서 저칼로리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세계 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우리 김 산업계에서는 바비큐·치즈·불고기맛 스낵김을 개발하고, 한식 세계화에 걸맞게 삼겹살에 싸 먹는 김을 출시하는 등 끊임없는 제품 개발을 통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그런 결과 지난해에는 농수산식품 중 가장 수출이 많았던 라면을 뛰어넘었다. 올해도 수출 1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도 공사는  농식품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김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거나 수산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 수산물 수출업계 인사는 “공사가 아무리 농식품부 산하기관이고 한쪽에 치우쳐 있다고 해도 이건 너무 지나치다”며 “이런 자료를 낼 때는 최소한 김과 쌀이 조화를 이뤄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주객이 전도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공사가  수산식품업을  이렇게  홀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수산계  중론이다.  수산식품 업계가 공사에 더부살이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해수부가 수산물 수출을 위해 이곳에 지원하는 예산이 100억원을 넘는다.

바우처, 식품박람회, 한류 등을 위해 써 달라며 해양수산부는 올해 107억원을 공사에 배정했다.  초보기업을 수출기업으로 육성해 달라며 50억원을 배정했고  국제식품박람회 지원을 위해서도 올해 10억원을 공사에 줬다.  또 행사·가공·유통하는 기업들이 협의체 형태의 선도조직을 만들면 최소 1억원에서 2억 5,000만원까지 지원하도록 했다. 

 해양수산부는 이와 함께 문체부나 농식품부 등 관련 부처가 함께 지원하는 한류, K-박람회 등에 직·간접적으로 21억원을 책정하고  기타 사업에  14억 4,000만원을  배정해 내려 보냈다.

이 예산은 대부분 공사가 만들어 온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공사는 수산식품 업계의 수출지원을  이렇게 ‘찬밥’처럼  대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산물 수출업체 임원은 “해양수산부 예산으로 지원받는데 왜 우리가 남의 집에 끼어들어 그냥 얻어먹고 있는 사람처럼 보여야 하느냐”며  “이제  해양수산부도  수산물 수출을 지원할 수 있는 기구나 단체를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전남에서 김 수출을 하고 있는 한 업체 대표도 “수산물 수출 단체나 수산물수출공사 같은 기구를 만들어 그런 곳에 자금을 주지 왜 공사에 수출 지원자금을  주는 지 모르겠다”며 “농식품부에 수산이 소속돼 있지 않으면서도 농식품부 산하기관에 수산 예산을 주는 것은 해양수산부 스스로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공사는 “김밥이 쌀 가공식품 쪽에 분류돼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 같다”며 “농식품부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농식품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을  수산식품이 아닌  쌀 가공식품으로 분류하는  공사를  수산업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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