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강국은 무모한 도전이 아니다"

김종덕  해양수산개발원장
김종덕  해양수산개발원장

 ”12월 21일은 김 단일 품목의 수출액이 1조원을 달성한 기념비적인 날이다. 수산물 수출이 어업인과 수산제품 생산자에게 새로운 판로와 부가가치를 제공하고 관련 산업생태계를 지원할 수 있도록 이날을 ‘수산물 수출의 날’로 정하고 수출산업으로서의 수산업에 대한 체계적 지원방안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1960년대 우리는 수출지향적 공업화 전략을 선택했다. 1961년 당시 농림어업 비중이 39%에 달했던 대한민국 경제는 중공업을 일으킬 자본과 기술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모한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1964년 우리나라 수출 총액이 1억 달러를 달성하면서 무모하게만 보였던 도전이 희망으로 전환되었다. 

 수출 1억 달러를 기념하기 위해 1964년 11월 30일을 지금의 ‘무역의 날’로 지정했다. 60년이 지난 오늘, 우리나라는 연간 6,00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60년간 6천배가 늘어난 것이다. 한편 1차 산업에서 2차 산업으로,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자동, 노동, 소득이 옮겨지는 페티클라크의 법칙(Petty-Clark’s law)처럼 1차 산업인 수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었다지만, 우리 수산업이 성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964년 수출 1억 달러가 대한민국 수출성공 신화의 이정표가 되었듯이 2023년 단일 품목인 ‘김’ 하나만으로도 수출 1조원을 달성하여 새로운 희망의 이정표를 세웠다. 세계적인 수산물 수출 강국은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 증명했다. 전략 품종을 선정·개량하고, 바다를 잘 관리하여 생산력을 높이고, 생산 후 단계 자동화, 제품화, 해외 마케팅 등이 결합한 과학적 접근의 결과이다. 그동안 수산물은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수출되고, 기후조건, 노동 등의 비교우위로 수출되는 글로벌 교역 상품이었다. 그러나 첨단기술과 혁신으로 무장한 노르웨이가 중국 다음의 수출 국가로 성장했다. 오랜 기간 유지되었던 세계의 수산물 교역구조가 과학기술의 힘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는 노르웨이 연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김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수산물의 탁월한 건강학적 가치와 기후 친화적 가치가 과학으로 증명되어 간다면 첨단기술의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또 우리나라는 해외어장에서 생산해서 수출하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참치, 메로, 오징어 등이 대표적인 어종이다. 그래서 국제규범의 영향이 어떤 산업보다 강력하고 민감하다.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이행, 자원관리와 불법·비보고·비규제어업(IUU) 방지, 노동복지 규범의 이행 등 수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규범들의 이행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자, 양자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이슈를 선점하여 우리가 국제규범 주도권을 가져오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여건이 좋지 않고, 수용성이 떨어진다고 국제규범 이행을 미룬다면 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과학기술 기반의 수산물 수출 강국으로 위상을 높이기 위한 자본, 기술이 필요한 산업정책을 소득복지 정책과는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국제규범의 핵심이 되는 환경·자원·복지정책이 수산업정책 전반에 녹여내야 할 것이다. 이제 빠르게 변하고 있는 글로벌 환경변화 속에서 수산물 수출강국으로 가기 위해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그리고 그 성장의 핵심은 수산업에 첨단과학기술력을 투영하고 국제협력을 통한 국제규범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안전하고, 안정적인 수산물 공급의 전통적인 역할을 넘어서, 환경적 가치를 고려한 수산업 성장과 수출을 통한 국가 경제 기여까지 고려한 수산업 부흥이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지난 12월 21일은 김 단일 품목의 수출액이 1조원을 달성한 기념비적인 날이다. 수산물 수출이 어업인과 수산제품 생산자에게 새로운 판로와 부가가치를 제공하고 관련 산업생태계를 지원할 수 있도록 이날을 ‘수산물 수출의 날’로 정하고 수출산업으로서의 수산업에 대한 체계적 지원방안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우리 한국해양수산개발원도 금년에 수산부흥정책지원단을 설치하여 이에 필요한 정책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청룡의 해, 수출을 통해 새로운 수산업 부흥의 열쇠를 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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